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홍명보 감독을 보좌한 주앙 아로소 수석코치가 한국을 떠났다.
그는 1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작별인사를 전했다. 그는 '승리하면 모든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고, 패배한다고 모든 것이 나쁜 것만도 아니다'며 '때로는 성공과 실패의 차이가 아주 미미하며, 사소한 세부 사항이나 심지어 운에 달려 있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항상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함께 이룬 성과 덕분에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에, 저 역시 매우 안타깝고 답답한 심정'이라며 '2년의 계약이 끝난 지금, 저는 이 경험을 지도자로서 크게 성장할 수 있게 해준 기회로 되돌아본다'고 고백했다.
아로소 코치는 '개인적으로 매우 힘든 순간들도 있었지만, 제가 가장 열정을 쏟는 일인 코칭을 하며 그라운드에서 보낸 시간들처럼 환상적인 순간들도 많았다'며 '저를 초청해 주신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님께 감사드리며, 저를 따뜻하게 맞이해주고 다른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스태프에게도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은 훌륭한 저력을 가진 나라다. 국민들의 투지 덕분에 1953년 당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국가 중 하나로 거듭났다. 한국에서 생활하고 일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영광이었다'고 했다.
아로소 코치는 2024년 8월 홍명보호에 합류했다. 홍 감독은 전술적 아이디어를 제시해줄 외국인 코치를 선임하기 위해, 직접 유럽으로 날아가 면접을 진행했고, 그래서 선임한 것이 아로소 코치다. 스포르팅 CP에서 지도자를 시작한 아로소 코치는 2010년부터 포르투갈 대표팀 코치를 맡아 2012년 유럽선수권대회 4강,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을 도왔다.
이후 포르투갈 15세 이하 대표팀 감독, 모로코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 등을 두루 거친 베테랑 지도자로, 최근까지 포르투갈 1부 리그팀 FC 파말리캉 테크니컬 디렉터로 활약했다. 특히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을 지휘한 파울루 벤투 감독과는 스포르팅 CP에서 4년, 포르투갈 대표팀에서의 4년을 더해 총 8년을 함께한 인연이 있다.
홍명보 감독은 "아로소 전술 코치는 검증된 지도자로, 오랜 시간 현장을 지키며 세계 축구 트렌드를 잘 읽어내고 있었다"면서 "트렌드를 반영한 탄력적이고 능동적인 전술로 대표팀 운영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용히 홍 감독을 보좌하던 아로소 코치가 수면 위에 오른 것은 지난 3월 한 인터뷰 때문이었다. 그는 포르투갈 매체 '볼라 나 헤데'와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 대표팀 합류 등을 비롯해 자신의 축구 커리어 전반을 전했다. 스리백 가동 이유에 대해서도 전했다. 아로소 코치는 "강팀들이 4명을 넘어 6명까지 공격에 두기 때문에 수비 라인에 5명을 배치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몇몇 표현이 도마에 올랐다. "대한축구협회는 팀의 얼굴인 한국 출신 감독, 훈련과 경기 계획 전반을 총괄할 수 있는 유럽 출신 코치를 필요로 했다", "그들이 내게 주문한 것은 현장의 감독이었다" 등으로 번역된 내용은 빠르게 퍼졌다. 특히 '얼굴', '현장의 감독'이라는 자극적인 단어 때문에 홍 감독의 역할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얼굴마담', '바지 감독'이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하지만 포르투갈어를 한국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나온 '오역'이었다. 심지어 아로소 코치 본인은 해당 표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본인이 얘기하지 않은 왜곡된 표현에 대해 기사를 작성한 해당 기자에게 강력 항의하고, 기사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아로소 코치는 자신의 SNS에 A대표팀 전술 회의 사진 4장과 함께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 하에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위해 일하게 돼 영광이다. 홍 감독의 역량과 헌신은 흔치 않다'며 '코칭스태프의 일원으로 홍 감독을 보좌해 월드컵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홍명보호는 더욱 생채기를 입었다. 북중미월드컵에서도 실패했다. 한국축구는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 한국은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역대 최강의 전력이라며, 역대 최초의 원정 월드컵 토너먼트 승리라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조별리그에서 1승2패로 조 3위에 머물렀다. 체코와의 첫 경기에서 승리하며 기세 좋게 출발했지만, '개최국' 멕시코에 아쉽게 패한데 이어, 1승 제물이었던 남아공에 충격패를 당했다. 남아공전은 역대 월드컵 최악의 경기라 할만큼, 졸전이었다. 한국은 조3위 와일드카드를 두고 사흘간 희망고문에 시달렸지만, 끝내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후폭풍이 이어졌다. 홍 감독은 현지에서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먼저 한국 축구를 사랑해주시고 언제나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뗀 후 "전 오늘부로 물러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축구가 다시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성장해 나가길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들끓었다. 홍 감독의 태도 문제까지 지적했다.
이어 주장 손흥민(LAFC)과의 갈등설과 선수단 내분설 등이 제기되며 더욱 불이 붙었다. 대표팀 귀국장은 홍 감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로 아수라장이 됐고, 여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정치계까지 뛰어든 상황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아로소 수석코치 SNS 전문.
승리하면 모든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고, 패배한다고 모든 것이 나쁜 것만도 아니다.
때로는 성공과 실패의 차이가 아주 미미하며, 사소한 세부 사항이나 심지어 운에 달려 있기도 한다.
항상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지난 2년 동안 함께 이룬 성과 덕분에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에, 저 역시 매우 안타깝고 답답한 심정이다.
2년의 계약이 끝난 지금, 저는 이 경험을 지도자로서 크게 성장할 수 있게 해준 기회로 되돌아본다. 개인적으로 매우 힘든 순간들도 있었지만, 제가 가장 열정을 쏟는 일인 코칭을 하며 그라운드에서 보낸 시간들처럼 환상적인 순간들도 많았다.
저를 초청해 주신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님께 감사드리며, 저를 따뜻하게 맞이해주고 다른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스태프에게도 감사드린다.
한국은 훌륭한 저력을 가진 나라다. 국민들의 투지 덕분에 1953년 당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국가 중 하나로 거듭났다. 한국에서 생활하고 일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영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