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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세 KLPGA '고지우 동생' 고지원 "비거리 늘린 덕 봤죠"

기사입력 2025-08-08 08:50

[KLPG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LPG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귀포=연합뉴스) 권훈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는 고지원(21)은 늘 '고지우 동생'으로 불렸다.

2022년 데뷔한 언니 고지우(22)는 3차례 KLPGA 투어 정상에 올랐고 장타력과 공격적 경기 스타일로 '버디 폭격기'라는 멋진 별명을 얻어 많은 팬의 사랑을 받는 KLPGA 투어 정상급 스타 선수다.

고지우는 올해 6월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KLPGA 투어 54홀 최소타 타이기록까지 세웠다.

그러나 언니보다 1년 뒤 데뷔한 고지원은 첫 시즌을 상금랭킹 77위로 마쳐 시드전을 다시 치러야 했고, 2년 차이던 작년에도 시드를 지키지 못했다.

다시 시드전에 나섰지만 시드 순위가 한참 낮아 KLPGA 투어와 2부 드림투어를 병행하는 처지다.

프로 골프 선수로서 언니 고지우에는 한참 뒤처진 고지원이 '고지우 동생'으로 주로 통하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고지원이 언니 고지우를 제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3일 끝난 오로라 월드 챔피언십에서 고지원은 우승 경쟁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고지우는 공동 10위에 올라 자매가 처음 톱10에 함께 이름을 올렸는데. 고지원이 KLPGA 투어에서 언니보다 앞선 건 처음이었다.

고지원은 7일 제주도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에서 열린 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쳐 공동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5위에 올랐다.

2주 연속 우승 경쟁에 나설 발판을 마련하는 상승세다.

고지우는 1언더파 71타로 중위권에 그쳐 고지원이 2주 연속 언니를 이길 기세다.

오로라 월드 챔피언십 준우승 이전에 고작 8개 대회에 출전해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 공동 10위 단 한 번 톱10에 들었던 고지원이 이렇게 상승세를 탄 이유는 전과 달라진 비거리 덕분이다.

고지원은 작년까지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240야드를 넘긴 적이 없다. 신인 때 장타 순위 69위였고 작년에는 73위였다.

올해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평균 242.59야드로 장타 순위가 29위까지 올랐다.

고지원은 "한 클럽 이상 비거리가 늘어난 건 확실하다"면서 "파4홀 두 번째 샷을 전보다 편하게 친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비거리 늘리기에 매달린 결과다.

우선 주니어 때부터 몸에 익은 페이드 구질을 포기하고 스트레이트 구질로 바꿨다. 페이드 구질은 안정성은 뛰어나지만, 비거리에서 손해를 좀 본다.

체격이 작은 편이던 고지원은 몸 불리기에도 공을 들였다.

선배 프로 선수들이 체중 불리기에 효과를 봤다는 미숫가루 먹기에 끼니마다 먹는 양을 늘렸다.

고지원은 "5㎏쯤 몸무게가 늘었다. 시즌 시작하고 만난 사람들한테 '살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물론 웨이트 트레이닝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작년 시즌이 끝나고 올해 초 드림투어 해외 대회에 2번 다녀온 것 빼고는 국내에 머물면서 하루에도 서너번 넘게 체육관을 들락거리면서 덤벨을 들었다.

고지원은 "몸이 근육형으로 변했다"며 웃었다.

비거리 증가가 성적이 좋아진 유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상승세의 주된 원동력이 된 건 맞다고 고지원은 밝혔다.

부쩍 경기력이 향상된 고지원은 그러나 아직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

고지원은 드림투어 상금랭킹 3위를 달리고 있어 시즌 종료 시점 20위 이내에 들면 주는 내년 시즌 KLPGA 투어 시드는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상 내년 시즌에 KLPGA 투어 복귀를 예약한 고지원은 아직도 성이 차지 않는 부분을 가다듬어 내년에는 지난 2년 동안 겪었던 실망스러운 결말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번 대회도 첫 단추를 잘 끼웠지만 섣불리 우승 욕심을 부리지는 않을 참이다.

다만 고지원은 출전 기회가 많지 않은 KLPGA 투어 대회나 주된 활동 무대인 드림투어에서 한 번은 우승 맛을 보고 싶다는 소망은 감추지 않았다.

언니 고지우와 경쟁심도 있냐는 조심스러운 질문에 고지원은 "사실 언니와는 선의의 경쟁"이라면서 "언니뿐 아니라 누구라도 뛰어넘겠다는 목표보다는 내가 만족할 수준의 경기를 하는 걸 바라고 훈련하고 연습한다"는 의젓한 답변을 내놨다.

khoo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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