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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전북 현대의 '라 데시마'(10번째 우승)를 이끈 거스 포옛 감독이 이번 우승을 가장 큰 성과라고 자부했다.
전북은 지난 1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33라운드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2대0 승리하며 승점 71을 기록, 잔여 5경기를 남겨두고 2위 김천 상무(승점 55)과의 승점차를 16으로 벌리며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이어 "전북 감독이 된 이후에 첫 두 달 동안 느낀 감정은 '전북이 지난시즌 참 힘들었구나'였다. 전술적으로나 공격, 수비를 해나가는 방식은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기존에 잘 몰랐던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을 오히려 바꾸기 더 어려웠다. 시즌 중 선수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고, 받아들이는 순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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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북 공격수 이승우가 과거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사생활은 철저히 보장했다. "프로 선수로서의 생활과 사생활은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나와 같이 훈련장에 있을 땐 선수들이 감독인 내 말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훈련이 끝난 후 오후 5시, 6시에는 선수들을 더이상 통제할 수 없다. 일절 터치를 하지 않으니까 선수들이 좀 좋아하는 것 같긴 하다"라고 말했다.
우승으로 향하는 과정에서는 고비도 있었다. 포옛 감독은 반등포인트로 두 가지 순간을 꼽았다. "안양전(1대0 승)에서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해 다음 대전전(2대0 승)에 선발 5~6명 정도를 변화를 줬다. 두번째 순간은 (22경기)무패 행진이 끊긴 포항 원정경기다. 강원과의 중요한 코리아컵 준결승 2차전을 앞두고 기록이 깨져 '전북이 기세가 꺾여 앞으로 힘들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강원을 상대로 승리했고, 울산과의 중요한 더비에서도 2골을 넣고 승리했다"라고 말했다.
포옛 감독은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펼친 안양전에 대해 구체적으로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 당시 1등이었던 대전전을 앞두고 여전히 베스트일레븐을 찾는 중이었다. 수비적인 전술은 내가 좋아하는 축구 스타일은 아니지만, 다른 선수를 투입하면서 새로운 축구를 시도하려고 했던 것 같다. 선수들한테도 그렇게 말했지만 딱 그 한 경기를 이기기 위한 '미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첼시에서 4년을 뛰면서 많은 트로피를 들었지만 프리미어리그는 차지하지 못했다. 항상 아름다운 축구를 보여주려고 했다. 우승을 하려면 1대0 스코어로 꾸역꾸역 승리하는 경기도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K리그가 처음인 포옛 감독에겐 전주라는 도시만큼이나 상대하는 팀들도 낯설 수 밖에 없었다. 그는 "감독으로서 많이 배웠다. 몇 팀 정도는 공격 형태와 수비 형태가 달랐다. 경기 중 3번씩 포메이션을 바꾸는 팀도 있었다. 그에 맞게 변화를 가져가야 했다"며 "제가 다른 팀 감독이 되어 전북을 상대하면 어떨까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내가 다른 팀 감독이라면 전북을 상대로 훈련을 짜기가 쉬울 것 같았다. 4-3-3 포메이션도 똑같고, 선수 변화도 없어서다. 상대팀마다 포메이션이 달라서 훈련 세션에 대해 변화를 가져가야했던 점은 어려웠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직접 경험한 K리그의 수준에 대해선 "공격쪽에서 기술적인 선수가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에 그런 선수들이 많이 포진했다. (그런 선수가 많으면)골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팬들은 반길만한 일이다. 하지만 난 조금 다르게 실용적인 스타일이다. 4대3 보단 1대0 스코어를 선호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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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후보를 한 명 뽑아달라는 질문에 "한 명만 고르긴 어렵지만, 주장 박진섭이다. 좋은 리더다. 지난시즌 플레이오프가 끝난 후 박진섭 영상을 봤다. 책임감을 느꼈는지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다. 좋은 리더인 것 같아서 주장직을 이어가달라고 요청했고, 고민을 하더니 주장을 계속 해보겠다고 답했다. 우리 코치 사단도 기뻐했다. 박진섭은 좋은 선수이고 모범을 보여주는 선수다. 주장으로 트로피를 들만한 자격이 충분했다. 지난시즌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뛴 선수가 이번에 우승 트로피 들 줄 누가 알았겠냐. 인생 모른다"라고 했다.
스플릿라운드와 다음시즌 목표에 대해선 "다른 팀을 위해 공평하게 경기를 준비할 생각이다. 선발 자리에 1~2명 정도는 바꿀 수 있다. 마지막 2경기를 남겨두곤 코리아컵 결승전에 대비해야 한다. 내년엔 경쟁력있는 축구를 약속드리겠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포옛 감독은 미디어데이를 하루 앞둔 21일 SNS에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과 관련해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제재금 300만원 징계를 받았다. 포옛 감독은 지난 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전북전을 마치고 전진우(전북)가 제주 수비수 장민규에게 발목이 밟혀 그라운드에 쓰러진 장면을 개인 SNS에 공유했다. 'Not penalty, Not VAR, Not words'(페널티킥을 안 주고, VAR도 안 보고, 말도 못 한다)라는 글도 남겼다. 연맹은 심판 판정에 대한 부정적 언급을 규정으로 제재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14일 심판 평가 패널 회의를 통해 해당 장면을 오심이라고 인정했다.
포옛 감독은 '제재금 600만원 이상, 또는 5경기 이상 출장정지 징계'를 당하면 올해의 감독상 후보에서 제외되는 규정을 피해 올해의 감독상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포옛 감독은 이번 징계에 대해선 "이미 지나간 일이다. 노 코멘트"라고 말을 아꼈다.
상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