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최초의 시도민구단은 대구FC였지만, 시도민구단의 대표는 대전 시티즌이었다.
1997년 창단한 대전 시티즌은 2006년 시민주 공모를 통해 시민구단으로 전환됐다. K리그의 한축이었던 시도민구단의 얼굴로 10여년간 중심에 섰다. 하지만 '가난한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은 부자 기업구단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부정적인 이슈 마다 중심에 서며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물론 대구, 인천 등이 시도민구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대전은 시도민구단의 한계를 가장 명확히 보여준 팀이었다.
2020년 물줄기를 바꿨다. 하나금융그룹에 인수되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름도 대전하나시티즌으로 바꿨다. 최초의 역사를 쓴 팀 답게 처음으로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전환하는 사례를 만들었다. 생존에 초점을 맞췄던 지난 날들과 달리, K리그 최고, 그리고 세계로 눈을 돌렸다. '국내 무대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명문 구단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2025년, 마침내 '글로벌 명문 구단'을 향한 여정의 중요한 일대 전환점을 마련했다. 대전은 2025시즌, 18승11무9패, 승점 65를 기록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창단 후 K리그1에서 쓴 최다 승점, 최다승, 그리고 최고 성적이었다. 준우승팀에게 메달이나 트로피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전에게는 무척이나 특별한 성과다. 이제 우승에 성큼 다가섰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
대전의 힘은 역시 엄청난 투자다. 대전의 머니파워는 '정성기' 전북 현대를 연상케 할 정도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투자와 스타 선수들이 성적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UAE 거부' 만수르가 인수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시티도 돈을 물쓰듯 썼지만, 정작 엘리트 클럽의 전유물인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을 거머쥔 것은 세 시즌만이었다.
화려한 스쿼드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팀'이다. 철학, 문화 등을 갖춰져야만 팀으로써 힘을 갖게 된다. 황선홍 감독이 시즌 전 우승권 전력이라는 평가에 손사레를 친 이유다. 황 감독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으로 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은 올 시즌 롤러코스터를 탔다. 시즌 초반 선두를 질주했지만, 중반에 접어들며 4위까지 내려갔다. '올해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대전은 기어코 파고를 넘으며 창단 첫 파이널A 진출에 성공했다. 흔들림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 셈이다. 비로소 '팀'이 된 대전은 파이널 라운드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했고, 결국 창단 첫 준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창단 두 번째로 아시아 클럽 대항전 출전도 확정지었다.
이번 준우승으로 대전의 다음 목표는 명확해졌다. 우승이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속 강력한 머니 파워에, 올 시즌 준우승을 통해 '저력'까지 더한 대전은 사상 첫 우승을 향한 준비를 마쳤다. 올 시즌 껍질을 깬 대전은 이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K리그의 강호로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대전에게 의미있는 '2025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