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밤 촉망받던 중견 은행원의 운명이 바뀌었다. 우리은행 인천 부평지점 부지점장인 김용근씨(51)는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다 부평구 부평시장역 주변에서 한 여성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다. 남성과 옥신각신 다투고 있는데 주위 사람들은 나몰라라 갈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김씨는 이날 퇴직연금 거래처 섭외를 위해 야근을 하고 난 뒤 귀가하다 변을 당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연약한 여자를 남자가 길거리에서 윽박지르는 모습을 외면하지 못했다.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만든 것은 김씨의 두 자녀다. 고교 3학년인 딸과 고교 1학년인 아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곱씹으며 휴대전화 메시지로 부고를 부친 동료들에게 전했다. 우리은행 사람들은 할말을 잊었다.
안타까운 사연이 뒤늦게 알려진 24일 온라인은 고인의 명복 기원과 우리 사회의 각박함을 질타하는 메시지로 넘쳐났다. '사람을 도우려다가 사고를 당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착한 사람이 못사는 세상이다. 화가 난다' 등 분노의 목소리가 많았다. 또 '남을 도우려다 범죄를 당했다. 시민의식이 살아있었다면, 주위에서 도와줬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의로운 행동에는 우리 사회가 보상을 해줘야 한다' 등 모순된 사회 시스템을 꼬집는 이도 있었다.
무엇보다 남의 고통을 내 것처럼 생각하며 다가선 김씨의 용기에 숙연해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요즘 공원이나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을 훈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고인의 의로움에 다시한번 고개를 숙인다"고 말했다.
한 집안의 가장이자, 아버지, 사회의 건실한 구성원이었던 중년 남성의 의로운 용기. 갈수록 개인주의로 흐르는 사회상과 각박해져 가는 세태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박재호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