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프랑스 축구대표팀이 '에이스' 킬리안 음바페(레알마드리드)의 '분투'에도 웃지 못했다.
프랑스는 19일 오전 6시(이하 한국시각) 미국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3-4위전에서 4대6으로 패하며 디디에 데샹 감독의 고별전이었던 이번 대회를 씁쓸하게 4위로 마감했다. 이번 3-4위전에선 역대 최다인 10골이 터져 축구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종전 월드컵 3-4위전 최고 기록은 지난 1958년 스웨덴대회 때 9골이었다. 당시엔 프랑스가 독일을 6대3으로 꺾고 3위를 차지했지만, 이번엔 패자로 남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8강 이후 12년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전반에만 데클란 라이스(아스널), 에즈리 콘사(레버쿠젠), 부카요 사카(아스널·2골)에게 연속골을 헌납하며 1968년 유고슬라비아전 이후 58년만에 0-4로 끌려간 채 후반전을 맞이한 프랑스는 후반 음바페의 멀티골과 바르콜라 브래들리, 우스만 뎀벨레(이상 파리생제르맹) 골로 대반전을 일으키며 4-5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마이클 올리세(바이에른뮌헨)의 연이은 실축과 주드 벨링엄(레알마드리드)의 쐐기골로 끝내 추월에 실패하며 결국 2골차로 패했다.
이날 2골 1도움을 올리며 10골(4도움)째를 기록한 음바페는 '아르헨티나 리빙 레전드' 리오넬 메시(인터마이애미·8골 4도움)와의 골든부트 대결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했지만, 팀의 패배로 개인 활약이 다소 빛이 바랬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은 라이벌을 꺾고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우승 이후 60년만에 최고 성적을 거뒀다. 종전 최고 성적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과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기록한 4위였다. 비록 잉글랜드 국민의 염원인 우승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동메달'을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사카는 잉글랜드 선수로는 제프 허스트에 이어 2번째로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역사를 썼다.
준결승전 패배로 동기부여가 떨어진 양팀, 예상대로 일부 포지션에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그간 출전 시간이 적었던 선수들에게 월드컵을 선발로 누빌 기회를 부여했다. 잉글랜드의 로테이션 폭이 더 컸다. '핵심 공격수'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벤치에 앉고, 아이반 토니(알아흘리)가 공격 선봉으로 출격했다. 부카요 사카(아스널), 모건 로저스(애스턴빌라), 마커스 래시포드(맨유)가 공격 2선에 늘어섰고, 데클란 라이스와 에베레치 에제(이상 아스널)가 중원에 포진했다. 징계를 씻고 돌아온 자렐 콴사(레버쿠젠), 에즈리 콘사(크리스탈팰리스), 마크 게히(맨시티), 제드 스펜스(잉글랜드)가 포백을 꾸렸다. 딘 헨더슨(크리스탈팰리스)이 골문을 지켰다.
프랑스는 골든부트에 도전하는 음바페를 어김없이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투입했다. 미카엘 올리세(바이에른뮌헨), 데지레 두에(파리생제르맹)가 양 측면 공격수로 배치됐고, 라얀 셰르키(맨시티), 아드리앙 라비오(유벤투스), 워렌 자이르 에메리(파리생제르맹)이 미드필드진을 구성했다. 말로 귀스토(첼시), 이브라히마 코나테(레알마드리드), 막상스 라크루아(크리스탈팰리스), 테오 에르난데스(알힐랄)가 포백을 꾸렸고, 마이크 메냥(AC밀란)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전반 초반, 완연한 잉글랜드의 페이스였다. 프랑스가 '따로국밥' 같았다면, 잉글랜드는 완벽에 가까운 조직력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특히 강도 높은 전방 압박에 프랑스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런 흐름 속 3분만에 선제골이 터졌다. 상대 페널티 박스 왼쪽 대각선 지점에서 공을 잡은 라이스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그대로 골문 우측 하단에 정확히 꽂혔다. 7분 래시포드의 오른발 발리슛은 귀스토의 몸에 맞고 골라인을 벗어났다. 11분 셰르키가 역습 상황에서 프랑스의 첫번째 슈팅을 기록했으나, 헨더슨 정면으로 향했다. 12분, 사카가 공간 패스를 받아 왼발로 추가골을 넣었다. 하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득점이 무효처리됐다.
18분, 잉글랜드가 추가골을 넣으며 달아났다. 좌측 코너킥 상황에서 라이스가 높이 올려준 공을 콘사가 헤더로 받아넣었다. 프랑스는 2~3명만으로 공격 활로를 모색했다. 26분, 역습 상황에서 두에의 공간 패스를 받은 음바페가 왼발슛을 시도했다. 공은 달려나온 헨더슨의 다리에 맞고 골문 쪽으로 향했지만, 게히가 몸으로 막았다. 33분 래시포드의 날카로운 너클볼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지만 잉글랜드는 4분 뒤 기어코 추가골을 뽑았다. 역습 상황에서 래시포드의 슛을 메냥이 쳐냈다. 흘러나온 공을 사카가 재차 슛으로 연결했지만 이는 에르난데스의 태클에 막혔다. 하지만 잉글랜드의 집중력은 높았다. 다시 공을 잡은 래시포드가 무리하지 않고 더 좋은 슈팅 위치에 서있는 사카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사카의 슛은 에르난데스의 다리에 맞고 굴절돼 그대로 골문 안으로 향했다.
잉글랜드는 전반 추가시간 1분 에제의 전진패스를 받은 사카의 감각적인 추가골로 전반을 4-0으로 앞선 채 마쳤다. 예상치 못한 대이변에 전 세계 축구계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반 내내 고개를 떨구고 있던 데샹 감독이 하프타임 때 바쁘게 움직였다. 셰르키, 에르나데스, 두에, 코나테를 동시에 빼고 우스만 뎀벨레(파리생제르맹), 뤼카 디뉴(애스턴빌라), 브래들리 바르콜라(파리생제르맹), 다요 우파메카노(바이에른뮌헨)를 투입했다. 전반에 문제를 보인 좌측면과 수비 라인에 변화를 꾀했고, '발롱도르' 뎀벨레를 투입하며 공격진에 숫자를 늘렸다. 잉글랜드는 래시포드를 빼고 공격수 올리 왓킨스(애스턴빌라)를 투입했다.
프랑스의 교체 효과는 확실했다. 3분, 우파메카노가 상대 진영 우측에서 로저스의 공을 차단한 뒤 직접 거침없이 역습에 임했다. 파이널서드 중앙에 위치한 올리세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올리세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음바페에게 예리한 침투패스를 찔렀고, 음바페가 침착한 왼발 슛으로 대회 9호골을 작성했다. 7분 라비오의 왼발 발리슛은 골대를 크게 벗어났다.
9분, 프랑스가 추가골을 갈랐다. 음바페의 패스를 받은 브래들리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뒤 정확한 왼발슛으로 헨더슨이 지키는 잉글랜드의 골문을 열었다. 경기 양상은 전반과 180도 달랐다. 15분 올리세, 19분 뎀벨레, 20분 우파메카노가 잇달아 슈팅으로 골문을 두드렸다. 잉글랜드는 윙어를 빼고 공격수를 투입한 투헬 감독의 교체 전략 때문인지 주도권을 내주며 흔들렸다. 후반 21분, 프랑스가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앞두고 점수차를 1골로 좁혔다. 박스 안에서 올리세의 패스를 받은 음바페가 다시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 대회에서 유독 골운이 따르지 않는 올리세가 후반 31분 절호의 찬스를 잡았지만 슈팅이 또 골문을 외면했다. 잉글랜드는 후반 34분 토니, 에제를 빼고 주드 벨링엄(레알마드리드)과 엘리엇 앤더슨(맨시티)을 투입하며 미드필드진을 강화했다. 벨링엄은 투입 직후 골문 앞까지 침투해 추가골을 노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36분, 올리세가 또 결정적인 찬스를 날렸다. 음바페가 박스 안 우측에 있는 뎀벨레에게 패스를 찔렀고, 뎀벨레가 무리하지 않고 다시 옆에 있는 올리세에게 논스톱 패스를 건넸다. 올리세가 노마크 상황에서 골문 우측 구석을 노리고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는데, 공은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음바페, 데샹 감독을 비롯한 프랑스 선수단은 큰 좌절감을 토로했다. 38분, 콴사가 빠지고 리스 제임스(첼시)가 투입됐다.
올리세의 실축은 결국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42분, 스펜스가 상대 박스 안에서 돌파 과정에서 귀스토의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벨링엄이 찰 것처럼 보였지만, 사카에게 양보를 했다. 사카가 골문 우측 하단을 가르는 골로 월드컵 무대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했고, 잉글랜드는 점수차를 2골로 벌리며 승리에 성큼 다가섰다. 프랑스는 포기하지 않고 후반 추가시간 1분 귀스토를 빼고 쥘 쿤데(바르셀로나)를 투입했다. 잉글랜드도 부상을 호소한 게히를 빼고 트레보 찰로바를 투입했다. 프랑스는 후반 추가시간 6분 역습 상황에서 우파메카노의 패스를 받은 뎀벨레가 추격골을 넣으며 4-5, 한 골차로 다시 추격했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8분 벨링엄이 역습 상황에서 단숨에 상대 박스까지 진입한 후 최종 수비수를 완벽하게 따돌리는 개인기에 이어 침착한 오른발슛으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는 잉글랜드의 6대4 승리로 끝났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