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크리스티아누 호날두로 인해서 손흥민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났다.
포르투갈은 7일 오전 4시(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16강전에서 0대1로 패배했다. 포르투갈은 이번 패배로 월드컵 여정이 16강에서 마무리됐다.
커리어 마지막 월드컵을 선언했던 호날두는 끝내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축구 통계 매체 OPTA는 경기 후 이번 패배로 인해서 호날두가 세운 기록을 조명했다. 스페인전 패배로 호날두는 개인 통산 월드컵 8패를 기록하며 대회 역대 최다 패배 타이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이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이미 갖고 있던 인물이 있었다. 바로 한국 축구의 레전드인 홍명보와 손흥민이다.
홍명보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이후 1994년 미국, 1998년 프랑스,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네 차례 대회를 누비며 8번의 패배를 쌓았다. 당시 한국 축구는 아직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증명하지 못한 시기였고, 패배가 쌓이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성장통이었다.
하지만 홍명보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그는 주장으로서 팀을 4강까지 이끌었고, 대회 브론즈볼까지 수상하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그 화려한 피날레 앞에서 과거의 숱한 패배들은 더 이상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숫자가 됐다.
손흥민의 상황은 다르다. 그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데뷔해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을 맛봤고, 카잔의 기적으로 기억되고 있는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도 1승 2패로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1승 1무 1패로 처음으로 16강에 올랐지만, 그 무대에서 만난 브라질에 완패하며 짐을 쌌다.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이번 2026년 대회에서도 손흥민은 1승 2패로 48개국 체제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대표팀의 리더로서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을 최고의 형태로 장식하고 싶었던 손흥민에게는 뼈아픈 결말이다.
같은 8패라는 숫자를 공유하고 있지만, 홍명보와 손흥민이 받아들이는 느낌은 너무 다를 것이다.2022년 월드컵을 제외하면 손흥민에게 월드컵은 매 대회 반복된 좌절의 기록이자, 커리어 황혼기에 마주한 뼈아픈 성적표로 남게 됐다. 놀랍게도 손흥민이 기록한 8패 중 4패가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 당한 패배들이다.
공교롭게도 호날두의 이번 패배가 아니었다면, 한국 축구 역사 속에 조용히 묻혀 있었을 두 사람의 기록이 다시 조명받게 됐다. 축구 역사상 손에 꼽히는 슈퍼스타의 좌절이, 결국 한국 축구가 지나온 영광과 아픔의 시간까지 함께 소환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