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오일머니'를 앞세워 급격한 성장을 이룬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 하지만 국내 선수들의 수준은 여전히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우루과이 출신으로 지난달 알 리야드SC 지휘봉을 잡은 호세 다니엘 카레뇨 감독이 사우디리그의 현실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13일(한국시각) 우루과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사우디 선수들의 체력과 기술은 강하다. 하지만 정신적인 면이나 전술 습득 능력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카레뇨 감독은 중동 축구에 잔뼈가 굵은 지도자다. 2012년 알 나스르 지휘봉을 잡았던 그는 이후 카타르로 둥지를 옮겨 알 아라비와 카타르 대표팀을 지도했다. 2017년 사우디로 돌아와 알 샤밥, 알 나스르, 알 웨흐다 지휘봉을 차례로 잡았다. 2020년 우루과이로 돌아가 친정팀 몬테비데오 지휘봉을 잡았으나, 2023년 다시 사우디로 돌아와 알 하젬과 알 웨흐다를 각각 이끌었고, 지난달 알 리야드 지휘봉을 잡기에 이르렀다. 카레뇨 감독은 "사우디 선수들은 보너스보다 휴가를 더 선호한다. 중요한 경기에서 이기면 선수들에게 즉시 이틀 간의 휴가를 줘야 한다"고 그간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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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리그는 2020년 들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오일머니를 앞세워 네이마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스타들을 데려올 때만 해도 큰 주목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유럽 빅리그 주전급 선수들을 계속 데려오면서 몸집을 불린 결과, 2024~2025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에서 다수의 팀이 결선 토너먼트에 오르며 달라진 실력을 과시했다. 지난 6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16강전에서는 알 힐랄이 맨체스터시티에 승리를 거두는 대이변을 연출하면서 또 다시 주목을 받았다. 다만 이런 성과가 결국 유럽-남미 출신 외국인 선수의 활약에 치중돼 있고, 사우디 국내 선수들의 활약상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비판도 이어진 바 있다.
사우디는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4차예선까지 간 끝에 간신히 본선에 올랐다. 지난 6일 조추첨 결과 스페인, 우루과이, 카보베르데와 함께 H조에 편성됐다. 2022 카타르 대회 첫 경기에서 아르헨티나를 2대1로 꺾는 대이변을 연출한 바 있으나, 이번 대회에선 현실적으로 조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파 선수들의 경기력 부진이 원인. 사우디 대표팀의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최근 아랍컵 기자회견에서 "국내 리그에서 뛰지 못하는 대표 선수들이 여전히 많다. 벤치에 앉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훈련도 열심히 할 수 없다.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 사우디리그의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대표팀 경쟁력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