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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리그 45% VS K리그 16%' 왜 K-레버쿠젠·K-인터밀란이 등장하지 않는걸까? 고민이 필요한 때

기사입력 2025-07-23 04:46


'J리그 45% VS K리그 16%' 왜 K-레버쿠젠·K-인터밀란이 등장…
15일 오후 경기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한국과 일본의 경기. 모리야스 감독이 홍명보 감독과 경기 전 포옹하고 있다. 용인=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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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리그 45% VS K리그 16%' 왜 K-레버쿠젠·K-인터밀란이 등장…
사비 알론소 레알마드리드 감독이 6월 알힐랄과의 클럽월드컵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알론소 감독은 레버쿠젠 사령탑 시절 공격적인 스리백 전술을 앞세워 바이에른뮌헨을 꺾고 분데스리가에서 우승한 바 있다.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7월 중순 막 내린 2025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출전한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의 키워드는 스리백이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2026년 북중미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강호에 대비한 플랜B 차원에서 스리백 카드를 실험했다. 홍명호표 스리백은 중국(3대0 승), 홍콩(2대0 승), 일본(0대1 패)전 3경기에서 1실점 선방하며 수비적으론 군더더기 없어 보였지만, 전반전으로 실험 기간이 짧은 탓인지 대표팀에 꼭 맞는 옷이라곤 보기 어려웠다. 특히, 우승 결정전이었던 한-일전에선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식 스리백과는 디테일면에서 다소 차이를 보였다. 일본의 스리백은 공격적이었고, 동적이었다. 공격 성향이 짙은 양 윙백은 호시탐탐 한국 수비 뒷공간을 노렸다. 공격진은 계속해서 자리를 맞바꾸며 한국 수비진에 혼란을 야기했다. 스리백은 폭넓은 지역을 효율적으로 방어했다. 전반 8분 공격에 가담한 윙백 소마 유키가 문전 크로스로 공격수 저메인 료의 선제골을 이끌었다. 한국은 후반에 들어 상대를 몰아치는 타이밍엔 경기 양상이 달라졌지만, 전반만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고, 정적이었다. 양 윙백은 상대 뒷 공간을 활용하지 못했고, 윙백끼리의 피지컬 대결에서도 밀리기 일쑤였다. 공격수 주민규는 전방에 고립됐고, 센터백 세 명은 '수비적인 수비'에 치중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산프레체히로시마를 이끌고 J리그를 제패하던 시절부터 '스리백 신봉자'였다. 일본 대표팀에선 2020년부터 스리백과 포백을 번갈아 활용하기 시작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리백을 다졌다. 반면 홍 감독은 포백을 기반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썼고, 울산의 K리그1 2연패를 이끌었다.

한-일 양국 스리백의 어울림 정도가 달라보였던 이유 중엔 각국 리그 사정도 빼놓을 수 없다. 한때 K리그를 대표하는 전술이 스리백이던 시절도 있었으나, 세계 전술 트렌드에 발맞춰 최근 K리그에서 스리백을 활용하는 팀은 찾기가 어려워졌다. 올 시즌 꾸준히 스리백을 쓰는 팀은 대구 정도이고, 디펜딩 챔피언 울산은 2025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부터 스리백으로 갈아탔다. 12팀 중 2팀, 스리백 활용 비율은 약 16.7%에 그친다. 한-일전에서 선발로 뛴 한국의 K리거 중 소속팀에서 스리백을 쓰는 선수는 없었다. 이는 윙백을 맡은 김문환(대전) 이태석(포항)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까닭이기도 하다. 반면 일본의 베스트일레븐 중 단 2명을 제외한 9명이 소속팀(산프레체, 가시와, 나고야, 마치다 등)에서 스리백을 쓴다. 윙백 소마와 헨리 모치즈키(이상 마치다젤비아)가 자연스럽게 대표팀에 녹아들어 제능력을 발휘한 이유다. 올 시즌 J리그 20개팀의 주 포메이션을 살폈더니, 45%에 해당하는 9개팀이 스리백을 주력으로 활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는 팀까지 포함하면, 60%(12개팀)로 늘어난다. 가시와는 공격적인 스리백으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고, 가시와 소속 공격수 가키타 유타와 수비수 고가 다이요는 한-일전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J리그 45% VS K리그 16%' 왜 K-레버쿠젠·K-인터밀란이 등장…
7일 축구대표팀이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동아시안컵 중국과 첫 경기를 펼쳤다. 경기 지켜보는 홍명보 감독. 용인=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2025.07.07/
K리그에선 언젠가부터 스리백이 '수비적'이라는 이유로 기피하는 경향이 생겼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점유율보단 빠른 트랜지션과 역습이 유행하면서 덩달아 스리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3-4-2-1 포메이션을 활용한 횟수는 2022~2023시즌 64회에서 2023~2024시즌 71회, 2024~2025시즌 117회로 가파르게 늘었다. 울버햄튼의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은 지난시즌 도중 부임해 3-4-2-1 포메이션으로 팀의 안정적인 잔류를 이끌었다. 토트넘 사령탑으로 부임한 토마스 프랭크 감독은 브렌트포드 시절 스리백(3-5-2)을 즐겨 썼다. 사비 알론소 감독은 바이어레버쿠젠을 이끌던 시절 '공격적인 스리백' 전술로 바이에른뮌헨의 우승 천하를 끝냈고, 시모네 인자기 감독이 지휘하던 인터밀란은 '안정적인 스리백' 전술로 2024~2025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무래도 포백에 익숙한 풀백 성향의 선수를 윙백으로 쓰는 것과 윙백 역할에 익숙한 선수를 윙백에 배치하는 게 전술을 운용하는데 매끄럽다. 풀백과 윙백의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 스리백과 포백 체제에선 센터백과 중앙 미드필더의 역할도 당연히 다르다. 오직 대표팀을 위해 전술 변화를 고려하란 얘기가 아니다. 리그 내 다양한 전술은 하향평준화된 리그의 질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 스리백과 포백, 투톱과 스리톱이 얽히고설키는 과정은 필히 더 나은 전술, 더 뛰어난 시스템에 대한 지도자의 고민으로 이어진다. 동시에 대표팀 운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홍 감독 입장에선 소속팀에서 스리백의 측면을 맡는 이탈리아의 왼발잡이 센터백 알레산드로 바스토니(인터밀란)과 같이 최적화된 수비수가 있다면, 팀을 이끌기가 더 수월해진다. 전술에 정답은 없지만, 현재 K리그에선 포백이 정답처럼 여겨지는 듯하다. 지도자들은 스리백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공격적이고 다이내믹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수비 숫자를 줄인 포백 전술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얼마나 지루해질 수 있는지는 우리 모두가 최근 K리그 경기장에서 심심찮게 목격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울산의 스리백 전환 시도는 반갑다. 포항의 변형 스리백 시도도 반갑다. 더 많은 K-레버쿠젠, K-크리스탈팰리스, K-인터밀란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래야 리그가 살 찌고, 대표팀도 건강해진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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