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영원한 것은 없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의 중심은 '해버지' 박지성이었다. 이후 '쌍용' 이청용(인천)-기성용(포항)의 시대가 펼쳐졌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게 '손세이셔널' 손흥민(34·LA FC)이었다.
손흥민은 유럽에서 15년간 활약하며 아시아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거머쥔 '월드클래스' 공격수다. 대표팀에서도 최고였다. 역대 최장수 주장 기록을 쓴 그는 대한민국 역대 2위인 56골을 터뜨린 '슈퍼 에이스'였다. 당연히 '어떻게 하면 손흥민의 득점력을 최대한 끌어낼지'가 그간 대표팀 전술의 최대 화두였다. 감독 스타일에 따라, 손흥민은 윙포워드, 섀도 스트라이커, 최전방 공격수 등을 오갔고, 그의 위치나 역할에 따라 포메이션이나 라인업이 결정됐다. 손흥민은 딱 부러지는 활약으로 대표팀 공격을 이끌었다.
아쉽게도 손흥민 역시 세월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다. 그는 생애 네 번째 월드컵이었던 2026년 북중미 대회를 빈손으로 마무리했다. 단 1개의 공격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했다. 활용법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손흥민 개인의 활약이 아쉬웠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죽기 살기로 다시 달려보겠다'며 대표팀 은퇴설을 일축했다. 여전히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손흥민의 존재감은 대표팀의 큰 자산이지만, 과거와 같은 절대적인 아우라를 기대할 수는 없다.
변혁의 중심에 선 한국 축구를 이끌 새로운 리더, 이미 답은 나왔다. '골든보이' 이강인(25·파리생제르맹)이다. 이강인은 북중미월드컵에서 가장 빛난 별이었다. 4년 전 카타르 대회에서 '게임 체인저'로 활약했던 그는 '에이스'로 탈바꿈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선발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한 이강인은 압도적 플레이로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조별리그에서 가장 많은 11개의 드리블을 성공시키며 48개국 선수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키패스, 경합 성공 등 각종 지표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이강인은 이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스페인 '마르카'가 선정한 조별리그 베스트11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조별리그 탈락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는 점은 이강인이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리더로서도 입지를 확실히 했다. 경기장 안팎에서 필요하면 확실하게 목소리를 냈다. 자신의 말에 무게를 더할 줄 아는, '막내형'이 아닌 팀을 위한 '진짜 형'이 됐다. 멕시코전 패배 후 분노하는 모습이나 남아공전 패배 후 그라운드를 주먹으로 내리치는 장면은, 그가 얼마나 대표팀에 진심인지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인성 갑'이라는 찬사는 이강인의 또 다른 현주소다. 그는 이미 대표팀 내에서 사심이 없기로 유명하다. 속 깊은 배려와 진정성으로 동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강인은 그간 대표팀에서 주연이 아닌 조연이었다. 주로 오른쪽 윙포워드로 뛴 것은 손흥민 이재성(마인츠) 황희찬(울버햄튼) 등의 활용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냉정히 오른쪽 윙포워드는 이강인의 100%를 꺼낼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이제 이강인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야 한다. 이강인이 더 잘할 수 있는 위치와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이강인이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할 수 있는 미드필더, 그의 패스를 가장 잘 받아줄 수 있는 공격수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어떻게, 누가 새판을 짜던, 새 시대의 중심은 이강인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