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일본은 요즘 그 원인 분석에 한창이다. 일본 축구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에서 최소 8강 그리고 더 나아가 우승에 도전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결과는 목표 대비 초라했다. 네덜란드에 이어 조별리그 F조 2위로 32강에 올랐지만 토너먼트 첫 단계에서 브라질에 1대2로 역전패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일본 뿐만이 아니었다. 아시아(아시아축구연맹 기준)를 대표한 팀들은 16강에 한 팀도 오르지 못했다. 조별리그를 통과한 팀도 일본과 호주 두 팀 뿐이었다. 일본 매체 '사커다이제스트웹'은 이번 대회에서 일본 등 아시아 팀들의 부진에 주목했다. 약진을 이룬 아프리카 팀들과 대조를 이뤘다. 아프리카를 대표한 10개 팀 중 무려 9팀이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아시아는 9팀 중 7팀이 조별리그 탈락했다.
프랑스 출신으로 일본과 카타르 대표팀을 지휘했던 필립 트루시에 감독은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이번 대회에 보여준 차이는 '선수 개인의 퀄리티'와 '선수층'에 있다고 분석했다. 트루시에 감독은 "대회 전반에 걸쳐 아시아 국가들은 잘 조직되어 있었고, 규율이 있었으며, 전술적으로 견고했다"면서 "하지만 그들은 경기 흐름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개인의 퀄리티가 부족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월드컵에서는 조직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높은 수준에서는 한순간에 특별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들도 필요하다"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트루시에 감독의 이 진단은 최근 일본 대표팀 에이스 도안 리츠가 브라질에 패한 후 인터뷰에서 밝혔던 내용과 궤를 같이 한다. 도안은 "'이번 일본 대표팀 선수 중에서 누가 브라질 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을까'라는 말이 나왔을 때 의문 부호가 붙었다. 결국 그것이 지금 일본 대표팀의 현주소가 아닐까. 이게 모든 선수가 느끼고 있는 점이다. 개인 능력이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조직력으로 싸우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매체 사커다이제스트웹은 일본과 브라질의 격차는 역시 개인 능력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를 단결력으로 메우려고 했지만 미치지 못했다. 개개인이 더 레벨업하지 않으면 브라질 같은 강호와 대등하게 싸울 수 없다는 게 다시 입증됐다.
트루시에 감독은 "월드컵 같은 대회는 선발 명단 11명 못지않게 교체 선수들의 퀄리티로 결정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일본의 선발 명단은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가장 필요했던 국면에서 공격의 선택지가 제한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미나미노 다쿠미(AS모나코),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 등의 공격수가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트루시에 감독은 "내 견해로는 그 점이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들은 선수층이 두껍다. 더 많은 선수가 유럽의 톱 리그에서 경쟁하며, 경험을 쌓고 있다. 월드컵에서는 그런 경험이 종종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일본은 브라질 상대로 전반에 1-0으로 앞섰다. 하지만 후반에 전술을 바꾼 브라질에 무너지며 역전패했다.
조별리그에서 1승2패로 탈락한 후 후폭풍으로 허우적거리는 한국 축구도 분명히 꼽씹어봐야할 게 있다. 홍명보호가 무슨 문제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는 지를 있는 그대로 따져봐야 한다. 월드컵이란 큰 무대에서 그라운드 나가 실제로 싸운 사람은 '플레이어'다. 감독은 '선생님'과 같은 존재다. 경기 결과에 가장 깊게 영향을 미친 건 감독 보다 선수다. 물론 감독이 경기 결과에서 자유롭다는 얘기가 아니다. 감독이 전술과 전략에서 실수한 부분도 파고들어 지적하면 된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건 선수들도 뭐가 부족했는 지를 분명히 알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 개인 기량의 차이, 흐름을 바꿀 벤치 자원의 높은 퀄리티를 꼽은 트루시에 감독의 목소리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