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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7월 중순 막 내린 2025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출전한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의 키워드는 스리백이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2026년 북중미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강호에 대비한 플랜B 차원에서 스리백 카드를 실험했다. 홍명호표 스리백은 중국(3대0 승), 홍콩(2대0 승), 일본(0대1 패)전 3경기에서 1실점 선방하며 수비적으론 군더더기 없어 보였지만, 전반전으로 실험 기간이 짧은 탓인지 대표팀에 꼭 맞는 옷이라곤 보기 어려웠다. 특히, 우승 결정전이었던 한-일전에선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식 스리백과는 디테일면에서 다소 차이를 보였다. 일본의 스리백은 공격적이었고, 동적이었다. 공격 성향이 짙은 양 윙백은 호시탐탐 한국 수비 뒷공간을 노렸다. 공격진은 계속해서 자리를 맞바꾸며 한국 수비진에 혼란을 야기했다. 스리백은 폭넓은 지역을 효율적으로 방어했다. 전반 8분 공격에 가담한 윙백 소마 유키가 문전 크로스로 공격수 저메인 료의 선제골을 이끌었다. 한국은 후반에 들어 상대를 몰아치는 타이밍엔 경기 양상이 달라졌지만, 전반만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고, 정적이었다. 양 윙백은 상대 뒷 공간을 활용하지 못했고, 윙백끼리의 피지컬 대결에서도 밀리기 일쑤였다. 공격수 주민규는 전방에 고립됐고, 센터백 세 명은 '수비적인 수비'에 치중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산프레체히로시마를 이끌고 J리그를 제패하던 시절부터 '스리백 신봉자'였다. 일본 대표팀에선 2020년부터 스리백과 포백을 번갈아 활용하기 시작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리백을 다졌다. 반면 홍 감독은 포백을 기반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썼고, 울산의 K리그1 2연패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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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포백에 익숙한 풀백 성향의 선수를 윙백으로 쓰는 것과 윙백 역할에 익숙한 선수를 윙백에 배치하는 게 전술을 운용하는데 매끄럽다. 풀백과 윙백의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 스리백과 포백 체제에선 센터백과 중앙 미드필더의 역할도 당연히 다르다. 오직 대표팀을 위해 전술 변화를 고려하란 얘기가 아니다. 리그 내 다양한 전술은 하향평준화된 리그의 질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 스리백과 포백, 투톱과 스리톱이 얽히고설키는 과정은 필히 더 나은 전술, 더 뛰어난 시스템에 대한 지도자의 고민으로 이어진다. 동시에 대표팀 운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홍 감독 입장에선 소속팀에서 스리백의 측면을 맡는 이탈리아의 왼발잡이 센터백 알레산드로 바스토니(인터밀란)과 같이 최적화된 수비수가 있다면, 팀을 이끌기가 더 수월해진다. 전술에 정답은 없지만, 현재 K리그에선 포백이 정답처럼 여겨지는 듯하다. 지도자들은 스리백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공격적이고 다이내믹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수비 숫자를 줄인 포백 전술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얼마나 지루해질 수 있는지는 우리 모두가 최근 K리그 경기장에서 심심찮게 목격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울산의 스리백 전환 시도는 반갑다. 포항의 변형 스리백 시도도 반갑다. 더 많은 K-레버쿠젠, K-크리스탈팰리스, K-인터밀란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래야 리그가 살 찌고, 대표팀도 건강해진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