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재판이 막바지로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SK그룹 횡령사건의 핵심 공범으로 기소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이 SK그룹 차원의 기획입국의혹을 또다시 제기했다. 검찰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SK그룹 오너일가의 형량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검찰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0부(부장판사 설범식) 심리로 열린 김 전 고문에 대한 공판에서 김 전 고문의 공모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증인으로 출석한 최 회장을 집중 추궁했다. 김 전 고문이 도피 중이던 대만에서의 강제출국 과정에 SK그룹의 개입 가능성을 지적했다. 대만에서 김 전 고문이 체포될 당시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이 동행했던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최 부회장이 동행하고 있던 점을 근거로 SK가 김 전 고문에 대한 정보를 경찰에 제공, 강제송환을 명분으로 기획입국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또 김 전 고문이 한국 송환 이후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최 회장이 정보를 경찰에 흘려 강제송환 됐다고 주장했던 점을 언급하며 기획입국이 아닌 것처럼 위장하려 한 게 아니냐는 점을 최 회장에게 추궁하기도 했다.
1심과 2심에서의 진술번복 과정에서 김 전 고문의 조언이 있었냐는 검찰의 질문에 대한 최 회장의 답 역시 논란거리다. 최 회장은 진술 과정에서 "김 전 고문이 펀드 출자 및 선지급과 관련해 어떻게든 본인을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일부 시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6월 이후 김 전 고문과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했던 점을 감안하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최 회장의 진술이 모호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 회장은 횡령 배임 혐의 1심에서 '사실무근'으로 일관한 바 있다. 1심 선고공판에 앞서 최 회장은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그런데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은 뒤 최 회장은 "펀드 출자금 조성에 관여한 점을 인정한다"며 "원심에서 사실대로 말씀드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진술을 번복한 바 있다. 검찰은 일련의 정황들을 토대로 향후 공판에서 김 전 고문의 기획입국의혹을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결집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 대한 공판은 26일 변론이 종결돼 내년 1월 중 선고가 예상된다. 최 회장 형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내년 3월 이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세형기자 fax123@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