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포판(멕시코)=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결론적으로 고지대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홍명보 대한민국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12일(이하 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체코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2대1 승리로 마치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홍 감독은 "후반에 체코 선수들 체력이 떨어지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며 "우리 선수들은 (체코 선수들이 지친)시간대에 체력적으로 더 상대를 몰아치고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했다. 고지대 훈련이 큰 성과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홍명보호는 지난달 18일 해발 1460m대 고지대인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사전 캠프를 차려 18일간 고지대 적응 및 컨디션 관리에 주력한 뒤 지난 6일 과달라하라 베이스캠프에 입성했다. 과달라하라의 훈련장 치바스 베르데 바예는 경기장과 똑같은 해발 1571m에 위치했다. 한국은 고지대 3주 살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첫 경기 상대 체코는 평지에 가까운 미국 텍사스에서 베이스캠프 훈련을 하다 경기 하루 전인 지난 11일에야 과달라하라에 입성했다. 딱 하루 고지대를 경험한 후 실전을 치른 것이다.
미로슬라프 코우베크 체코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우린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고지대 적응이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벌써 낙담할 필요는 없다"며 "날씨나 환경도 항상 나온 얘기다. 개인적으로 크게 개의치 않는다. 우리는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해버지' 박지성 JTBC 해설위원은 "체코 감독 입장에선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멕시코의 (친선)경기를 보면 고지대 영향은 확실히 있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직 대표팀 미드필더 기성용(포항)도 체코측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2~3일 정도는 고지대 적응을 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홍명보호의 선택이 옳았다. 태극전사들은 90분을 평지에서 뛰는 것처럼 뛰었다. 후반 14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울버햄튼)에게 헤더로 선제실점한 뒤 후반 22분 황인범(페예노르트), 35분 오현규(베식타시)의 연속골로 경기를 뒤집은 것도 체력이 받쳐줬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체코 선수들은 후반 중반에 접어들어 부쩍 뛰는 양이 줄었다. 기성용과 함께 과달라하라 현장을 찾은 포항 베테랑 수비수 신광훈은 "체코 선수들이 후반에 들어 뛰질 못하더라"고 말했다.
여기에 홍 감독이 승점 1점에 만족하지 않고 오현규 엄지성(스완지시티) 등을 투입하며 공세를 취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주장 손흥민은 "훈련 때 고생해야 경기 때 편하다"라는 말을 입에 달았다. 그 말대로 피부가 검게 그을릴 정도로 훈련한 보상을 승점 3점으로 돌려받았다. 대한민국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1차전에서 그리스를 2대0으로 꺾은 후 16년만에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홍 감독은 "감독으로 12년만에 월드컵 첫 승을 거뒀다.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승리는 고생한 선수들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우리 선수들이 잘했다는 말 외에는 할 얘기가 없다"라고 승리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월드컵대표팀은 이보다 좋을 수 없는 분위기에서 13일 회복 훈련을 진행했다. 14일에는 멕시코전을 앞두고 꿀맛같은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을 시간을 갖는다.
사포판(멕시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