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지난 10여년간 대한민국 공격의 중심은 단연 '캡틴' 손흥민(LA FC)이었다.
그는 유럽에서 15년간 활약하며 아시아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거머쥔 '월드클래스' 공격수다. 누가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든 손흥민을 축으로 공격진을 꾸렸다. 손흥민도 딱 부러지는 활약으로 화답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카잔의 기적'을 완성한 독일전 쐐기포, 2022년 카타르월드컵서 '도하의 기적'을 쓴 포르투갈전 결승 도움까지, 손흥민의 발끝에서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 그는 설명이 필요없는 한국 공격의 얼굴이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도 세계의 시선은 여전히 손흥민을 향했다.
그러나 12일(이하 한국시각) 체코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낯선 그림이 펼쳐졌다. 1-1로 팽팽하던 후반 24분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경기, 그것도 가장 큰 대회인 월드컵에서 손흥민을 제외했다. 대신 오현규(베식타시)를 투입했다.
이 선택은 외신이 더 놀랐다. BBC는 '조금 이상하다. 손흥민은 주장이고 팀의 리더이자 상징적인 선수'라며 '손흥민이 교체된 것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홍 감독의 파격은 '신의 한수'가 됐다. 오현규는 투입 11분 만에 역전골을 터뜨렸다. 아일랜드 대표팀 공격수였던 클린턴 모리슨은 "처음에는 손흥민을 뺀 것이 옳은 결정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완벽한 선택이었다"며 "이런 메이저 대회에서 감독들이 큰 돈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극찬했다.
조별리그 통과의 5부 능선을 넘은 홍명보호, 19일 펼쳐지는 멕시코와의 2차전까지 잡는다면 조 1위도 가능하다. 멕시코전의 포인트는 '손흥민 활용법'이다. 첫 경기서 손흥민의 플레이는 나쁘지 않았다. 그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기회를 만들어냈다. '가짜 9번'으로 활용된 손흥민은 상대 수비수를 끌어들이는 영리한 플레이로 무려 6번이나 슈팅을 때렸다.
문제는 영점이었다. 기대득점이 0.65에 달했지만, 한 골도 넣지 못했다. 2~3차례 결정적 기회를 잡았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유효슈팅은 1개뿐이었다. 전성기라면 득점까지 연결할 수 있었지만, 슈팅은 골대를 벗어나거나 골키퍼에 막혔다. 기회를 놓칠 때마다 손흥민의 얼굴은 짜증으로 가득했다. 사실 올 시즌 내내 볼 수 있는 표정이기도 하다. 손흥민은 리그에서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물론 손흥민을 도우미로 활용하는 LA FC의 전술적 문제도 있지만, 예전 같은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표팀 합류 후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서 원톱으로 나선 그는 멀티골을 쏘아 올리며 '역시 손흥민'이라는 찬사를 끌어냈지만, 월드컵 본선 무대 들어서 여전히 마무리에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상대 수비와의 경합에서도 버거워하는 모습이었다. 등진 상태에서 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월드컵 무대 최전방을 맡기에는 냉정히 부족한 모습이었다.
반면 오현규는 단 1번의 찬스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놀라운 결정력을 자랑했다. 올 시즌 벨기에와 튀르키예 리그를 오가며 18골이나 폭발시킨 활약이 월드컵에서도 이어졌다. 고열 문제까지 해결한 만큼, 최상의 컨디션으로 멕시코전을 치를 수 있다. 홍 감독도 한껏 올라간 오현규의 골감각을 살려야 한다. 선발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오현규의 폭발력과 저돌성은 멕시코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핵심 수비수 세사르 몬테스(로코모티보 모스크바)가 퇴장 징계로 뛸 수 없는 멕시코다.
지금 손흥민은 조커가 더 위력적일 수 있다. 홍 감독은 지난해 "손흥민은 이제 얼마나 오래 뛰느냐가 아니라 어떤 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조커 활용을 시사한 바 있다. 현재 가장 위협적인 오현규가 상대 수비의 진을 빼놓은 뒤, 손흥민이 후반에 들어가 상대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 멕시코전 필승 카드가 될 수 있다. 여전한 스피드를 자랑하는 '조커 손흥민'은 상대에게 부담, 그 자체다.
홍 감독은 지난해 9월 오현규 선발, 손흥민 조커 카드를 실험했다. 오현규는 1골-1도움, 손흥민은 1골을 기록했다. 그 경기가 바로 멕시코전이었다. 멕시코 홈이나 다름없는 미국 원정에서 '최정예' 멕시코를 맞아, 결과는 2대2 무승부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