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추첨을 본 홍명보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의 평가였다. 한국축구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상대가 결정됐다. 멕시코, 남아공, 유럽 플레이오프(PO) D승자다. 북중미월드컵 조추첨식이 6일(한국시각) 미국 워싱턴DC의 케네디센터에서 열렸다. PO를 앞둔 6개국을 제외하고, 본선 진출이 확정된 42개국 사령탑이 총 출동했다. 홍명보 축구 A대표팀 감독도 4일 현지에 입성했다. 한국은 '개최국' 멕시코(FIFA랭킹 15위), 남아공(61위), 유럽 PO D승자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유럽 PO D조에는 덴마크, 북마케도니아, 아일랜드, 체코가 속했다.
이번 월드컵은 32개국이 아닌 48개국이 참가하는 첫 대회다. 조별리그가 기존의 8개조에서 12개조로 확대됐다. 각조 1, 2위(A~L조·총 24개팀) 뿐만 아니라 3위 중 상위 8개팀도 토너먼트의 새로운 시작인 32강에 오른다. 일단 조별리그 통과를 위해서는 최소 1승이 필요하다. 1승1무1패로 3위를 차지하면 조별리그를 통과할 확률은 90%를 넘는다. 1승2패, 3위로도 가능성이 있다. 당장 처음으로 48개국 체제로 치러진 이번 U-17 월드컵에서도 1승2패를 거두고도 32강에 올라간 팀이 네 팀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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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1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유럽 PO D 승자와 1차전을 치른다. 18일에는 멕시코와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갖고, 24일 몬테레이의 에스타디오 BBVA에서 남아공과 최종전을 갖는다. 모두 해볼 만한 상대다. 멕시코는 예년만 못하고, 남아공은 포트3 국가 중 FIFA랭킹이 가장 낮다. 유럽 PO는 덴마크, 체코, 아일랜드, 북마케도니아가 결전을 치른다. 그간 월드컵에서 만난 유럽팀 중에는 이름값이 가장 떨어지는 팀들이다. 멕시코에서만 경기를 치르는만큼 동선 문제가 거의 없는데다, 마지막에 최약체와 경기를 치르는 일정까지 최상이다. 그 어느때보다 좋은 상황이다.
하지만 변수도 있다. 가장 큰 고민은 멕시코 환경이다. 한국이 1, 2차전을 치르는 과달라하라 에스타디오 아크론은 해발 1571m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오대산 정상 높이와 비슷하다. 3차전이 펼쳐지는 에스타디오 BBVA도 해발 500m에 있다. 고지대에서는 공기 밀도가 낮아져 신체 조직으로 전달되는 산소량이 줄어든다. 산소 부족으로 인해 평지 보다 쉽게 지치게 된다. 게다가 멕시코의 6월은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는데다, 비까지 많이 내리는 고온다습한 기후다. 체력적 부담이 엄청날 수 밖에 없다.
홍 감독 역시 "첫 번째, 두 번째 경기 같은 경우는 1600m 고지에서 해야 하고, 세 번째 경기는 그렇게 높지 않지만 굉장히 습한, (기온) 35도 이상 되는 곳에서 경기를 하는데 그게 가장 큰, 중요한 포인트가 될 거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과거 멕시코에서 열린 1983년 세계 청소년 대회(현 U-20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쓴 한국 대표팀의 故 박종환 감독이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마스크를 쓰게 하고 훈련을 했다는 일화로 너무나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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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빠르게 적응할 경우, 유럽 PO 승자와의 첫 경기 승률도 그만큼 올라간다. 아무래도 막 시즌을 마친 유럽팀 보다는 한창 시즌을 치르는 동아시아리거가 많은 한국이 준비면에서 유리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은 고지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기분 좋은 기억이 많다. 1983년 U-20 월드컵을 비롯해, 1986년 멕시코 대회, 2010년 남아공 대회 등에서 좋은 경기력과 결과를 만들어냈다. 홍 감독은 "고지대에 적응하려면 아무래도 최소 열흘, 길게는 2주 이상 걸린다. 대표팀 소집을 하면 아마 바로 현지에 가서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사라진 한인 효과다. 한국은 멕시코에서만 경기를 치르며 이동거리에 대한 부담은 덜었지만, '개최국' 멕시코에서 경기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에는 한인이 많이 산다. 미국 전역에 200만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다. 손흥민이 미국 진출을 택한 이유기도 하다. 많은 한인들이 응원을 오면 홈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지난 9월 A매치 미국전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멕시코는 다르다. 일단 한인이 1만5000여명 정도 밖에 살지 않는다. 큰 응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개최국 행보에 방해가 될 경우, 단숨에 '공공의 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멕시코와 32강 진출의 기로에 섰을때, 남아공과의 최종전은 적대적인 분위기 속 치를 수 있다.
마지막은 짧아진 준비 기간이다. 한국은 개막전이 펼쳐지는 11일 경기를 치른다. 그만큼 준비 기간이 줄어들게 됐다. 홍 감독은 "다른 팀보다 훈련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진 것이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서도 "한 경기 끝나면 휴식 시간도 조금 있고하니 매 경기 정말 전쟁이란 생각을 갖고 준비해야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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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진 준비 기간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유럽 PO 일정 때문이다. 한국과 만날 유럽 PO D조는 3월26일 체코-아일랜드, 덴마크-북마케도니아와의 준결승으로 시작된다. 승자가 31일 월드컵 본선 진출을 둔 한 판 승부를 펼친다. 이들과 월드컵 첫 경기를 펼치는 한국 입장에서는 불과 두 달여를 남겨두고 1차전 상대를 알게되는 셈이다. 첫 경기 중요성을 고려할때 상대적으로 분석할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4개국을 모두 분석하는 수 밖에 없다. 홍 감독은 "(내년) 3월에 있을 (유럽) 플레이오프에선 덴마크와 아일랜드 이팀들이 올라올 것으로 예측한다. 계속 관전하고 분석해야할 거라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