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완성차업계 규모는 세계 5위권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품질이나 서비스로 넘어가면 '아직 멀었다'는 말이 나온다.
강씨는 "만약 사고차량이라고 하면 차량 기능 뿐만 아니라 나중에 중고차로 되팔 때 손해를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대리점은 '차를 타다가 문제가 생기면 무상 수리를 받으면 되고 중고차로 되팔 때는 차량 가격에 변동이 있다면 차액부분을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써 주겠다'고 했다. 강씨는 "각서를 받았고,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해당 차량 수리를 받았지만 영 개운치 않다. 차를 인수할 때 꼼꼼하게 살피지 않은 내 잘못도 있지만 차가 배달 중에 어떤 일을 당했는지 말 안하면 소비자는 모르는 것 아니냐. 비슷한 사례가 나뿐 만은 아닌 것 같다. 각서라는 것도 지금 와서 생각하면 무용지물 같다"고 말했다.
차량 배달 사고는 영업사원이 말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알기 힘들다. 특히 인기 차량의 경우 수주에서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배송 도중에 문제가 발생해도 차량 전달시기를 고의로 늦추는 것이 어렵진 않다. 신차 배송 중 사고에 대해 본사차원의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은 없다. 영업사원이 책임져야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진실이 은폐될 가능성이 크다. 해당 영업소는 본지의 수차례 답변 요구에 묵묵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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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사는 공무원 이모씨는 두달반 넘게 생고생이다. 2013년 3월 르노삼성자동차 SM5 플래티넘 차량을 신차로 구입했다. 올해 5월 29일 2만4000㎞를 뛴 상태에서 저속 운행 중 갑작스럽게 엔진이 내려앉았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후진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교통량이 없는 차로여서 다른 차량과의 2차 사고나 인명 피해가 없었던 점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르노삼성 대구사업소에서 차량 후드를 열어본 결과 어이없는 광경이 벌어졌다. 엔진이 통째로 운전석 쪽으로 기운 것이다. 차량 하부는 엔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푹 내려앉았다. 문제의 원인은 엔진을 차체와 고정시키는 스크류볼트 결함이었다. 볼트가 완전히 부러졌다. 큰 사고의 위기를 넘겨 가슴을 쓸어내렸던 이씨는 차량 수리와 함께 일정부분의 보상을 요구했고, 르노삼성은 이를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 비슷한 사례를 찾았고, 몇 년 사이 동일 차량의 '엔진 탈출' 사고를 몇 건 발견했다.
구조적 결함임을 인지한 이씨는 결함 스크류볼트를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르노삼성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공개 성능평가를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수용되지 않았다.
이씨는 "처음에는 내게만 벌어진 특이한 사례라고 했지만 이미 비슷한 사례가 있었음을 나중에야 시인했다. 온라인 불만 글을 삭제할 것을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내가 거절했다. 수리를 맡은 사업소 직원들의 친절함 때문에 좋게 일을 해결하려 했지만 대구로 내려온 르노삼성 본사 직원은 마치 선심 쓰듯 고압적인 자세였다. 난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뻔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르노삼성은 차량 수리와 약간의 위로금, 결함 볼트에 대한 자체 성능평가 보고서 사본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공신력이 떨어진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씨의 차량은 여전히 정비공장에 방치돼 있는 상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