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대한민국 신임 A대표팀 감독 선임 방식이 결국 공개채용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대한축구협회(KFA)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22일 "이미 각급 대표팀 감독 선임 업무를 하는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A대표팀 선임 방식을 공개채용으로 방향을 잡고, 대한체육회와 관련 규정을 최종 수정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일 첫 회의를 연 전강위는 홍명보 감독의 사퇴로 공석이 된 A대표팀 감독 선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벌써 네 차례나 모임을 가졌다. 핵심은 선임 방법, 공개 채용 여부였다.
KFA는 지난 3월 U-20 대표팀 감독을 공개채용 방식으로 뽑았다. 각급 연령별 대표팀 감독을 공개 채용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 결과 김정수 전 제주 SK 감독대행이 선임됐다. 5월 올림픽대표팀 감독 역시 공모로 선발했다. 김은중 전 수원FC 감독이 낙점됐다. 대표팀 감독 선임을 두고 잡음이 이어지자, 대한체육회는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위해 KFA에 '공개모집 방식으로 선발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A대표팀은 다르다. 올림픽, 아시안게임은 대한체육회가 관련 업무를 총괄하지만, A매치 혹은 월드컵, 대륙별 축구대회 등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한다. FIFA와 AFC 회원국은 대한체육회가 아닌 KFA다. 때문에 대한체육회가 내린 공모 지침이 A대표팀에도 해당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됐다. 여기에 외국인 감독의 경우 공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무엇보다 좋은 외국인 감독 선임을 위한 필수조건인 사단 구축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변수였다. 대한체육회 규정상 코치도 공모에 참여해야 했다.
사실상 지금까지 전강위는 대한체육회와 의견을 조율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체육회는 공채를 밀어붙였다. 결국 논의를 통해 공채의 길을 열었다. 외국인 감독도 공모에 참여하고, 면접도 진행하게 했다. 축구의 특수성을 인정, 사단도 인정하기로 했다. 대신 코치들도 감독과 함께 면접을 보는 쪽으로 정리가 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공채 방식이 과연 적합한 것인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당시로 돌아가보자. 당시 김판곤 전력강화위원장은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 철학에 부합하는 감독을 뽑겠다"며 "그 철학은 능동적인 경기 스타일로 경기를 지배하고 승리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월드컵 예선 통과, 대륙컵 대회 우승 경험, 세계적인 리그에서의 우승 경험' 등 구체적 조건까지 내걸었다. 그 조건에 따라 뽑은 이가 벤투 감독이다. 능동적인 축구로 변신한 한국 축구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서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전강위가 새로운 철학과 조건으로 기준을 세운다고 치자. 하지만 공모에 참여한 감독이 이에 부합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 통상 공모 방식은 합격자의 2배수가 지원할 경우, 유효하다. 다시 말해 2명만 지원해도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우리는 능동적인 스타일을 원했는데, '안티 축구'가 장점인 감독 2명이 지원을 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전강위가 짜놓은 철학과 조건에 부합할지를 두고 운에 맡겨야 하는 '웃픈' 상황이 된다.
계약 기간도 변수다. 임시 감독을 선임할 시는 공채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 현재 전강위 내부에서는 임시 감독을 뽑아 9, 10월 A매치와 11월 A매치, 두 달만 이끌게 하자는 목소리가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외국인 감독이 지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원하는 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팬들의 기대치에는 맞지 않을 공산이 높다. 국내 지도자 풀은 더 좁다. 어차피 놀고 있는 감독들은 뻔한 데다, 지금 여론을 감안하면 공모에 참여할 가능성도 낮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