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군 복무 마친 석현준, 이제야 말할 수 있다…"지난 2년은 반성의 시간, 신인의 마음으로 K리그 도전"

기사입력 2025-10-29 19:47


[단독인터뷰]군 복무 마친 석현준, 이제야 말할 수 있다…"지난 2년은 …
석현준. 사진=윤진만 기자yoonjinman@sportschosun.com

[단독인터뷰]군 복무 마친 석현준, 이제야 말할 수 있다…"지난 2년은 …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2차전 한국 대 라오스의 경기가 3일 오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렸다. 석현준이 후반 네번째 골을 넣은 후 세리머니를 하는 가운데 기성용이 달려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화성=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9.03/

[단독인터뷰]군 복무 마친 석현준, 이제야 말할 수 있다…"지난 2년은 …
출처=석현준 인스타그램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9월에)군 복무 마치고 남양주FC 소속으로 경기 뛰고 훈련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날이 부쩍 쌀쌀해진 28일 서울 모처에서 마주 앉은 전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석현준(34)은 검은색 운동복 차림에 짧은 스포츠머리를 하고 있었다. 유럽에서 뛰던 시절보다 몸 관리에 더 신경을 쓴다는 그의 말처럼, 내일 당장 프로 경기에 뛰어도 될 정도로 몸이 날렵해보였다. 석현준은 "군 복무를 하면서 내가 축구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라고 했다. 현재는 과거의 미래, 석현준의 전역 후 계획이 궁금했지만, 그러기 위해선 시계를 과거로 먼저 돌려야 했다.

당시 만 28세였던 석현준은 국외 여행 허가를 받은 뒤 허가 기간 내 미귀국해 병역법 94조(국외여행허가 의무)를 어겼다는 혐의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병역은 한국에서 민감한 이슈 중 하나. 축구계는 발칵 뒤집혔다. 석현준은 논란 당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입장을 속시원히 밝히지 않았다. 그는 "당시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러나 그땐 모든 게 명확하지 않아 입장 표명을 할 수 없었다. 그 점에 대해선 너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후회도 많이 된다"라고 털어놨다. 잠시 뜸을 들인 뒤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뗐다. "무조건 입대하겠다는 생각이었던 건 분명하다. 여기저기서 말이 나온 것처럼 회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2017~2018시즌 상주 상무(현 김천 상무) 입대를 준비했다. 국군체육부대 입대를 위해선 다른 K리그 팀에서 뛰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실제로 감사하게도 몇몇 K리그 구단으로부터 좋은 조건의 제안도 받았다. 그런데 시즌을 앞둔 휴식기에 임대팀이었던 트루아가 나를 완전영입하려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2부로 강등되면 영입하지 않기로 사전에 합의된 내용을 깼다. 내가 직접 트루아에 군대를 가야 하는 사정, 나를 영입하면 군대에 갈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협조 메일을 보냈다. 트루아 단장은 '알았다'라고 회신했다"라고 했다. 석현준은 휴대전화를 꺼내 당시 트루아 관계자와 주고받은 메일을 직접 보여줬다. 법원에 제출한 증거이기도 하다.


[단독인터뷰]군 복무 마친 석현준, 이제야 말할 수 있다…"지난 2년은 …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펼쳤다. 경기 종료 후 승리를 기뻐하고 있는 석현준.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10.12/
하지만 프랑스 클럽 트루아는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석(Suk)이 이틀 내로 구단에 합류하지 않으면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소하겠다. 위약금을 청구할 것이다. 당장 들어오라'라는 내용이 담긴 '내용 증명'을 보내며 이적을 밀어붙였다. 그리고는 두 달 뒤인 8월 같은 프랑스 클럽 스타드 랭스로 이적시키면서 트루아가 포르투에 지불했던 이적료의 두배가 넘는 차액을 챙겼다. 석현준이 계약을 파기할시 물어야 할 위약금은 대략 100억원 수준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석현준은 "위약금을 갚을 여력이 되지 않았고, FIFA 제소 얘기에 선수 생명이 위험해질 것 같다는 생각에 덜컥 겁도 났다. 변호사와 상의 끝에 일단 트루아로 향했다. 어떻게든 현지에서 대화로 풀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내 잘못이 있는 건 확실하다. 포르투갈에서 주가를 높이던 2016년 포르투와 4년 반짜리 장기 계약을 한 게 첫 번째 실수, 그리고 구단들과 군대 문제를 잘 풀지 못한 게 두 번째 실수였다"라고 말했다.

석현준은 병무청에 (랭스와)계약한 기간까지만 입대 시점을 미뤄줄 것을 읍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모든 사람이 다 사정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병역 기피, 병역 회피라는 말이 나왔지만, 군대를 가려고 했던 건 진심이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재판에 넘겨진 석현준은 2023년 6월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으나, 그해 10월 항소심은 석현준이 제출한 증거를 토대로 군대에 가려는 의지가 있었으나 허가 기간 내 귀국 의무를 어긴 점(병역법 위반)을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감형했다. 석현준은 2023년 귀국해 1년간 법이 내린 처벌을 받고, 2023년 12월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해 지난 9월 1년 9개월의 복무를 끝마쳤다. 그는 "지난 2~3년간 너무나 큰 인생 공부를 했다. 반성도 많이 하고 모든 일에 정직하고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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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석현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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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석현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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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석현준 인스타그램
축구공 덕에 큰 성공을 거둔 석현준은 축구공 때문에 커리어의 큰 위기를 맞았다. 아직도 축구가 좋을까? 그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옛 시절이 문뜩 떠오른다. 요즘처럼 쌀쌀한 시기는 유럽에서 한창 뛰고 있을 때다. 그라운드가 그립고,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뛰는 순간이 그립다"라고 토로했다.

석현준은 19세였던 2010년 가방 하나를 메고 네덜란드로 떠나 당돌하게 아약스 입단 테스트를 요청한 순간부터 흐로닝언, 마리티무, 알 아흘리, 나시오날, 비토리아 세투발, 포르투, 트라브존스포르, 데브레첸, 트루아, 랭스를 거쳐 사회복무요원으로 K4리그 소속 남양주에서 뛴 올해까지 15년간 오로지 축구공 하나만 바라봤다. 한 살 어린 손흥민(LA FC)이 함부르크에서 월드클래스의 꿈을 키워나갈 때, 석현준은 손흥민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기만의 커리어를 개척했다.

큰 키(1m90)에 빠른 발을 지니고, 사교성이 좋은 석현준은 어느 팀에서나 환영을 받았다. 세투발에서 전반기에 포르투갈 리그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던 2016년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클럽이었던 선덜랜드, 뉴캐슬, 세리에A 클럽 아탈란타 등의 러브콜을 받았다. 루이스 수아레스(인터 마이애미), 이케르 카시야스(은퇴), 크리스티안 에릭센(볼프스부르크), 후벵 네베스(알 힐랄), 브라이언 음뵈모(맨유), 가브리엘 마갈량이스(아스널) 등과 같이 뛰었다. 석현준은 "수아레스는 관중석에서 보면 잘한다는 느낌이 별로 없는데, 1년간 같이 뛰어보면서 확실히 다른 클래스를 가진 선수라는 걸 느꼈다. 그때 축구를 좀 더 배울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라고 했다. 지난여름 '1000억짜리 선수'가 된 음뵈모는 트루아 시절 '아끼던 동생'. 신인 시절부터 피지컬이 남달랐다고 회상했다.


유럽 진출의 꿈을 이뤄준 아약스는 마음속 최고의 클럽이고, 포르투갈은 석현준이 한국 다음으로 사랑하는 국가다. 유독 포르투갈과 궁합이 좋았다. 현재 황희찬(울버햄튼) 소속팀 감독인 포르투갈 출신 비토르 페레이라는 알 아흘리(사우디)에 '제자' 석현준을 데려갈 정도로 유달리 좋아했다.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전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 감독도 대표팀 감독 시절 석현준을 높이 평가했다.


[단독인터뷰]군 복무 마친 석현준, 이제야 말할 수 있다…"지난 2년은 …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 선수들이 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카타르와 이란으로 이어지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3, 4차전을 향한 첫 훈련을 펼쳤다. 런닝으로 회복훈련을 하는 선수들의 모습.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10.03/

[단독인터뷰]군 복무 마친 석현준, 이제야 말할 수 있다…"지난 2년은 …
이처럼 꿈 같은 유럽 커리어는 이제 과거, 석현준은 다음 챕터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다시 뛰고 싶다. 다른 나라를 갈 수도 있겠지만, 내 마지막 남은 꿈은 K리그에서 뛰는 것이다. 한국 팬분들에게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경기장 밖에서도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남양주FC에서 석현준이 뛰는 모습을 지켜본 한 축구계 관계자는 "바로 프로에서 통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았다. 괜히 유럽 상위리그에서 뛴 게 아니더라"라고 혀를 내둘렀다.

석현준은 "어느정도 이야기가 진행되는 K리그 클럽"이 있고, "꼭 그 팀에서 뛰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귀띔했다. 아직 이적 절차가 남아 팀명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만약 '이야기가 진행되는 팀'에 정식 입단한다면, 내년엔 한국나이 서른다섯에 신인으로 데뷔하게 된다. 석현준은 "(어린선수들과 같이 뛰는 것이)물론 부담스럽지만, 몇 년간의 공백기 동안 K리그에서 뛰는 건 내가 늘 꿈꿔왔던 일이었다. 어린 아이들에게 아빠가 축구선수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어떤 일도 감사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경기장 안팎에서 성실한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아직은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는 게 좋아 따로 은퇴 시점을 정하지 않았다고 석현준은 덧붙였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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