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우연의 일치였을 뿐이네.'
2026년 북중미월드컵 8강전에서 노르웨이가 탈락하면서 월드컵의 특이한 법칙 중 하나도 사라졌다.
이른바 '일본발 토너먼트 평행이론'이 사라진 법칙이다. 이 평행이론은 각종 기록·에피소드가 쏟아지는 월드컵에서 재미로 보는 장외 관전포인트 중 하나로, 역대 일본의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일본에 승리한 팀을 또 물리친 팀은 우승한다는 법칙이다.
묘하게도 일본의 역대 토너먼트에서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일본은 이번 북중미월드컵(32강)에 앞서 2002, 2010, 2018, 2022년 등 총 5차례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다.
일본의 평행이론은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시작됐다. 당시 일본은 공동개최국 한국과 마찬가지로 역대 처음으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하지만 16강전에서 튀르키예에 0대1로 패했고, 튀르키예는 4강까지 승승장구하다가 브라질에 0대1로 졌다. 이후 브라질은 결승전에서 독일을 2대0으로 완파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전에서는 승부차기 혈투 끝에 일본이 파라과이에 패했고, 파라과이는 8강에서 스페인을 만나 0대1로 바로 탈락했다. 일본을 울린 파라과이를 제압한 스페인은 준결승에서 독일을 1대0으로 따돌리고, 결승전에서 네덜란드를 또 1대0으로 물리치며 정상에 올랐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서는 벨기에가 일본과의 16강전에서 승리했지만 준결승에서 프랑스에 막혔고, 프랑스는 최종 결승전에서 크로아티아를 4대2로 누르고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통산 2번째 트로피를 획득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도 마찬가지다. 16강전에서 일본에 승부차기 끝에 승리한 크로아티아가 8강에서 우승 후보 브라질을 잡는 이변을 일으켰지만, 4강에서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에 0대3으로 완패했다. 이후 아르헨티나는 메시의 전설적인 우승을 달성했다.
이번 북중미월드컵에서도 32강전에서 일본을 물리친 우승 후보 브라질이 16강전서 노르웨이에 패하면서 평행이론의 위력이 이어지는 듯했다.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복귀한 노르웨이가 자국 사상 첫 8강까지 승승장구하면서 한층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당시 노르웨이는 월드컵 최다우승국(5회) 브라질과의 맞대결에서 5전 3승2무로, 브라질에 유일하게 패하지 않은 국가의 위용을 자랑하기도 했다. 특히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득점왕 경쟁을 한 엘링 홀란과 연이은 '선방쇼'의 주인공 오르얀 닐란드 골키퍼가 강력한 무기여서 노르웨이의 우승 가능성을 점치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12일 열린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홀란이 침묵한 가운데 주드 벨링엄의 멀티골 '원맨쇼'에 밀려 1대2로 분패했다. 이와 함께 무려 20년간, 4회에 걸쳐 100% 확률로 이어져 내려온 '일본발 평행이론'도 막을 내렸다.
'평행이론'은 사라졌지만 '일본의 저주'는 아직 살아남았다. 역대 토너먼트에서 일본에 눈물을 안긴 팀은 결승까지 오르지 못한 채 중도 탈락했다. '일본 잡은 팀'의 최고 성적은 4강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