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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웠던 15년 골프 인생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극적인 인생 역전 드라마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쓰여졌다.
한국 무대를 뒤로하고…
그러나 가족 없이 혼자 투어 생활을 시작한 무명의 선수 앞에 펼쳐진 건 고난한 인생이었다. 당시 스폰서가 없어 홀로 비행기 티켓을 구입해 투어를 전전했고 다른 선수들이 호텔에서 머물 때 대회조직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하우징(대회장 근처 가정집을 빌려 선수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숙소)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대회장까지 이동하는데도 동료들의 차를 얻어타야만 했다. 언어의 장벽 속에서 성적 역시 신통치 않았다. 연거푸 컷탈락의 고배를 마신 그는 2010년 마지막 대회인 LPGA 투어 챔피언십에서 공동 7위를 기록하며 극적으로 2011년 시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렵게 기회를 잡아도 투어 경비를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밑바닥' 골프 인생은 그의 의지마저 꺾어 놓았다. "가장 크게 힘든 것은 영어였다. 타향에서 대화가 되지 않아 무척 힘들었다. 그 다음으로 힘든 것은 자금적인 부분이었다. 돈이 없었고, 부모님께 얘기도 못하면서 혼자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과연 이렇게 살아가는게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결국 이일희는 경제난을 이기지 못하고 국내 복귀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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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말 한국 복귀를 추진한 이일희는 KLPGA 투어 시드 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가 다시 돌아갈 무대는 미국 뿐이었다. 그런데 시드 선발전 탈락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국내에 머무는 동안 국산 골프공 제조업체 볼빅의 문경안 회장을 만나 직접 후원을 요청했다. 볼빅과의 인연이 이렇게 시작됐다. 볼빅의 후원으로 투어 경비에 대한 걱정없이 경기에만 전념하게 된 이일희는 성적으로 보답했다. 지난해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공동 4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공동 9위에 오르더니 지난 6일 끝난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로 서서히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마침내 고대하던 샴페인까지 터트렸다. '미니 대회'로 치러진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에서 나흘 내내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톱랭커들을 따돌리고 우승컵에 입맞춤을 했다. 경제난에 시달리며 '아메리칸 드림'마저 포기하려 했던 이일희는 우승상금으로 19만5000달러(약 2억1600만원)를 챙기며 올시즌 상금랭킹 12위로 수직 상승했다. 이일희는 "가장 먼저 부모님이 생각난다. 이번 대회에 어머니가 오시기로 했는데 못 오셔서 아쉽다. 내년에는 꼭 함께 이 대회에 디펜딩 챔피언으로 참가하도록 하겠다"면서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가장 힘들었을 때 볼빅과 인연을 맺었다. 볼빅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의 이일희가 없었을 것"이라면서 후원사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