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적장이 스승이었기에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아픔'은 더 컸다.
대한민국이 개최국 멕시코의 벽을 넘지 못했다. 홍명보호는 19일(이하 한국시각)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과르디올라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0대1로 석패했다.
멕시코는 2전 전승을 기록, 남은 한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A조 1위로 32강에 올랐다. 반면 1승1패 대한민국의 운명은 25일 남아공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결정된다. 비기기만해도 조 2위 자리를 지킬 수 있지만 패할 경우 남아공에 밀린다.
이강인은 고군분투했다. 전반 4분 만에 경고를 받았지만 주눅 들지 않았다.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는 키패스 3회를 기록했고, 크로스 시도 3회를 모두 성공시켰다.
공격적인 패스를 뿌리는 가운데서도 성공률은 88%에 달했다. 이강인은 슈팅 2회, 드리블 성공 2회(시도 3회), 피파울 1회, 그라운드 경합 승리 4회(시도 7회), 공중 경합 승리 1회(시도 1회) 등도 기록했다. 체코전에서 100%의 패스 성공률과 5번의 드리블을 성공시키며 주목을 받은 이강인은 멕시코전에서도 번뜩였다.
멕시코를 지휘한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과의 재회도 주목받았다. 이강인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마요르카에서 아기레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친정' 발렌시아에서 잠재력을 폭발하지 못했던 그는 아기레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으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가치도 수직 상승했다. 그는 마요르카에서의 활약이 주춧돌이 돼 2023년 여름 파리생제르맹으로 이적했다.
아기레 감독은 대한민국과의 충돌을 앞두고 "이강인과는 오랜 기간 함께했다. 그는 측면에서 안쪽으로 파고들고, 넓은 공간을 활용해 패스를 연결하기 때문에 수비하기가 어렵다. 일대일 상황, 중거리 슛에도 능하다. 특히 미드필드에서 공격할 때 가장 위협적"이라고 경계했다.
이강인도 승부는 승부, 양보할 생각은 없다고 단언했다. "(아기레 감독은) 그냥 상대일 뿐이다."
이강인과 아기레 감독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라운드에서 처절하게 싸웠지만, 둘 사이에는 잠시 대화를 나누며 미소가 오갔다.
아기레 감독은 경기 후 승자의 '여유'를 부렸다. 그는 "이강인을 가족처럼 사랑하고 오래 돌봐왔다. 집에서 친자식처럼 키우다시피 한 아주 사랑스러운 친구"라며 "경기장에서 나에게 다가오길래 '한 대 쥐어박고 싶다'고 농담했다. 머리 염색한 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게 뭐냐고 한 소리 했다"며 웃었다.
이강인은 패전 후 분을 삭히지 못했다. 그만큼 멕시코를 꺾고 싶었다. 그는 경기 후 "승리하지 못해서 매우 아쉽고, 힘든 하루다. 승리 하려고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다. 정말 아쉽다"면서도 "이미 지난 경기고, 이미 다시 돌릴 수 없는 경기이기에 다음 경기를 더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아기레 감독과의 짧은 대화에 대해선 "장난친 것이다. 항상 장난치기 때문에, 그것 말고는 따로 한 것은 없다"고 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