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026 북중미월드컵 최대 흥행 카드가 성사됐다.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가 결승 길목에서 맞붙는다. 12일(이하 한국시각) 펼쳐진 8강전에서 잉글랜드가 노르웨이에 연장 접전 끝에 2대1로 이긴 가운데, 뒤이어 나선 아르헨티나도 스위스와 1대1로 비긴 뒤 연장 후반 두 골을 몰아치는 집중력으로 3대1 승리를 만들었다. 이로써 두 팀은 오는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결승행 티켓을 놓고 맞대결 하게 됐다.
두 팀이 월드컵에서 만난 건 이번이 6번째다. 가장 최근 맞대결은 2002 한-일월드컵 조별리그였다. 당시 잉글랜드가 데이비드 베컴의 페널티킥 골에 힘입어 아르헨티나에 1대0으로 승리한 바 있다. 본선 역대 전적은 2승1무2패로 백중세다.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 모두에게 전의를 불태울 수밖에 없는 라이벌전이다. 60년 넘게 걸쳐 있는 악연 때문이다.
1966 잉글랜드 대회 8강전에서 아르헨티나는 제프 허스트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대1로 패했다. 당시 주장 안토니오 라틴이 주심에게 말을 걸었다가 욕설을 했다는 오해를 받아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 처분되며 논란이 일었다. 잉글랜드의 알프 램지 감독은 경기 직후 아르헨티나 선수들과 유니폼을 교환하지 말 것을 지시했고, 기자회견에선 "짐승들"이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쏟아냈다. 이에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잉글랜드 선수단 라커룸에 침입해 짐에 소변을 보고 도망치는 사건이 빚어졌다. 1982년 포클랜드(말비나스) 전쟁에서 영국에 패한 아르헨티나의 원한은 더 커졌다.
두 팀은 1986 멕시코 대회 8강전에서 만났고, 그 유명한 '신의 손' 사건이 터졌다. 후반 6분 잉글랜드 진영 페널티에어리어로 넘어온 볼이 뜨자 마라도나는 골키퍼 피터 실턴과 경합을 펼친 끝에 득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마라도나가 교묘하게 볼을 손으로 건드렸고, 실턴이 이를 강력하게 주장했으나 심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라도나는 4분 뒤 하프라인부터 잉글랜드 수비수 5명을 달고 드리블을 펼쳐 두 번째 골을 만들면서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마라도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첫 골에 대해 "신의 손에 의해 약간, 나머지는 내 머리에 의해서"라는 답을 내놨다. 잉글랜드를 제친 아르헨티나는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결승전을 눈앞에 두고 펼쳐지는 이번 맞대결의 열기는 40년 전 못지 않을 전망. 잉글랜드는 1966 대회 이후 결승전에 나서본 적이 없는 가운데 이번 경기에서 '디펜딩챔피언' 아르헨티나를 잡는다면 새 역사를 쓰게 된다. 무엇보다 40년 전의 복수를 한다는 의미 부여가 남다를 전망이다. 반면 2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아르헨티나는 '마라도나의 후계자'인 메시가 사실상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잉글랜드의 코를 또 한 번 납작하게 만들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잡았기에 필승 의지를 불태울 것으로 보인다. 세계 축구 팬들에겐 역대 어느 대회에서 펼쳐진 경기보다 흥미진진한 맞대결이 될 전망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