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예상 됐던 계약 기간보다 더 짧은 결과물, 과연 이유가 뭘까.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과 6개월 단기 계약을 맺기로 한 일본축구협회(JFA)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8년 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던 모리야스 감독은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에 이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참가국이 확대돼 16강에서 32강으로 재편된 북중미 대회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내용 면에서도 네덜란드(2대2 무), 스웨덴(1대1 무), 브라질(1대2 패) 등 기술, 피지컬 면에서 한 수 위로 여겨졌던 팀들을 상대로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이런 성적 뿐만 아니라 역대 일본 대표팀 감독 중 최다승(74승16무18패)을 거둔 성과 탓에 모리야스 감독이 그대로 유임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JFA는 내년 2월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 결승까지 모리야스 감독과 동행하는 쪽을 택했다.
고심의 흔적이 보이는 대목이다. 대륙 최상위 대회인 아시안컵은 우승 타이틀도 탐나지만, 그 성과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 중요하게 반영된다. 랭킹이 높을수록 차기 월드컵 포트 배정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결과적으로 결선 토너먼트로 가는 길도 수월하게 열린다. 지난 카타르 대회에서 8강 탈락에 그쳤던 일본 입장에선 곧바로 새 감독 체제로 전환해 미완성 대표팀을 아시안컵에 내보내기엔 부담감이 따랐을 것으로 보인다.
모리야스 감독 체제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도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2018 러시아 대회 이후 일본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모리야스 감독은 초반 시행착오를 거쳤으나, 결과적으로 두 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토너먼트에 집중하며 완성도를 보여줬다. 장기집권을 통해 전술 조직력을 탄탄히 다질 수 있었지만, 4년을 더 이어갔을 때 이미 만들어진 스타일에 현대 축구 트렌드를 접목시킬 수 있느냐에는 물음표가 달릴 수밖에 없다. 모리야스 감독이 일본 대표팀 취임 이래 끊임없이 노력하며 팀을 다진 부분은 인정할 만하지만, 장기집권으로 인해 자칫 낮아질 수 있는 긴장감과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 축구 흐름을 따라잡는 건 또다른 문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JFA는 모리야스 감독에게 6개월 더 대표팀을 맡겨 안정감 및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함과 동시에, 차기 월드컵을 맡을 새 사령탑을 신중하게 찾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새 감독 선임을 계기로 기존 일본 대표팀 스타일에 일정 부분 변화를 주겠다는 의도도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리야스 감독 입장에선 큰 결단을 한 셈. 월드컵 2회 연속 조별리그 통과라는 성과를 냈음에도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한다면 비난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협회의 6개월 단기 계약 제안을 받아들이고 아시안컵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 건 용기가 없으면 쉽지 않은 결정이다.
물론 이번 6개월 계약이 JFA와 모리야스 감독의 결별로 끝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한껏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는 JFA의 후임자 찾기가 난항에 빠지고, 모리야스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우승 목표를 달성하면 다시 유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