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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이 20년 만에 동아시안컵 우승, 감격의 역사를 썼다.
직전 경기, 일본(FIFA7위)과 중국(FIFA 21위)이 0대0으로 비기며 대한민국 여자축구에 우승의 천운이 찾아왔다. 일본은 한국과 1대1, 중국은 한국과 2대2로 비긴 상황, 1승2무(승점 5)로 한중일의 승점이 동일해졌고, 이날 중국과 일본이 득점없이 비기면서 한국이 3골, 다득점에서 앞서며 우승에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일본과 중국의 맞대결에서 승부가 갈렸다면, 그리고 대한민국이 일본, 중국전에서 투혼의 '극장' 동점골을 밀어넣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우승의 꿈이 눈앞에 다가왔다. 한국은 중국전에서 전반 선제골을 내준 후 장슬기가 동점골을 터뜨렸고, 후반 또 골을 내준 후 지소연이 후반 종료 직전 극장 동점골을 밀어넣으며 2대2로 비겼고, 일본전에서도 선제골을 내준 후 후반 41분 정다빈이 동점골을 터뜨리며 1대1로 비겼다. 마지막 전술 미팅에서 "우리에게 행운이 올 것이다. 중일전 결과와 무관하게 대만전에만 집중하자"던 신상우 감독의 말, "경우의 수는 생각하지 않고 팬들을 위해 승리하겠다"던 여축 전사들의 다짐은 결국 우승 예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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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대만의 역대 전적은 14승2무4패, 2001년 이후 14연승을 달렸다. 동아시안컵 여자부 대회가 창설된 2005년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20년간 우승에 목말랐던 대한민국에 안방 대회에서 천금의 기회를 잡았다. 신상우 감독은 필승 전략으로 공격적인 스리백을 택했다. 김민정이 골키퍼 장갑을 꼈고, 김혜리-김미연-고유진의 스리백에 빠르고 강한 장슬기, 추효주를 윙백으로 배치했다. 정민영, 지소연, 이금민이 중원을 지키는 가운데 케이시 유진 페어와 정다빈이 투톱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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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야 사는 게임, 후반 시작과 함께 신상우 감독은 추효주와 케이시 대신 강채림과 문은주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휘슬과 함께 파상공세가 시작됐다. 후반 1분 문은주의 컷백에 이은 정다빈의 왼발 슈팅이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머리를 감쌌다. 이어 문은주의 슈팅도 불발됐다. 후반 6분 강채림의 대포알 슈팅을 왕유팅이 쳐냈다. 후반 8분 장슬기의 후방 롱크로스에 이은 정다빈의 헤더를 잡아냈다. 후반 9분 강채림의 폭풍질주에 이은 패스, 정다빈의 슈팅이 불발됐다. '게임체인저' 강채림과 문은주가 번뜩이며 수차례 결정적 찬스를 맞았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신 감독은 후반 11분 정다빈 대신 김민지를 투입하며 골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후반 12분 김혜리의 크로스에 이은 김민지의 헤더가 크로스바를 살짝 넘겼다. 후반 23분 대한민국에 첸진웬이 박스 안에서 강채림을 밀치며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리빙 레전드' 지소연이 골대 앞에 섰다. 원샷원킬, 침착한 오른발 슈팅이 어김없이 골망 구석으로 빨려들었다. A매치 74호골과 함께 동아시안컵 우승을 예약했다.
선제골 직후 후반 25분 이금민 대신 김신지가 투입됐다. 후반 33분 첸신원의 슈팅이 골대를 살짝 빗나가며 위기를 넘겼다. 김혜리의 패스에 이어 박스 안으로 쇄도한 장슬기의 왼발 슈팅이 골망을 시원하게 흔들었다. 우승 축포였다. 추가시간 7분을 굳건히 견뎌내며 2대0 승리, 마침내 우승이었다. 태극낭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며 환호했다.
경기 후 쿠팡플레이 중계진과의 인터뷰에서 지소연은 "우승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20년이 걸렸는데 너무 기쁘다. 홈에서 이렇게 우승하려고 여태까지 버틴 것같다. 너무 기쁘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우승 소감을 전했다. 직전 일본-중국전이 0대0으로 끝난 후 어떤 상황이었느냐는 질문에 지소연은 "신경 안쓸 수가 없었다. 신경쓰지 말고 우리 것하자고 했는데 다들 경기를 체크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대만전을 이기고 우승하면서 마무리해서 정말 기쁘다"고 했다. "베테랑 선수들이 버텨주고 있어서 어린 선수들도 자극받고 매경기 성장해주고 있다. 앞으로 더 좋은 팀이 만들어질 것같다"며 미래의 희망을 노래했다. "오늘 홈에서 비가 많이 오는데 찾아오신 팬분들께 감사드린다. 집에서 저희와 함께 뛰어주신 팬들께도 감사드린다"며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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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폭우 속 대한민국 여축이 수원 빅버드에서 20년 만의 우승 역사를 썼다.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고, 매순간 투혼을 불살랐던 대한민국 여자축구 '황금세대'와 미래 세대들의 피, 땀, 눈물이 보상받았다. 우승은 어느날 갑자기, 그렇게 선물처럼 찾아왔다.
수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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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김민정(인천현대제철), 류지수(세종스포츠토토), 우서빈(서울시청)
▶DF=구채현(창녕WFC), 고유진(인천 현대제철), 장슬기(경주한수원), 김미연(서울시청), 김혜리(우한 징다), 노진영(문경 상무), 추효주(오타와 래피드 FC), 김유리, 맹다희, 이민화(이상 화천KSPO)
▶MF=강채림(수원FC 위민), 김신지(AS로마), 문은주(화천KSPO), 이금민(버밍엄시티), 정민영(서울시청), 지소연(시애틀 레인 FC), 김민지(서울시청), 이은영(창녕WFC)
▶FW=정다빈(고려대), 케이시(엔젤시티 FC, 미국), 현슬기(경주한수원), 전유경(몰데FK, 노르웨이·중국전 부상 소집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