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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영혼이라도 함께해요' 스코틀랜드전에 등장한 추모시간 안타까운 사연…열성 축구팬, 생애 첫 '월드컵 직관' 직전 사망. 타탄아미, '76추모 캠페인' 성사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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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mage of Scottish fan Donny Strathie, who died on June 14 in Boston, is porjected on a big screen during the 2026 World Cup Group C football match between Scotland and Morocco at the Boston Stadium in Foxborough on June 19, 2026. (Photo by FRANCK FIFE / AFP)
The image of Scottish fan Donny Strathie, who died on June 14 in Boston, is porjected on a big screen during the 2026 World Cup Group C football match between Scotland and Morocco at the Boston Stadium in Foxborough on June 19, 2026. (Photo by FRANCK FIFE / AFP)
Scotland fans pay tribute to Donny Strathie, a Scotland fan who passed away in the last week, during the World Cup Group C soccer match between Scotland and Morocco in Foxborough, Mass., near Boston, Friday, June 19, 2026. (AP Photo/Martin Meissner)
Scotland fans pay tribute to Donny Strathie, a Scotland fan who passed away in the last week, during the World Cup Group C soccer match between Scotland and Morocco in Foxborough, Mass., near Boston, Friday, June 19, 2026. (AP Photo/Martin Meissner)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그의 안타까운 사망에 스코틀랜드가 울었다.'

지난 20일(한국시각) 미국 보스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6년 북중미월드컵 C조 2차전 스코틀랜드-모로코의 경기(모로코 1대0 승) 도중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러닝타임 76분이 됐을 때, 경기장 대형 전광판 화면에 한 인물의 얼굴 사진이 띄워졌고, 수만 명의 스코틀랜드 관중은 묵념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그라운드의 경기 상황은 스코틀랜드가 0-1로 뒤지고 있었지만, 스코틀랜드 팬들은 1분간의 추모시간 동안 한마음으로 사진의 주인공 도니 스트래시의 영혼을 응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최 국제대회, 그것도 월드컵이란 세계 무대에서 이례적인 추모행사였다. 세계 축구사에 족적을 남긴 선수 출신 레전드가 아닌, 일반인이 공식 경기 도중 추모 대상으로 소개된 적은 거의 없었다.

여기엔 세계 축구팬들의 심금을 울릴 만한 사연이 있었다. 1949년생인 스트래시씨는 스코틀랜드에서 유명한 골수 축구팬이다. 스코틀랜드의 그레인지머스(Grangemouth)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지역 연고 스코틀랜드 리그 팀인 폴커크FC의 서포터로 활동해왔다. 폴커크 지역 생활축구리그 팀(보우하우스)의 주장을 맡기도 했고, '타탄아미'의 지역 대표 회원이었다. '타탄아미'는 한국의 '붉은악마'처럼 스코틀랜드의 공식 서포터스 명칭으로, 스코틀랜드 전통 치마 킬트(Kilt)의 격자 무늬 옷감 타탄(Tartan)과 군대(Army)를 합성한 것이다.

생전의 도니 스트래시. 사진출처=BBC 가족 제공 사진 보도 캡처
생전의 도니 스트래시. 사진출처=BBC 가족 제공 사진 보도 캡처
생전의 도니 스트래시씨(가운데)가 타탄아미 회원들과 함께 스코틀랜드 응원에 나선 모습. 사진출처=BBC 가족 제공 사진 보도 캡처
생전의 도니 스트래시씨(가운데)가 타탄아미 회원들과 함께 스코틀랜드 응원에 나선 모습. 사진출처=BBC 가족 제공 사진 보도 캡처

무엇보다 그가 자국에서 국민적인 인지도를 얻게 된 것은 스코틀랜드 국가대표팀이 A매치를 하는 곳이라면 거의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따라다니며 응원하는 최고의 노익장 열성팬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평생 축구를 따라 세계 여행을 한 곳은 잉글랜드를 비롯해 노르웨이, 네덜란드, 프랑스, 포르투갈, 몰타, 리투아니아 등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였고 '직관'한 경기만 해도 수백개에 달한다고 한다.

거의 친구인 마틴 웹스터는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스트래시는 누가 몇 분에 골을 넣었는지, 당시 어느 팀에서 뛰었는지, 심지어 40년 전 경기까지 기억하고 있었다"면서 "이번 월드컵 현장 티켓 예약에 성공한 뒤 그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은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드디어 월드컵에 가서 스코틀랜드를 볼 수 있다고 너무나 기뻐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렇게 많은 A매치를 따라다녔지만 그에게 스코틀랜드의 월드컵 경기 관전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스코틀랜드가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무려 28년 만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그가 예매에 성공한 티켓은 모로코와의 2차전이었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미국으로 날아와 보스턴 노우드 햄튼 인 호텔에 숙소를 잡은 그는 이른바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하늘은 무심했다. 13일 밤(현지시각) 아이티와의 1차전을 경기장 외부에서 단체관람하며 1대0 승리의 기쁨을 맛봤던 그는 이튿날 숙소 호텔에서 심장마비로 갑자기 쓰러져 유명을 달리했다. 학수고대하던 생애 첫 월드컵 직관 꿈을 이루지 못하고 떠난 것이다.

타탄아미가 SNS를 통해 도니 스트래시 추모를 알리고 있다. 사진출처=타탄아미 X 캡처
타탄아미가 SNS를 통해 도니 스트래시 추모를 알리고 있다. 사진출처=타탄아미 X 캡처

이에 가족들은 SNS를 통해 "안타깝게 떠난 고인을 추모해 주시면 좋겠다"라고 알렸다. '타탄아미'는 공식 SNS 채널을 통해 "고인의 영혼이라도 경기장에 초대하자. 그를 위해 추모의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고, 폭발적인 호응이 뒤따랐다.

스코틀랜드대표팀을 이끄는 스티브 클라크 감독도 공식 기자회견에서 "스코틀랜드에 월드컵과 관련된 좋은 소식들이 많은 가운데, 이 소식은 정말 슬픈 일이다. 도니(스트래시)의 소망은 스코틀랜드가 다시 월드컵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라며 애도를 표하는 등 스코틀랜드축구협회가 나서 FIFA에 추모의 시간을 요청했다.

그래서 성사된 것이 그의 향년 76세에 맞춰 76분이 도달했을 때 펼쳐진 추모 행사다. 이에 앞서 그의 친구들은 스트래시가 묵었던 호텔 앞에서 백파이프로 추모곡을 연주하는 등 그의 '축구 삶'을 기렸다고 한다.

'타탄아미' 회원들은 모금 활동도 하고 있다. 장례식을 위해 스트래시의 시신을 고향으로 모셔가는데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백파이프 연주자 케빈 와이즈하트는 "도니는 진정한 타탄아미 스타일의 개성 넘치는 사람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정말 좋아했고, 항상 재밌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면서 "진정한 가장이었다"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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