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신의 아들 맞네.'
2020년 11월 사망한 세계적인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는 생전에 'D10S'란 별명도 가졌다. 스페인어 '신(디오스·Dios)'과 고유 등번호 '10'을 합친 팬들의 애칭이다. 그래서 '축구의 신'이라고도 불렸다.
그의 배번(10)을 이어받은 후계자가 리오넬 메시다. 기독교를 믿는 아르헨티나 팬들이 메시에게 'Messias'란 별칭을 붙인 것도, 메시가 '신(마라도나)의 아들'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Messias'는 메시의 이름(Messi)과 메시아(Mesias·구세주)를 합친 표현으로, '성부'가 마라도나라면 '성자'는 메시가 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메시는 오히려 '전설' 마라도나의 전성기를 능가하며 진정한 'GOAT(Greatest Of All Time)' 반열에 오를 경지에 올랐지만 항상 마라도나를 자신의 우상으로 존중한다.
그런 마라도나가 메시의 역사적인 기록 달성 이후 아르헨티나 팬 사이에서 갑자기 소환됐다. 메시는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각) 2026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J조 2차전 오스트리아와의 경기(2대0 승)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월드컵 개인 통산 18골,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의 종전 기록(16골·2014년)을 12년 만에 경신했다.
세계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날에 마라도나가 소환된 이유는 묘한 '평행이론' 때문이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팬들은 "하늘에서, 마라도나의 영혼이 도왔다"는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그도 그럴것이 정확하게 40년 전인 1986년 6월 22일 당시 멕시코월드컵 8강전에서 마라도나는 세계를 놀라게 하는 활약을 했다. 지금도 세계 축구사에 희대의 사건으로 회자되는 '신의 손' 골이 이 때 나왔다. 마라도나가 골키퍼와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헤더를 하는 척, 손으로 공을 쳐 골을 넣었는데 주심이 이를 발견하지 못한 채 득점으로 인정했다.
요즘같으면 VAR(비디오판독) 시스템으로 추상같이 가려질 파울이자 골 무효였지만 당시 기술로는 판명할 수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무후무할 기록이 됐다.
부정 플레이 논란에도 마라도나는 이후 상대 선수 5명을 추풍낙엽처럼 따돌리며 무려 50m를 질주한 뒤 골을 넣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후 이 골은 '세기의 골'로 불렸고, 잉글랜드전은 마라도나에게 인생경기가 됐다. 그 덕에 아르헨티나는 2대1로 승리해 준결승에 올랐고, 끝내 우승컵까지 거머쥐었다. 당시 멕시코월드컵은 마라도나 생애 최고 활약을 한 대회였고, 마라도나를 세계적인 선수로 급상승시킨 무대이기도 했다.
마라도나의 월드컵 멀티골 40주년을 기념하는 바로 그날, 메시가 멀티골로 월드컵 개인 통산 최다골 기록을 세운 것이다. 그것도 40년 전 개최국인 멕시코가 미국-캐나다와 공동 개최국으로 포함된 북중미월드컵 무대에서다. 이러니 팬들은 '40년 전 마라도나'와 '현재의 메시'를 동시에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한 번이라면 우연의 일치라고 하겠지만, 메시는 앞서 16일 알제리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특별한 날을 소환하게 만들었다. 알제리전에서 메시는 개인 통산 200번째 A매치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3대0 승리를 이끌었다. 월드컵 역대 최고령 해트트릭 기록도 갈아치웠다. 메시는 이번에 38세357일에 해트트릭를 했고, 종전 최고령 기록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세운 33세130일이었다.
한데, 이날이 월드컵 무대에 데뷔해 데뷔골을 터뜨렸던 20년 전 그날과 정확히 일치한다. 메시는 지난 2006년 6월 16일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에서 교체 출전으로 월드컵에 데뷔해 팀의 6번째 골을 터뜨리며 6대0 대승을 도운 적이 있다.
당시의 그의 데뷔전은 은퇴한 영웅 마라도나가 관중석에서 응원하고 있었고, 2008년 아르렌티나 감독에 선임된 뒤 2020년 남아공월드컵까지 메시를 지도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