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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내 심기를 건드려?" 벤투 7달만에 날렸던 노팅엄의 독재자, '수뇌부 저격' 누누 개막 3경기만에 '칼 경질'[공식발표]

기사입력 2025-09-09 17:11


"감히 내 심기를 건드려?" 벤투 7달만에 날렸던 노팅엄의 독재자, '수…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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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손흥민 스승인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노팅엄 포레스트 감독을 향해 칼을 휘두른 건 유럽 축구계의 대표적인 괴짜 구단주인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였다.

노팅엄은 9일(한국시각) 공식 채널을 통해 '구단은 최근 상황에 따라 산투 감독을 오늘 자로 감독직에서 해임한다. 노팅엄에서 매우 성공적인 시기를 보낸 누누 감독의 기여, 특히 2024~2025시즌에 보여준 역할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는 클럽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지난 시즌 우리 성공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사람으로서, 누누 감독은 우리 여정에서 항상 특별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누누 감독은 2025~2026시즌 개막 후 3경기만에 경질 통보를 받았다. 올 시즌 '1호 경질 사령탑'이다. 9월 국제축구연맹(FIFA) 데이 도중 발표는 충격이라는 반응이다. 누누 감독은 지난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7위를 차지하며 구단에 30년만의 유럽클럽대항전 티켓을 선물했다. 새 시즌 개막 이후에도 EPL 3경기에서 1승1무1패 승점 4로 중위권인 10위를 달렸다. 이렇다 할 영입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리스 출신 마리나키스 구단주는 개막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경질 버튼을 눌렀다.


"감히 내 심기를 건드려?" 벤투 7달만에 날렸던 노팅엄의 독재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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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5월, 누누 감독과 마리나키스 구단주는 그라운드 위에서 정면충돌했다. 노팅엄이 레스터시티와 리그 경기에서 2대2로 비긴 이후에 벌어진 일이다. 관중석에서 그라운드로 내려온 마리나키스 구단주는 누누 감독을 향해 돌진했다. 분노로 가득한 표정으로 한참동안 설전을 벌였다. 대중은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에 놀라움을 표했다. 게리 네빌은 "스캔들"이라고 표현했다. 당사자가 나란히 해명하며 사태는 잦아들었지만, 둘 사이에 금이 가고 있다는 신호였다.

아스널에서 스포츠디렉터 에두를 영입한 이후로 누누 감독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었다. 누누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적 전략을 지휘하는 수뇌부를 공개 저격했다. 선수단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마리나키스 구단주와 관계가 예전만큼 좋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현지 매체는 '누누 감독의 퇴단은 시기의 문제'라고 봤다.

가족 재산이 30억파운드(약 5조6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마리나키스 구단주는 지금까지 그리스 올림피아코스, 노팅엄 등 소유한 구단을 독재자처럼 운영했다. 파울루 벤투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2016년 8월 마리나키스 구단주가 이끄는 올림피아코스 사령탑을 맡아 7개월만인 2017년 3월 돌연 경질됐다. 올림피아코스는 벤투 감독이 경질될 당시 그리스슈퍼리그에서 승점 7점차로 선두를 달리고, 유로파리그 16강에 진출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팀이 공식전 3연패를 당한 후 기자회견에서 스쿼드의 약점을 지적한 것이 경질의 발단이었다.


"감히 내 심기를 건드려?" 벤투 7달만에 날렸던 노팅엄의 독재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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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키스 구단주는 2017년 그리스 축구계를 뒤흔든 승부조작 사건에서 사건 연루자로 기소되었지만 2018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밖에 그리스 심판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가게에 대한 폭탄 테러, 마약 밀매 사건 등에도 연루되었다고 의심을 받았지만, 한번도 유죄를 선고받지 않았다.

엄청난 승부욕의 소유자로 알려진 마리나키스 구단주는 심판들과 자주 충돌했다. 2021년 그리스슈퍼리그는 심판에 언어적 폭력을 가한 마리나키스 구단주에게 5개월 출임금지 징계를 내렸다. 지난시즌 맨시티전에선 심판들이 지나갈 때 바닥에 침을 뱉는 부적절한 행동으로 5경기 출입금지 징계를 받았다. 마리나키스는 '스캔들' 발언을 한 네빌 위원의 홈구장 출입을 금지했다.


올림피아코스는 벤투 감독 경질 후 8년간 10명의 감독을 교체했다. 누누 감독의 경질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한국 축구엔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2022년, 당시 소속팀 루빈 카잔에서 뛰던 황인범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그때 마리나키스 구단주가 적극적으로 나서 황인범을 올림피아코스로 데려왔다. 올림피아코스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황인범은 츠르베나 즈베즈다를 거쳐 2024년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 입단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편, 노팅엄은 누누 전 감독 후임으로 '손흥민 스승' 엔지 포스테코글루 전 토트넘 감독, 조세 모리뉴 전 페네르바체 감독, 마르코 실바 풀럼 감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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