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감 잡은' 여자 골프 최후 향해 질주, 과연 메달 색깔은?

기사입력 2016-08-18 18:45


박인비 선수가 1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열린 여자골프 1라운드에서 1번홀 티샷을 하고 있다./2016.8.17/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L

116년 만에 올림픽 무대로 돌아온 여자 골프의 막이 올랐다.

세계 최강 한국 여자 골프도 메달을 향한 최후의 전진을 시작했다. 골프는 나흘간 총 72홀 스트로크 플레이를 통해 메달을 가린다. 최종라운드는 한국시각 20일 밤에 시작된다. 박세리 감독이 이끄는 여자 골프 대표팀은 내심 금-은-동 독식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세계 톱 랭커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올림픽에 좋은 선수들이 굉장히 많이 나왔기 때문에 그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박인비(28·KB금융그룹)의 진단이 냉정한 현주소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골프 코스(파71·6245야드)에서 열린 1라운드에선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돌풍의 주역인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이 6언더파 65타를 쳐 단독 선두로 나섰다. 스물한살의 주타누간은 5월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과 킹스밀 챔피언십, 볼빅 챔피언십에서 3개 대회 연속 정상에 오른 데 이어 1일 메이저 대회인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까지 차지한 무서운 신예.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함께 나란히 시즌 4승을 기록했다. 무서운 기세는 올림픽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바람 등 돌발변수가 없을 경우 코스 전장이 6245야드로 짧아 장타자들에게 유리하다. 주타누간은 드라이버를 사용하지 않고 2번 아이언과 3번 우드만로 경쟁자를 압도하는 장타력을 과시할 만큼 힘이 좋다. 하지만 기복은 있었다. 1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7개를 기록했지만 더블 보기와 보기도 각각 1개씩 적어냈다.

태극낭자들도 청신호를 켰다. 감을 잡았다. '골프 여제' 박인비가 돌아왔다. 주타누간과 함께 동반 라운드를 한 김세영(23·미래에셋)의 거침없는 도전도 기대를 모은다. 박인비와 김세영은 나란히 주타누간에 1타 뒤진 5언더파 66라운드를 기록하며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여자골프 김세영이 1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열린 여자골프1라운드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다./2016.8.17/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J
박인비는 왼손 엄지 손가락 인대 손상으로 올림픽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역시 박인비였다. 큰 무대에 강했다. 김세영도 안정된 샷 실력을 뽐냈다. 고무적인 것은 박인비와 김세영 모두 보기 없이 버디 5개로 첫 라운드를 출발했다는 점이다. 박인비는 1라운드를 마친 후 "올 시즌 이렇게 좋은 라운드를 언제 마지막으로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보기 없는 라운드인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며 미소를 지은 후 "올림픽에서 좋은 라운드를 한 것이 기쁘고, 자신감도 회복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샷 감이 좋았다. 몇개 놓친 퍼트가 조금 아쉬웠지만 라운드가 지날수록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긴 라운드인만큼) 지금 너무 들뜨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도 샷 감을 살리면서 퍼트를 잘하는 라운드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세영도 "1라운드는 두 홀 정도만 아쉽고 그것만 아니면 퍼펙트 라운드였던 것 같다"며 "10번, 12번, 15번은 티샷이 까다롭더라. 세 군데를 잘 공략하면 남은 라운드에서도 충분히 스코어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전인지 선수가 17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열린 여자골프 1라운드에서 8번홀 버디를 성공 하고 인사를 하고 있다./2016.8.17/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L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3번부터 5번 홀까지 3개 홀 연속 보기로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경기력을 회복하며 언더파로 첫 날 경기를 마쳤다. 버디 5개와 보기 4개로 1언더파 70타를 적어냈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은 만큼 선두와의 5타 차는 멀지 않은 거리다. 그는 "최근 내 샷이 날카롭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했지만 이내 "내가 지금까지 우승을 12번 했는데 그 가운데 샷이 좋아서 우승한 적은 한 두 번밖에 되지 않는다. 1라운드를 해봤으니 경험을 바탕으로 남은 라운드를 잘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자골프 양희영이 1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1라운드를 마무리 한뒤 인사를 하고 있다./2016.8.17/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J
반면 양희영(27·PNS창호)은 2오버파 73타를 쳐 다소 흔들렸다. "샷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는 그는 "연습장에 가서 샷 감각을 좀 더 가다듬어야 겠다"며 분발을 다짐했다.


전반적으로 격차가 크지 않다. 리디아 고는 첫 날 2언더파 69타를 쳤다. 니콜 라르센(덴마크), 캔디 쿵(대만), 카롤타 시간다(스페인)는 4언더파 67타를 기록, 선두권 경쟁에 가세했다.

섣부른 전망도 여전히 금물이다. 남은 라운드에선 궂은 날씨가 예보돼 있다. 박인비는 "많은 선수가 비 오는 상태에서 경기해봤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아무래도 비가 오면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한국 여자 골프가 첫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까. "올림픽 무대이기 때문에 평소 스포츠, 골프에 관심 없는 한국 국민도 경기 결과를 주목한다. 한국을 대표해서 영광이다. 올림픽이 내 경력의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도록 남은 라운드에서도 열심히 하겠다." 박인비의 각오에서 간절함이 느껴진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