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페널티킥 때문에 정말 화가 났다. 실축을 한 데다 슛 자체를 너무 형편없이 찼기 때문이다."
6번째 월드컵 무대에서 전인미답 통산 18골, 역대 최다득점 대기록을 세운 '아르헨티나 캡틴' 리오넬 메시가 오스트리아전 승리 후 대기록과 이후 여정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23일 오전 2시(한국시각) 미국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J조 2차전 오스트리아와의 맞대결, 사실상의 조 1위 결정전에서 전반 38분, 후반 추가시간 5분에 터진 메시의 2경기 연속 멀티골에 힘입어 2대0으로 승리했다. 알제리전 메시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3대0 승리와 함께 2연승을 달린 아르헨티나는 32강행을 조기 확정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전세계 축구팬의 이목이 메시의 발끝에 쏠렸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조별리그 사우디전부터 16강 이후 프랑스와의 결승전까지 매라운드 골을 몰아치며 총 7골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끈 메시는 39세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눈부신 폼을 선보였다. 첫 경기부터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통산 16골로 '독일 득점 기계' 클로제의 최다득점 타이 기록을 세우더니 이날 한꺼번에 2골을 더하며 통산 18골, FIFA 96년 역사상 누구도 밟지 못한 최다골 고지에 올랐다.
무엇보다 과정이 드라마틱했다. 영웅전 기승전결이 그러하듯 예기치 못한 시련과 극복의 과정이 있었다. 전반 3분 만에 아르헨티나가 얻어낸 페널티킥 찬스. 전반 9분 문전에 선 메시가 쉽게 대기록을 세우는가 했다. 그러나 믿었던 왼발 슈팅이 골대를 빗나갔다. 믿기 어려운 실축이었다. 그러나 기록의 시간이 좀 늦춰졌을 뿐이었다. 메시는 29분 만인 전반 38분 컷백을 낮고 빠르고 강한 슈팅으로 밀어넣은 후 환호했다. 끝이 아니었다. 1-0 승리가 유력했던 후반 추가시간 5분 오른쪽 측면을 치고 달리던 메시는 훌리안 알바레스에게 송곳날 크로스를 올렸다. 알바레스의 슈팅이 불발된 직후 메시가 쇄도했다. 한 차례 굴절된 슈팅을 더 깊이 파고들며, 기어이 밀어넣는 집념. 시련을 이겨내는 강인한 멘탈로 왜 그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인지를 증명해보였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메시는 페널티킥 실축에 대해 "페널티킥 때문에 정말 화가 많이 났다"이라고 속내를 가감없이 털어놨다. "항상 그랬듯이 매순간을 특별하게 느끼고 있다.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저는 그저 경기장 안에서 축구를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를 즐긴다"면서도 "오늘 경기 중 페널티킥을 놓쳤을 때는 제 자신에게 정말 큰 분노를 느꼈다. 실축을 한 데다가 슛 자체를 너무 형편없게 찼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우리는 그 상황을 완벽하게 되돌려 놓았고, 리드를 잡았으며 가장 중요했던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었다"고 했다.
'월드컵에서 쏘아올린 18골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골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엔 "잘 모르겠다. 솔직히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너무 지쳤고, 힘이 다 빠져서 생각하기조차 힘들다. 그저 지금은 동료들과 함께 이 순간을 즐기고 싶을 뿐"이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아르헨티나가 조별리그 2경기에 기록한 5골 모두 메시의 발끝에서 나왔다. 세월을 거스르는, 가공할 득점 기세에 대해 메시는 "솔직히 상황이 흘러온 과정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오늘 페널티킥 기회가 있어서 기록을 더 늘릴 수도 있었지만, 만약 제가 그 첫 번째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면 아마 이후에 터진 다른 두 골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축구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다. 어쨌든 결과에 만족하고, 팀의 참여도와 헌신에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다. "행복하다. 승리해서 정말 기쁘다. 무엇보다 매우 힘든 승리였다. 우리는 아주 강도 높은 경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고, 상대의 압박이 워낙 거셌기 때문에 아주 미세하게라도 텐션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승리의 과정을 돌아봤다.
조별리그 여정에 대해 "당연히 승점 6점(2승)을 따내는 것은 우리의 계획 안에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절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 또한 알고 있었다. 이번 월드컵 전체가 흘러가는 양상만 봐도 알 수 있듯, 모든 팀의 전력이 매우 팽팽하다.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그 누구도 공짜로 주는 법이 없다. 오늘 경기도 엄청난 강도로 진행됐고, 때때로 우리가 원하는 긴 패스 소유권을 유지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상대가 우리에게 치명타를 입히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압박이 강하고 치열한 경기였기에 플레이를 펼치기가 쉽지 않았다. 아주 빠르게 공을 돌려야만 했다. 순간순간 그렇게 해냈다"고 돌아봤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메시는 "당연히 모든 경기를 이기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다. 우리는 아르헨티나다. 어떤 상대를 만나든 항상 승리를 찾아 나설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절대 쉽지 않으며 경기장 안에서 직접 증명해 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오늘 아르헨티나는 그것을 증명해 냈다고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메시는 팬들의 뜨거운 응원과 기대감에도 감사를 전했다. "감사하게도 우리는 이미 팬들에게 여러 번 기쁨을 선사할 수 있었다. 팬들이 기대에 부풀어 있듯이 우리도 계속해서 이 역동성과 주파수를 이어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한 걸음씩, 차근차근(pasito a pasito) 가야 한다. 이 여정은 길고 험난하다. 상대가 누구든, 어떤 순간이든 우리가 매 경기를 준비해 왔던 방식대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한편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2대0 완승과 함게 32강행을 확정지은 아르헨티나는 28일 오전 11시(한국시각)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요르단을 상대로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