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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6만4773명이 운집한 상암벌은 단 한 인물을 위한 거대한 극장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인정한 토트넘 레전드 손흥민의 '라스트댄스'가 그라운드를 수놓았다.
손흥민은 2015년 8월 토트넘에 둥지를 틀었다. 10년 동행이 드디어 막을 내린다. 그는 EPL의 아시아 축구 역사를 새롭게 섰다. 2019년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정상 등극에 실패했지만 2020년에는 번리전 72m 원더골로 국제축구연맹(FIFA) 푸슈카스상의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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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2015~2016시즌 EPL 데뷔 이후로 좁히면 더 대단한다. 손흥민보다 더 많은 골과 도움을 기록한 선수는 살라(270개)와 해리 케인(231개) 뿐이다. 손흥민은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케인과도 치명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둘은 47골을 합작했다. EPL 역대 공격조합 부분에서 1위에 올라 있다.
그래서 달랐다. 토마스 프랭크 토트넘 감독은 '레전드 대우'를 약속했다. 그는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할 것이다. 최종 경기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구단에서 대우를 해주고 존중받을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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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왼쪽 날개로 출격했다. 마티스 텔이 원톱에 포진한 가운데 브레넌 존슨이 오른쪽 날개에 섰다.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파페 사르, 수비형에는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아치 그레이가 호흡했다. 포백에는 벤 데이비스, 케빈 단소, 크리스티안 로메로, 페드로 포로가 늘어섰고, 골문은 안토닌 킨스키가 지켰다.
뉴캐슬은 토트넘 시절 손흥민의 단짝이었던 키어런 트리피어를 비롯해 브루노 기마랑이스, 하비 반스, 앤서니 고든, 댄 번, 조엘리통 등이 총 출동했다.
시축도 감동이었다. 손흥민의 절친인 배우 박서준이 나섰다. 그는 "손흥민의 긴 토트넘 여정에 밤잠을 많이 설치고, 감사하고, 즐거웠고, 행복했다"고 했다. 그의 시축은 손흥민에게 향했고, 볼을 잡은 손흥민은 박서준과 포옹하며 미소를 지었다. 또 한 명의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국가대표 후배인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손흥민의 토트넘 마지막 경기를 직관했다.
손흥민은 '함성'을 몰고 다녔다. 전반 3분 토트넘의 선제골이 일찌감치 터졌다. 케빈 단소가 압박으로 따낸 볼이 존슨의 발끝에 걸렸다. 그의 오른발 슈팅은 뉴캐슬 수비수 댄 번 맞고 굴절되면 그대로 골망에 꽂혔다.
존슨은 손흥민 헌정 세리머니를 펼쳤다. 트레이드 마크인 '찰칵 세리머니'로 손흥민을 미소짓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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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경기 초반 두 차례 오프사이드에 걸렸다. 전반 16분에는 텔이 뉴캐슬 수문장 닉 포프와 1대1 찬스를 맞았지만 선방에 막히며 추가골 기회를 놓쳤다.
손흥민은 전반 30분 트리피어와의 경합 과정에서 파울을 얻어냈다. 트리피어는 경고를 받았다. 7분 뒤에는 포로의 환상적인 패스를 받아 첫 슈팅으로 연결했다. 그러나 손흥민의 발을 떠난 볼은 상대 수비에 걸렸다.
뉴캐슬의 동점골은 전반 37분 터졌다. 고든의 패스를 받은 반스가 포로를 앞에 두고 오른발로 골네트를 갈랐다. 전반 40분에는 기마랑이스와 로메로가 충돌했다. 조엘리통이 가세하면서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손흥민이 제지하면서 더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았고, 전반은 1-1로 막을 내렸다.
후반 8분 고든의 골이 오프사이드가 선언된 가운데 손흥민의 토트넘 시계는 63분에서 멈췄다. 프랭크 감독은 손흥민을 모하메드 쿠두스와 교체했다.
손흥민은 토트넘 동료들은 물론 뉴캐슬 선수들과도 포옹했다. 양팀 선수들은 두 줄로 도열, '인간 터널'을 만들었다. 신고식이 아닌 '인디안밥 고별식'으로 손흥민의 미래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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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그라운드를 비우자 한국 축구의 미래가 출연했다. 팀 K리그를 상대로 교체 출전한 수원 삼성 출신의 2007년생 박승수(뉴캐슬)가 후반 31분 투입됐다. 손흥민의 응원가는 후반 35분 다시 한번 그라운드를 휘감았다. 양민혁은 후반 41분 그라운드를 밟았고,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마침표였다. 토트넘과 뉴캐슬은 1대1로 비겼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전설로 역사에 남았다.
손흥민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 FC 이적이 임박했다. 미국행을 이미 암시했다. 그는 새 팀 선택의 기준을 묻는 질문에 "월드컵이 가장 중요하다. 나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행복하게 추구할 수 있는 곳이 내가 앞으로 선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그 마음을 정리하는 데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의 새로운 미래도 시작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