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It's Ryu again"
연장 첫 홀에서 메이저 2회 연속 우승을 확정짓는 버디 퍼트를 떨구며 흥분감에 손을 모은 유해란(25)에 대한 현지 중계진의 감탄사였다.
유해란이 단 3주 만에 세계 골프계를 흔들며 새로운 '메이저 퀸'으로 급부상 했다.
현지 매체들은 유해란의 메이저 2회 연속 제패에 대해 "역사적인 대기록"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유해란은 12일(현지시각)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91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캐나다의 강자 브룩 헨더슨과 피 말리는 연장 접전 끝에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성공시키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달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 왕관을 썼던 유해란은 단 2주(대회 일정 기준 3주) 만에 또다시 메이저 대회를 제패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선수가 한 시즌에 메이저 2승 이상을 거둔 것은 2019년 고진영 이후 7년 만이다. 우승 상금 140만 달러(약 21억 원)를 추가한 유해란은 이번 승리로 단숨에 세계 여자 골프의 최강 그룹으로 올라섰다.
출발은 여유로웠다. 유해란은 2위에 3타 차, 헨더슨에게는 무려 7타 앞선 채 최종 라운드를 시작해 무난한 우승이 점쳐졌다.
그러나 메이저 왕좌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경쟁자 헨더슨이 전반 홀에서 이글과 홀인원을 잇달아 터뜨리는 신들린 샷 감각으로 거센 턱밑 추격을 해왔다.
유해란은 퍼트 난조로 고전하며 경기 막판 이와이 아키(일본), 헨더슨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하는 등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유해란의 진가는 승부처에서 빛났다. 18번 홀(파5)에서 극적인 첫 버디를 잡아내며 같은 홀에서 이글을 잡아낸 헨더슨과 최종 합계 19언더파 265타 동타를 이뤄 연장승부가 성사됐다.
같은 18번 홀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 유해란은 완벽한 두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 오른쪽 위에 올린 뒤 침착하게 투퍼트로 버디를 성공시켰다. 반면 티샷을 당기는 실수로 러프를 전전한 헨더슨은 파에 그치면서, 유해란은 최후의 승자가 됐다. 온 종일 고전했지만, 마지막 순간 강자의 모습을 보여줬던 경기였다.
유해란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 퍼트가 너무 안 들어가 정말 힘들었지만, 마지막 연장 퍼트 순간에 신이 도운 것 같다. 지금은 마치 꿈만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해란의 거침없는 질주에 미국 현지 유력 매체들은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골프채널'은 우승 직후 "유해란의 여름은 계속된다(The summer of Haeran Ryu continues)"라며 "연장전에서의 눈부신 마무리가 압권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유해란이 3라운드에서 기록한 11언더파 60타를 언급하며 "남녀를 통틀어 메이저 대회 역사상 역대 최저타 신기록을 세운 역사적인 일주일의 완벽한 피날레"라고 극찬했다.
'AP' 역시 유해란을 "한국 여자 골프의 최신 센세이션(The latest South Korean sensation)"이라며, 큰 압박감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강인한 멘탈을 집중 조명했다. AP는 특히 "올해 5개 메이저 대회 중 셰브론과 US오픈은 세계 1위 넬리 코르다(미국)가, KPMG와 에비앙은 유해란이 휩쓸었다"며 "LPGA 역사상 한 시즌에 두 명의 선수가 각각 메이저 2승 이상을 나눠 가진 것은 최초의 대기록"이라며 유해란을 코르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자로 언급했다.
현지 골프 통계 전문가들은 유해란의 이번 '연속 메이저 제패'가 한국 선수로서는 지난 2013년 '골프 여제' 박인비의 메이저 3연속 우승 이후 무려 13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23년 LPGA 신인왕 출신인 유해란이 불과 데뷔 4년 차에 세계 골프계의 판도를 바꾸는 거물급 선수로 급부상한 것이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유해란의 우승 외에도 한국 선수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임진희가 마지막 날 6타를 줄이며 공동 4위(15언더파)에 올랐고, 이소미 역시 7타를 줄이는 맹활약으로 공동 10위(11언더파)로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단 3주 만에 메이저 2승을 수확하며 미국 전역을 들썩이게 만든 유해란의 다음 목표는 오는 30일 영국 로열 리덤 앤 세인트 앤스에서 개막하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브리티시 오픈)'이다. 메이저 2연승의 기세를 몰아 유해란이 박인비 이후 누구도 밟지 못한 '한 시즌 메이저 3승'의 신화까지 써 내려갈 수 있을까. 전 세계 골프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