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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상당기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제품들 가운데 위기와 시련을 이겨내고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제품들이 의외로 많다.
미원은 1960년대 한국의 조미료 시장을 연 제품으로 당시 미원이라는 이름 하나가 한국의 모든 조미료를 대표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가구 1미원'이라 부를 정도로 모든 가정의 필수품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한 식품회사의 무첨가 마케팅이 발단이 되면서 MSG 유해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원은 현재 국내 시장에서 1200억원 가량의 연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매출 중 400억원 이상이 소비자가 직접 구입한 소매 판매 매출로 매년 소폭씩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해외 매출의 성장세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미원의 해외 매출은 1994년부터 2013년까지 20여 년 간의 증가액이 2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부터 식약처 식품첨가물 분류에서 화학적 합성첨가물이라는 용어가 퇴출되고 정부 차원에서 MSG 안전성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이루어질 예정이어서 앞으로 '국민조미료' 미원의 부활이 기대되고 있다.
대상(주) 식품사업총괄 최광회 그룹장은 "지금의 흐름을 기회로 보고 MSG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지속적으로 형성해 가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칠 것"이라며 "이와 함께 광고, 캠페인, 제품 리뉴얼, 이벤트 등 미원 제품 자체에 대한 마케팅 활동도 병행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동원F&B '쿨피스'도 '제2 전성기'를 맞고 있다. 쿨피스는 1980년 해태유업이 국내 최초로 출시한 유산균 음료다. 지금은 해태유업을 2006년 인수한 동원F&B가 판매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지만 2000년대 이후 음료시장에도 웰빙 고급화 바람이 불면서 쿨피스의 존재감은 크게 떨어지게 됐다.
하지만 최근 경기불황을 타고 쿨피스의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는 추세다. 일반 과일주스에 비해 훨씬 가격이 저렴한데다 30~40대 소비자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도 한몫했다.
또 매운 음식에 어울리는 음료로 인식되면서 업소용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쿨피스의 지난해 매출은 2009년 80억원에서 두 배 가까이 성장한 150억원에 이른다.
동아제약 '박카스'도 위기를 극복하고 완벽히 부활했다. 1963년 우리나라 최초의 자양강장제로 첫 선을 보인 후 2002년 1994억원의 최고 매출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박카스는 광동제약의 '비타500' 등 경쟁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연매출이 1185억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에 2010년 초부터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라는 카피의 광고로 약사들의 큰 호응을 얻으면서 매출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의약품으로서의 효능에 중점을 두어 일반 음료와는 차별화한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2011년 7월 박카스가 일반의약품에서 의약외품으로 전환되면서 슈퍼마켓에서도 팔 수 있게 된 것도 기회로 작용했다.
슈퍼마켓 판매에 대한 약사단체의 반발과 가격붕괴 위험을 고려, 오랜 고민 끝에 기존 '박카스D'는 그대로 약국에만 공급하고 슈퍼마켓용으로 '박카스F'를 새롭게 출시하는 이원화 전략을 펼쳐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전략이 적중해 박카스의 지난해 매출은 2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농심 '신라면 블랙'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시련과 부활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했다. 2011년 4월 첫 출시 당시 한 달 여 만에 매출 90억원을 올리며 집중 조명을 받았지만 곧 가격 논란과 동시에 과장 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으며 위기를 맞았다.
이후 한 차례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출시 4개월 만에 국내 판매 중단이라는 시련을 맞이했다. 하지만 해외시장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2012년 10월 국내에 재출시됐다. 기존 제품보다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맛을 보강한 '신라면 블랙'은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600만개 이상 팔리며 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OB맥주는 'OB골든라거'라는 새 이름을 달고 부활했다. 1970~1980년대 국내 맥주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OB브랜드는 1990년대에 들어 시장 1위 자리를 내주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전성기 시절 70%에 육박했던 점유율이 2010년 1.9%까지 떨어진 것. 하지만 지난 2011년 30대 남성을 타깃으로 하는 정통 맥주 'OB골든라거'로 새롭게 탄생, OB의 옛 영광을 되찾았다.
출시 200일 만에 판매량 1억병 돌파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됐다. 갓 양조한 듯 오랫동안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도록, 국내 맥주업계 최초로 병뚜껑에 신기술 '락킹 공법'을 도입한 점.
그리고 독일 지역에서 생산되는 아로마홉과 황금맥아(골든몰트)로만 만들어 기존 제품과 맛에 차별화를 둔 것이 'OB골든라거'의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