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포판(멕시코)=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대한민국과 체코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멕시코 현지 팬들은 '아군'이었다. '꼬레아(대한민국), 올레(파이팅)'를 외치며 일방적으로 홍명보호를 응원했다.
이들이 꼭 일주일 만에 표정을 바꿔 야유를 퍼붓는다. 모국과 상관없는 경기에선 한국과 K-문화에 대한 호감 등으로 한국을 응원했지만, 눈앞에 '우리 대표팀'이 있는데 한국을 응원할 순 없는 노릇이다. '결전의 날'이다. 대한민국이 19일 오전 10시(이하 한국시각) 멕시코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개최국 멕시코와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갖는다.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도 현실을 인정했다. 그는 18일 열린 사전 공식기자회견에서 "1차전 때 멕시코 팬이 열렬히 응원해 준 것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면서도 "내일은 적으로 만난다. 멕시코는 우리 그룹에서 가장 강한 팀이다. 나도 선수 시절에 경험해 봤지만, 홈팀과의 경기는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열흘 넘게 지켜본 멕시코는 '축구에 미친 나라'다. 경기가 열리는 시간대엔 거의 모든 음식점 TV엔 축구 중계가 나온다. 하물며 멕시코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을 치르기 위해 과달라하라로 날아왔다. 과달라하라 시민 입장에선 꿈만 같은 일이다. 홈팬이 경기장을 꽉 채우는 건 낯선 장면이 아니다. 24년 전인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대한민국도 그랬다. 당시 '캡틴'으로 4강 신화를 연출한 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홈팀의 이점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 우리 선수들은 많은 관중 앞에서 뛰어본 경험이 많다"며 주눅 들거나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우리 선수들이 2002년 기록을 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홍 감독의 자신감 근원은 '풍부한 경험, 철저한 준비'다. 이번 대표팀은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스쿼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멕시코의 '클라로 스포츠'는 17일 바이에른 뮌헨 수비수 김민재, 파리생제르맹 플레이메이커 이강인, '손날두' 손흥민(LA FC), '대표팀의 두뇌' 황인범(페예노르트), '라마시아(바르셀로나 유스) 출신' 백승호(버밍엄시티) 등 유럽 무대에서 경험을 쌓았거나 현재 왕성하게 활약 중인 선수들을 집중조명하며 한국이 조 1위를 노릴 만한 충분한 전력이라고 전했다.
멕시코 전력이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지만, 스쿼드 구성 자체는 크게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체코전에서 2대1로 승리하며 자신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체코전에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내면서 승리했다. 이를 통해 강한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홍명보호는 역대 최다인 48개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6~7일 간격으로 조별리그 세 경기를 치른다. 홍 감독은 "일주일은 우리 선수들이 회복하기엔 아주 좋은 시간"이라며 "다만 축구 경기엔 상대성이라는 게 있다. 우리가 준비한 대로 모든 게 나오지 않는다. 변수를 얼마큼 제어하느냐가 중요한데, 지난해 9월 멕시코전을 펼친 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했다. 당시 홍명보호는 미국에서 멕시코와 난타전 끝에 2대2로 비겼다.
태극전사들은 18일 멕시코전 대비 최종 담금질을 마쳤다. 이미 17일까지 훈련을 통해 베스트11을 확정한 상태로 이날은 세부 전술을 다듬었다. 홍 감독은 "베스트11 구상은 끝났다. 선수들도 우리가 좋은 상태라고 느끼고 있다. 멕시코전을 앞두고 특별한 걱정거리는 없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체코전 승리로 32강 진출에 5부 능선을 넘은 대한민국은 멕시코전을 통해 다양한 기록 적립에 나선다.
멕시코를 꺾으면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승리, 첫 월드컵 1, 2차전 연승, 원정 월드컵 개최국 상대 첫 승리 등 다양한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다. 또 조기 32강 진출은 물론 조 1위도 확정할 수 있다. 체코전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한 황인범은 "첫 경기는 잊고, 두 번째 경기에 모든 걸 집중하겠다"라고 화답했다. 방심은 없다. '경우의 수'도 필요없다. 오직 승리뿐이다.
사포판(멕시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