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모리야스 부럽다"더니 또 '벤버지' 타령…'비겁한 축구인'들은 웃고 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AFP연합뉴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AFP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스포츠조선DB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홍명보와 모리야스 하지메, 2026 북중미월드컵을 계기로 극명히 대비된 두 얼굴이다.

홍 감독이 또 실패를 맛본 사이, 모리야스 재팬은 또 쾌재를 불렀다. 조별리그 무패(1승2무)에 이어 32강에서 '삼바군단' 브라질과 혈투 끝에 1대2로 역전패 했다. 대회 전 호기롭게 불렀던 '우승 목표'에 한참 못 미쳤지만, 누구 하나 실패를 거론하는 이가 없다.

이런 모리야스 감독의 오늘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지난 8년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첫 국제무대였던 2019 아시안컵에서는 결승에서 카타르에 1대3으로 패해 준우승에 그치며 한계론에 부딪쳤다. 경질설도 잦았다. 스페인, 독일을 연파하고 16강에 올랐던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 이전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는 1승2패로 부진하자 경질설이 대두됐다. 월드컵을 마친 뒤 이어진 아시안컵 8강에서 패하자 또 경질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번 북중미 대회를 앞두고 유럽파의 면밀한 체크를 위해 현지에 체류하고자 하는 의사를 내비치자 "J리그를 무시하는 거냐"는 호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럼에도 모리야스 감독은 뚝심 있게 팀을 이끌었고, 결국 성과를 남겼다.

모리야스 재팬의 성공은 여러가지를 시사한다. 현역 시절 월드컵, 국제 무대 경험이 없는 일본 출신인 그는 지도자로 전향한 뒤에도 오랜 기간 무명이었지만, J리그 우승이라는 성과를 낸 이후 그 능력을 인정 받아 맡은 일본 대표팀에서도 성과를 만들었다. 단순한 개인의 성과물로만 치부하긴 어렵다. 선임 후 체계적인 지원을 한 협회, 나나미 히로시, 하세베 마코토, 요시다 마야, 나가토모 유토 등 그를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선 레전드, 오로지 축구에 맞춰진 비평의 시선 등 참고가 될 만한 부분이 많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EPA연합뉴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EPA연합뉴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신화연합뉴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신화연합뉴스

홍 감독이 물러난 한국 축구의 시선은 이제 차기 대표팀 감독에게 쏠리고 있다. '독이 든 성배'가 된 지 오래인 대표팀 감독 물망에는 또 외국인 감독이 거론되고 있다. 2022 카타르 대회 16강을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 감독을 다시 모셔오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외국인 감독 선임이 과연 대표팀 부진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지는 미지수다. 새 외국인 지도자가 아무리 대표팀과 한국 축구, K-리그를 분석한다고 해도 외부의 시선과 내부 현실을 보고 운영하는 건 천지차이다. 대표팀 반등의 단기적인 해결책은 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계약직'인 여건상 축구 발전과 개혁, 국내 지도자 육성이라는 궁극적 목표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 축구 지도자 풀은 일본에 밀리지 않는다. 국내 프로스포츠 중 가장 많은 프로팀을 거느리고 있고, 아마추어팀 숫자도 마찬가지다. 수 십년 팀을 이끈 베테랑부터 공부하는 젊은 지도자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숫자가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빛을 보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성공사례도 없지 않다. 시도민구단 최초의 2024~2025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 8강을 이끌어낸 이정효 감독(수원 삼성)이 대표적이다. 현역시절 대표 경력이 없는 그는 대학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출발한 지 10년 만에 광주FC 지휘봉을 잡고 성공을 이끌어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무명 지도자였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자수성가 했다. 이제 한국보다 한 수 위라고 여기는 일본에서 조차 그를 탐낼 정도다. 이 감독이 광주에서 물러나자 다수의 J리그 팀들이 그에게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이 감독 외에도 김기동 감독(FC서울), 윤정환 감독(인천 유나이티드) 등 국내외에서 지도력을 인정 받은 젊은 지도자들이 많다.

외국인 감독이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와 대표팀 분위기를 일신하는 '비상약'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작금의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축구인들이 되려 외국인을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고 면피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실력이 있음에도 소위 '축구계 기득권'과 동떨어져 있다는 이유 만으로 조명 받지 못하는 실력 있는 축구인들의 박탈감을 키우는 역효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정효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이정효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인천 윤정환 감독.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인천 윤정환 감독.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6일은 한국 축구 개혁을 위해 신설된 'K-축구 혁신위원회'가 첫 발을 내딛는 날이다. 2002년 4강 신화 주역인 박지성 공동위원장과 이영표 위원이 합류하고, 분데스리가 경험을 갖춘 박주호 위원과 선임 당시 축구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김승희 축구협회 전무이사 등 다수의 축구인이 포함된 조직이다. 이들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한국판 모리야스', '제2의 이정효' 탄생 여부도 갈리게 될 전망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