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국대표팀은 언젠부턴가 '손흥민을 축으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그의 의존증에서 탈피할 것인가'란 중요한 결단을 끊임없이 미루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일본 저널리스트의 묵직한 지적이었다. 일본 재일동포 축구전문가 신무광 기자는 최근 일본 스포츠전문지 넘버에 3부작 기사를 냈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밀착 취재한 끝에 처참한 실패의 전말을 공개했다. 신 기자는 미즈노 스포츠라이터 최우수상 수상자이자, 지난해 홍명보 한국 감독과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특별 대담을 성사시킨 인물이다.
신 기자는 최근 속속 전말이 드러나고 있는 대표팀의 내분 문제에 대해 거론했다. 그는 '체코전 이틀 전 일부 취재진이 훈련 도중 손흥민의 병역 특례를 조롱한 음성이 확산되면서 큰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격분한 손흥민은 체코전 이후 한국 미디어의 취재를 완전히 거부하기 시작했다. 진짜 문제는 손흥민과 미디어의 갈등이 팀 전체로 번지면서, 다른 선수들마저 미디어 취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됐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기자단 대표가 선수단 앞에서 사과하는 이례적인 사태로 번졌지만, 손흥민과 동세대인 이재성 등이 수긍하지 않아 대표팀이 취재에 응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일주일 가까이 지속됐다. 일부 선수들 사이에서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는 팀에 명백히 불필요한 잡음이었다. 불필요한 공기가 고스란히 이어진 멕시코전에서 골키퍼 김승규와 수비수 이기혁이 엉키는 뼈아픈 실책이 터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감독은 팀의 질서를 지키려했고, 주장은 선수들의 분위기를 대변하려 했다. 그 두 가지 책임감으로 인해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못하게 되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야유의 직접적 대상이었던 손흥민이나 이재성처럼 취재거부를 당연한 항의로 여기는 베테랑이 있었던 반면, 다른 선수들이 미디어를 받아들이는 태도나 거리감에는 온도차가 있었다. 대회 후 보도된 두 가지 사건 이후 감독과 주장, 베테랑과 중견 선수들 사이에서 저마다 다른 온도차가 존재했음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팀은 좀처럼 하나로 뭉치지 못했다'고 했다.
신 기자는 홍명보 감독과 손흥민의 귀국길 풍경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신 기자는 '홍명보를 과도하게 옹호할 생각은 없다. 남아공전 판단은 결과적으로 실패였고, 팀을 끝까지 하나로 뭉치게 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 하지만 공항에서 쏟아진 모든 비판이 공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손흥민을 탓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는 오랫동안 한국축구를 위해 달려왔고, 골을 넣었고, 비판을 감내하며 대표팀 얼굴로 자리해왔다'며 '그러나 그의 존재감이 너무 컸던 탓에 한국대표팀은 언젠부턴가 '손흥민을 축으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그의 의존증에서 탈피할 것인가'란 중요한 결단을 끊임없이 미루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홍명보가 그 결단을 이번 월드컵 무대에서 내리려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남아공전이야말로 그 결단의 증거였고, 그리고 실패했다'고 짚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의 탈락은 비단 홍 감독의 용병술 실패만으로 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디어와의 대립, 스타선수를 향한 과도한 의존, 세대간의 거리감, 감독 선임 프로세스를 둘러싼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불신까지. 그동안 누적되어 온 수많은 문제점이 월드컵이라는 극한의 무대에서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고 했다.
이어 '멕시코에서 한국 대표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다만 한국축구를 위해 떠난다고 말하며 사실상 추방당한 과거의 영웅과, 한국 축구의 상징으로서 앞으로도 대표팀에 남기로 결심한 슈퍼스타. 그 둘 중 어느 누구도 승자는 아니었다'며 '한국 축구에 몰아칠 냉혹한 현실을 생각하면, 이 사실이 지닌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글을 맺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