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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이 순간을 20년 기다렸다. 트로피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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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의 우승 시상식, 지소연은 '절친' 김혜리와 함께 1열에 서서 직접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캡틴' 이금민이 기꺼이 언니들에게 트로피 영접의 기회를 양보했다. '2010년 20세 월드컵'에서 함께 시상대에 섰던 지소연, 김혜리가 우승컵을 번쩍 들어올린 후 2열의 이금민 장슬기가 다시 한번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후배들이 번갈아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이금민은 "소연언니가 부탁을 좀처럼 하지 않는데 라커룸에서 부탁을 하시더라. 언니들이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려왔는지,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당연히 그렇게 했다"며 마음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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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1대1로 비긴 후 '이기면 우승'인 대만전에서도 그녀의 발끝은 어김없이 빛났다. 후반 25분, 강채림이 얻어낸 페널티킥 찬스, 20년 만의 우승 향방을 결정지을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서 '베테랑 강심장' 그녀가 두려움 없이 골대 앞에 우뚝 섰다. 낮고 빠른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다. 모든 경기, 모든 골이 역사인 '리빙레전드' 지소연의 A매치 169경기 74호골은 20년 만의 우승, 결승골이 됐다.
제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부담될 수밖에 없는 장면에서 그녀는 리더다웠다. 지소연은 "솔직히 나도 많이 떨렸다. 나도 차고 싶지 않았다. '자신 있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는데 아무도 대답을 안 하더라"며 자신이 키커로 나선 이유를 밝혔다. "다들 머뭇거리기에 내가 차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적극성을 갖고 차겠다면 기꺼이 키커 자리를 내줄 생각이었다. 이번엔 내가 찼지만, 앞으로 내가 아닌 프리키커나 페널티키커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후배들의 성장과 분투를 열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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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일본전 동점골의 주인공' 정다빈이 수차례 찬스를 놓치고 자책한 데 대해 지소연은 "자책할 필요가 있다"더니 "많이 실망스럽고 힘들 것이다. 하지만 아직 스무살 어린 선수이고 과정이다. 부족한 점을 보완해가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며 따뜻한 격려를 전했다. "11월 소집까지 베테랑도 어린 선수도 각자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해 기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개개인이 강해져야 대표팀이 강해진다. 11월 좀더 성장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만나자"고 독려했다. 한 번의 우승에 만족할 뜻은 없다. 내년 1월 호주아시안컵, 2027년 브라질여자월드컵에서 어린 후배들과 함께할 여자축구 최고의 순간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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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