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이제 나랑 38승 차이나네? 살벌하다(이강철 KT 위즈 감독)." "어제 이기시더니 표정이 좋으시네(KIA 타이거즈 양현종)."
스승과 제자가 오랜만에 마주쳤다. 22살 차이나는 사제관계지만, 악우(惡友)마냥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자못 다정했다.
21일 수원 KT위즈파크. KIA 양현종이 불펜투구를 하기 위해 야구장에 나왔다.
양현종은 지난 17일 광주 LG 트윈스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역투한 끝에 승리투수가 됐다. 이로써 데뷔 20년차 시즌에 4승째를 올리며 통산 190승을 달성했다.
외로운 싸움이다. SSG 랜더스 김광현(180승)은 부상으로 시즌아웃, 류현진(125승) 등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동년배들과도 격차가 적지 않다. 그 외의 경쟁상대들은 한껏 뒤처져있다.
KBO리그 역대 다승 1위 송진우(210승)에 20승 차이로 다가섰다. 그래도 남은 선수 생활 동안 따라잡기가 만만찮은 격차다.
불펜투구를 마친 양현종은 '적진' KT 더그아웃을 찾았다. 마침 취재진과 만나 브리핑 중이던 이강철 감독의 곁으로 다가섰다.
이강철 감독은 과거 KIA 투수-수석코치 시절(2006~2012) 양현종을 지도하며 정상급 투수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양현종과는 단연 막역한 사이다.
이강철 감독은 "아이고, (통산)190승 축하합니다. 난 이제 겨우 152승인데, 38승 차이라니 살벌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양현종에게도 한때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최다승' 이강철 추월을 목표로 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이젠 차이가 제법 난다. 앞으로 한걸음한걸음 더 벌어지게 된다.
이강철 감독은 "하지만 넌 10년 연속 (10승)못했지? 정신차려"라며 놀리듯 말을 이어갔다. 얼굴 전체에 하얀색 썬크림을 두껍게 바른 채 나타난 양현종은 한껏 텐션이 올라있는 스승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어제 역전승 하시더니 표정이 좋으시네"라며 맞받아 좌중을 웃겼다.
이강철 감독은 '영탁이 울던데'라는 말에 "내가 더 울릴 것"이라며 기세등등한 자신감을 뽐냈다. 몇마디 더 농담을 던지던 양현종은 이강철 감독의 꼬집기 공격에 결국 격퇴됐다.
KT는 전날 4-9에서 9회말을 시작, 힐리어드의 솔로포로 추격을 시작했다. 이후 권동진의 2타점 적시타, 안현민의 적시타, 힐리어드의 끝내기 안타가 이어지며 10대9,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KIA 입장에선 뼈아픈 패배였다. 5점차에서 등판한 성영탁은 난타당하며 무너졌고, 경기 후에는 한껏 부은 눈이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