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달라하라(멕시코)=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15년 묵은 징크스를 깨지 못한 손흥민(34·LA FC), 그래서 두번째 경기가 더 기대된다.
대한민국 월드컵대표팀 주장 손흥민에겐 오랜 징크스가 있다. 2011년 A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이래 단 한 번도 메이저대회 첫 경기에서 골맛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A매치 56골을 기록한 한국 축구 역대 최고의 공격수에겐 어울리지 않는 '타이틀'이다.
시작은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이었다. 당시 19세 막내로 대회에 참가한 손흥민은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전(2대1 승)에 침묵했지만, 두 번째로 출전한 조별리그 3차전 인도(4대1 승)전에서 왼발로 후반 36분 쐐기골을 터뜨렸다. A매치 데뷔 3경기만에 데뷔골을 쏘며 축구팬들에게 손흥민이란 이름을 각인했다.
손흥민은 홍명보호 1기 일원으로 참가한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 1차전 러시아전(1대1 무)에서 침묵했지만, 두번째로 출전한 2차전 알제리전(2대4 패)에서 월드컵 데뷔골을 터뜨렸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조별리그 2차전인 멕시코전(1대2 패), 2023년 카타르아시안컵에서도 요르단과의 조별리그 2차전(2대2 무)에서 대회 첫 골을 각각 꽂았다. 두 대회에서 모두 두 번째 경기에서 마수걸이포를 쏜 손흥민은 상승세를 이어가 두 경기 연속골을 폭발했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선 세번째로 출전한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2대0 승)에서 멀티골을 꽂았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선 비록 골 맛을 보지 못했지만, 3번째 경기인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2대1 승)에서 황희찬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손흥민은 직접 참가한 지난 일곱번의 메이저대회(월드컵, 아시안컵) 중 네 번을 두번째로 출전한 경기에서 첫 골을 쐈다. 두 번은 세번째 경기에서 골과 어시스트로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첫 경기에서 예열을 마치고, 2~3번째 경기에서 기량을 폭발하는 흐름을 이어간 셈이다. 발 끝이 어느정도 예열돼야 기량을 폭발할 수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러한 '징크스'가 유지된다면 대표팀 입장에선 더 바랄 게 없다. 손흥민은 지난 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체코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양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6개의 슛을 기록했다.
전반 38분과 39분엔 연이어 때린 슛이 각각 크로스바 위로 떴고, 골대 왼쪽으로 벗어나며 아쉬움을 삼켰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실시간으로 "손흥민은 경기에 점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평했다. 전반 추가시간 47분, 박스 좌측 공간을 향해 달려가는 이태석에게 패스를 내준 뒤 문전으로 침투해 크로스를 슈팅으로 연결하는 장면, 후반 11분 이재성의 침투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일대일을 맞이하는 장면에선 손흥민 특유의 침투 본능이 빛났다. 손흥민은 후반 24분 득점없이 오현규와 교체됐고, 홍명보호는 후반 35분 오현규의 결승골로 2대1 역전승했다.
경기 후 두 번의 빅찬스를 놓치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손흥민이 아니었다면 그런 찬스도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영표 KBS 축구해설위원은 체코전을 마치고 손흥민과 만난 자리에서 "(너)위협적이더라. 골이 들어갈 것 같았어. (이번대회에서)일 낼 것 같다"라고 엄지를 들었다. 일부팬과는 달리 손흥민의 가벼운 몸놀림에 주목했다. 골 빼곤 다 보여줬다는 평가. 동료 김승규(FC도쿄)도 손흥민의 활발한 움직임 덕에 상대 수비진이 지쳐서 후반에 역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징크스'대로면 손흥민의 멕시코전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16년만에 월드컵 1차전에서 승리한 홍명보호는 19일 오전 10시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공동 개최국이기도 한 멕시코와 조별리그 2차전을 펼친다. 이날 손흥민의 골로 승리한다면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1~2차전에서 승리하게 된다. 동시에 32강 진출도 조기에 확정할 수 있다.
과달라하라(멕시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