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세계 최고의 리그로 꼽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영국 BBC는 5일(한국시각)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챔피언십(2부리그) 팀들의 재정 문제를 조명했다. BBC는 '2024~2025시즌 수익을 낸 챔피언십 클럽은 스토크시티와 셰필드 유나이티드, 루턴타운 단 3팀 뿐이었다. 이 중 스토크시티는 새 구단주인 존 코츠가 9000만파운드(약 1973억원)의 대출금을 탕감해준 덕에 2900만파운드(약 577억원)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1992년 잉글랜드 최상위리그였던 풋볼리그1이 프리미어리그로 재편되면서 풋볼리그2는 '퍼스트 디비전'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데 이어 2004년부터 챔피언십으로 개편됐다. 총 24팀이 참가해 팀당 46경기를 치러 1~2위팀은 프리미어리그로 직행, 3~6위팀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나머지 1장의 프리미어리그 승격권을 가져가는 반면, 하위 3팀은 리그1(3부리그)로 강등되는 방식이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의 재정 격차에 대한 우려는 일찍이 제기돼 왔다. 프리미어리그가 중계권료 상승으로 풍족해진 반면, 챔피언십은 그 수혜를 누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선수 이적료가 뛰면서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노리는 챔피언십 팀들의 재정적 문제는 더 심화된 양상이다. 2008~2009시즌 1억6000만파운드(약 3187억원)였던 챔피언십 클럽 총 손실은 지난 시즌 3억파운드(약 5977억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 팀은 지난 시즌 재무재표 제출을 거부한 상황이어서 금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BBC는 '2006년 이후 19년 동안 챔피언십 클럽들의 누적 손실액은 43억파운드(약 8조5671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파산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전 구단주의 전횡으로 2억파운드(약 3984억원)의 손실을 입은 셰필드 웬즈데이는 지난해 10월 법정 관리에 들어가면서 승점 18점이 삭감됐고, 일찌감치 리그1 강등이 확정됐다. 포츠머스 회장인 마이클 아이스너는 "이런 체제에선 어떤 클럽도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힘들다"며 "상황이 계속된다면 프리미어리그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붕괴하는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 재정 전문가인 키어런 매과이어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챔피언십의 재정 문제는 이제 리그1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현재 축구는 부유한 구단주나 기업이 끊임없이 운영 자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다. 수많은 클럽이 손실을 보고 있다는 건 그런 지원금을 내놓을 의지를 가진 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손실을 감수한 투자를 바탕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한다고 해도 나아질지는 미지수라는 점. 지난 5년 간 가장 많은 돈을 쓴 팀 중 하나인 레스터시티는 3억570만파운드(약 609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결국 챔피언십 강등 후 수익 및 지속가능성(PSR) 위반으로 승점 삭감 징계를 받으면서 리그1 강등 위기에 처해 있다.
매과이어는 "자료를 종합해보면 구단주들이 집단적으로 운영 자금을 끊으면 대부분의 팀이 6주 안에 자금난에 시달릴 게 분명해 보인다. 이런 식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