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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 핵심 듀오의 공백을 지운 건 K리거였다. 뛰는 무대는 달라도 '폼'이 좋은 선수가 대표팀에 얼마든지 기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동경은 '천재 미드필더'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대체자격으로 이날 홍명보표 3-4-2-1 포메이션의 오른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홍 감독은 미국전 준비 과정에서 발목 통증을 호소한 이강인을 이날 벤치에 앉혀두고 이강인과 같은 왼발잡이 테크니션인 이동경에게 공격의 한 축을 맡겼다. 이강인은 후반 18분 이동경과 교체투입해 27분 남짓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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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엔 백승호의 예리한 침투패스를 받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주발이 아닌 오른발로 슛을 시도해 선제골을 노렸다. 이동경의 발을 떠난 공은 상대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동경이 첫 슈팅을 쏘는 과정에서 백승호(버밍엄 시티)에게 패스를 연결해준 선수는 미드필더 김진규(전북)였다. 김진규는 종아리 부상으로 낙마한 황인범(페예노르트)의 대체자로 이날 기회를 잡았다. 백승호와 함께 중원을 지키면서 전방위적인 패스를 뿌려주는 '연결자' 역할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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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전반 18분 이재성의 뒷공간 침투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침착한 왼발슛으로 선제골을 가르며 앞서갔다. 그리고 전반이 끝나기 전인 43분 추가골을 갈랐다. 김진규와 이동경이 관여한 골이었다. 상대 파이널 서드 지역에서 공을 잡은 김진규는 후방으로 가는 척 하다가 상대 골문 쪽으로 방향을 틀어 순식간에 미국 선수 두 명의 마크를 따돌렸다. 그런 다음 노마크 상황에 놓인 손흥민의 위치를 확인한 뒤 전진패스를 찔렀다. 김진규의 무브먼트와 패스로 미국 수비 진영엔 갑자기 긴장감이 고조됐다. 공을 잡은 손흥민은 이재성과 이대일 패스로 수비벽을 허물었고, 달려나온 골키퍼를 피해 옆에 있는 이동경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이동경은 소위 '왼발각'이 잡히지 않는 위치에서 감각적인 왼발 뒷발 슛으로 득점했다.
'미션'을 완수한 이동경 김진규는 팀이 2-0 리드한 후반 18분 각각 이강인 옌스 카스트로프(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와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7월 동아시안컵 활약을 바탕으로 9월 A매치 명단에도 승선한 1997년생 동갑내기와 중원 장악에 힘쓴 백승호 등 '97 라인'은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에 새로운 가능성을 선물했다. 홍 감독은 1일 미국 출국을 앞두고 "좋은 팀들을 상대로 어떤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 준비할 수 있는 경기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