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김기동 FC서울 감독은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상대가 울산 HD여서 물러날 수도, 물러서지도 않았다. 배수진을 쳤다.
그는 "울산이 2위를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더 많은 로테이션을 하려고 했지만 1위와 2위의 다툼이라 그렇게 하지 못했다. 승점 6점짜리 경기"라고 투지를 불태웠다. 희망도 피력했다. 후이즈의 골이다. 서울은 올해 K리그2 성남FC에서 두 시즌 동안 29골을 터트린 후이즈를 수혈했다. 하지만 첫 단추가 뒤틀렸다. 지난달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등 '이상 저온'에 시달렸다. 부상도 찾아왔다. 김 감독은 "후이즈가 터지면 좋겠다. 골이 나오면 자신감도 올라갈 것"이라며 웃었다.
김기동 감독의 승부수와 희망이 한꺼번에 해결됐다. '기동매직' 서울이 전북에 이어 울산, '현대가'를 맹폭했다. 서울은 11일 난적 전북에 1대0으로 승리하며 무려 3205일 만에 안방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마지막 남은 징크스가 울산 원정이었다. 서울은 2017년 4월 16일 1대1 무승부를 필두로 13경기 연속 무승(4무9패)이었다. 그 매듭도 마침내 풀었다.
서울은 15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6' 2라운드 순연경기에서 4대1로 대승했다. 전반 30분 만에 3골을 쏟아부었다. 후이즈가 K리그1 출전 3경기 만에 서울 데뷔골을 신고했다. 휘슬이 울린 지 3분 만이었다. 손정범의 크로스를 송민규가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화답했다. '슈터링'이었다. 볼은 운 좋게 골문 앞에 있는 후이즈의 발끝에 떨어졌고, 오른발로 골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서울의 두 번째 골은 7분 뒤 터졌다. 울산이 선물했다. 첫 선발 출전한 울산의 벤지가 자책골을 헌납했다. 정승원이 코너킥 한 볼은 벤지의 오른 어깨를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전반 30분에는 후이즈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송민규가 해결했다. 바베츠의 환상 대각선 패스를 받은 그는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린 후 그림같은 오른발 슈팅으로 조현우가 버티고 있는 울산 골문을 농락했다.
끝이 아니었다. 송민규는 후반 8분에는 정승원이 울산 수비와 경합하는 상황에서 흐른 볼을 왼발 슛으로 연결, 또 한번 골네트를 흔들었다. 서울 원정팬들은 후반 10분 승리를 직감했다. 울산 응원가인 "잘 가세요"를 개사해 "잘 있어요"라고 노래를 부르며 일찌감치 환희를 만끽했다. 송민규는 2골-1도움으로 최고의 날을 보냈다.
울산은 '전술의 핵' 이동경의 결장이 뼈아팠다. 이동경은 경미한 종아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김현석 울산 감독은 "이동경은 로테이션과 보호 차원에서 쉬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동경도 "다음 경기는 출전 가능하다"고 했다. 울산은 후반 23분 교체투입된 말컹이 2경기 연속골을 터트렸지만 4골 차를 뒤엎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기동 감독은 "전북전이 마지막 징크스인 줄 알았다. 어쨌든 울산도 넘어야 할 산이다. 징크스보다 넘어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은 2016년 4월 24일 울산 원정에서 2대1로 승리 이후 3643일, 10년 만에 통한의 징크스를 털어냈다. 리그 초반이지만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K리그1 유일한 무패 팀인 서울은 6승1무, 승점 19점을 기록했다. 2위 울산(승점 13·4승1무2패)과의 승점 차는 6점으로 벌어졌다.
울산=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