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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도 골프 할래."
'세리 키드'가 '골프 여제'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은 브리티시여자오픈이었다. 박세리가 한국인 처음으로 우승했던 그 대회에서 박인비는 지난해 우승을 거머쥐며 사상 7번째 커리어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 석권)을 달성했다. 박인비는 메이저대회에서 무려 7승을 거뒀다. 또 박세리가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수상했던 베어트로피(시즌 최저 평균타수·2003년)도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나 수상했다. 박인비는 박세리가 세웠던 이정표를 그대로 밟았다.
박인비는 롤모델을 뛰어넘었다. 박세리가 한번도 차지하지 못한 올해의 선수상도 2013년 한국 선수로는 처음 받았다. 남겨놓은 숙제도 있다. 박세리의 한국인 최다승(25승)이다. 박인비는 지난해까지 17승을 따내 박세리에 8승이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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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는 25번째 회원이 됐다. 명예의 전당 회원이 65년 동안 25명밖에 되지 않는다. 골프계에서 추앙받는 이유다. 게다가 LPGA 투어 명예의 전당 신규 입회자는 2007년 박세리 이후 10년 동안 없었다. 박인비가 바늘 구멍을 통과한 것이나 다름없다.
명예의 전당에 가입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먼저 포인트 27점을 쌓아야 한다. 포인트는 대회 우승 한번에 1점씩 부여한다. 메이저대회는 2점을 준다. 베어트로피나 올해의 선수상을 받아도 1점을 챙긴다.
27점을 다 쌓아도 두 가지 조건이 더 충족돼야 한다. 반드시 메이저대회 우승이나 베어 트로피, 올해의 선수상 가운데 하나는 수상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 10년 동안 투어에서 활동해야 한다. 반짝 떴다 사라지는 선수가 아닌 오랜 기간 투어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야 나무를 오를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박인비는 또 다른 대기록에도 도전한다. 단일 메이저대회 4연패다. 여자 메이저 단일 대회에서 3년 연속 우승한 선수는 패티 버그(타이틀홀더스 챔피언십·1937∼1939년), 애니카 소렌스탐(위민스 PGA챔피언십·2003∼2005년) 뿐이다. 박인비가 이번 대회에서 다시 정상에 오르면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4연패를 달성한다. 변수는 통증이 여전한 왼쪽 엄지손가락이다.
오는 8월엔 우상과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박세리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골프대표팀 코치로 참가한다. 박인비는 대표팀 에이스다. '닮은 꼴' 골프인생을 살면서 세계 여자골프계를 집어삼킨 두 거인의 만남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