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026년 북중미월드컵은 '이강인의 월드컵'이다.
'슛돌이' 이강인(25·파리생제르맹)은 4년 전 카타르에서 막내로 월드컵에 데뷔했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길들이기' 끝에 막판 승선한 이강인은 가나와의 2차전에서 환상적인 크로스로 도움을 기록하는 등 한국 축구를 이끌 차세대 간판으로 입지를 분명히 했다. 북중미월드컵의 이강인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에이스'다. 한층 원숙해진 모습으로 경기장 안팎에서 홍명보호를 이끌고 있다.
기록이 말해준다. 이강인은 2대1로 승리한 체코와의 1차전에서 도움 1개를 포함해, 키패스 3개를 기록했다. 패스 성공률은 100%였다. 시도한 38개의 패스가 모두 정확히 동료에게 연결됐다. 스포츠 데이터 분석 업체 '그래디언트 스포츠'가 공개한 패스 지표에서 이강인은 85.9점으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찬스 메이킹, 키패스, 라인 브레이킹 패스 등을 종합한 결과다. 수비수들이 대부분 상위권에 오른 가운데, 공격수는 이강인이 유일했다. 그만큼 모험적인 패스를 구사하고도, 정확도까지 높았다는 뜻이다. 왼발 패스 등급은 무려 90.1점에 달했다.
드리블 기록은 더욱 특별했다. 체코전에서 무려 5번의 드리블을 성공시켰다. '옵타'에 따르면, 월드컵에서 5회 이상의 드리블을 성공한 것은 2018년 러시아 대회의 에당 아자르(벨기에) 이후 처음이었다. 첼시, 레알 마드리드 등에서 뛴 아자르는 리오넬 메시 다음가는 테크니션으로 불렸던 역대급 크랙이었다. 이강인은 아자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0대1로 아쉽게 패한 멕시코전에서도 이강인은 홀로 빛났다. 경기 전 과거 마요르카에서 사제지간이었던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의 경계 대상 1호였던 그는 상대의 집중 견제 속에서도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 그가 있는 곳이 포지션이었다. 오른쪽 측면을 중심으로 중앙은 물론, 때에 따라 수비 진영까지 내려갔다. 비록 여러 차례 오프사이드로 무산됐지만, 한국의 날카로운 공격 장면에는 어김없이 그의 왼발 패스가 불을 뿜었다. 이강인은 멕시코전에서도 3번의 키패스를 비롯해, 4번의 드리블을 성공시켰다. 크로스 성공률은 100%에 달했다.
이강인의 발끝에서 대한민국이 춤을 췄다. 그는 이번 대회 6번의 키패스로 전체 선수 중 11위, 9번의 드리블 성공으로 3위에 올랐다. 그 외의 지표도 상위권이다. 한국을 넘어 '월드클래스' 레벨로 우뚝 섰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비롯해 맨유, 아스널, 뉴캐슬, 애스턴 빌라 등 빅클럽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오늘이 가장 싸다'고 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몸값이 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강인에게 만족은 없다. 그는 멕시코전 후 누구보다 패배를 안타까워했다. 아쉬움을 넘어 분노하는 듯했다. 혹시 '졌잘싸'에 머무를 수 있는 선수들을 깨운, '리더'의 모습이었다. 경기 뒤 굳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나선 이강인은 "승리하려고 준비했는데 패해서 아쉽다. 이미 지나간 경기다. 다음 경기 더 잘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이강인이 해줘야 홍명보호가 산다. 그런 의미에서 이강인의 분노는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5일(한국시각)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펼쳐지는 조별리그 A조 최종전 상대는 남아공이다.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를 확정짓는다. 이강인이 체코, 멕시코전만큼만 해준다면,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목표다. 이강인의 개인 전술은 남아공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고 트러블만 조심하면 된다. 이강인은 멕시코전에서 이미 한 장의 경고를 받았다. 남아공전서 경고를 받는다면, 32강에서 뛸 수 없다. 한국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결과다.
이강인의 시선은 32강을 넘어 16강, 나아가 8강까지 향하고 있다. 그는 "남은 경기를 잘해서 32강에 진출하고, 16강에서도 잘해서 8강도 가고 계속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이강인이기에 가능한 자신감이고, 이강인이라 믿음직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