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국산차. 배달사고 의심 뉴카니발, 엔진 내려앉은 SM5

최종수정 2014-08-19 08:56

대한민국 완성차업계 규모는 세계 5위권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품질이나 서비스로 넘어가면 '아직 멀었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현대차와 쌍용차의 연비논란은 빙산의 일각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내 업체의 기술 부족이 아닌 불신이다. 수출용과 내수용의 부품 차이 의혹, 녹이 슬고 물이 새는 하자에 대한 근본대책 없는 임기응변식 대응, 소비자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의 눈속임. 국산차 업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은 자주 "못 믿겠다"고 말한다. 최근 스포츠조선 소비자인사이트로 2건의 자동차 관련 제보가 들어왔다. 기아차 뉴카니발을 신차로 구입한 이는 선팅을 하러 갔다가 페인트가 덧칠돼 있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배송 사고가 의심되는 부분이다.

르노삼성의 SM5 승용차를 몰던 이는 갑자기 엔진이 내려앉는 사고를 당했다. 작은 부품 결함임이 드러났지만 거대 기업은 근본적인 문제해결 보다는 기업, 제품 이미지 손상에 전전 긍긍하고 있다.

배달 사고 의심, 기아차 뉴카니발

인천에 사는 주부 강모씨는 지난달 26일 기아차 뉴카니발을 구입했다. 3600만원이라는 거금이 들어갔다. 강씨는 3일 뒤 선팅을 위해 인근 업체를 찾았다. 한데 차량을 살피던 설치기사는 운전석 문짝 주변 페인트가 덧칠돼 있다고 했다. 페인트 덧칠은 사실 별문제가 아니다. 설치기사는 "사고차량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름 모를 사고 뒤 도색을 새로 했다는 얘기다. 찜찜한 마음에 차량을 구입한 기아차 모 대리점으로 가 따졌다. 대리점 측은 처음에는 별 문제 아니라고 발뺌하다가 '새것과 똑같이 도색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강씨는 "만약 사고차량이라고 하면 차량 기능 뿐만 아니라 나중에 중고차로 되팔 때 손해를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대리점은 '차를 타다가 문제가 생기면 무상 수리를 받으면 되고 중고차로 되팔 때는 차량 가격에 변동이 있다면 차액부분을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써 주겠다'고 했다. 강씨는 "각서를 받았고,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해당 차량 수리를 받았지만 영 개운치 않다. 차를 인수할 때 꼼꼼하게 살피지 않은 내 잘못도 있지만 차가 배달 중에 어떤 일을 당했는지 말 안하면 소비자는 모르는 것 아니냐. 비슷한 사례가 나뿐 만은 아닌 것 같다. 각서라는 것도 지금 와서 생각하면 무용지물 같다"고 말했다.

차량 배달 사고는 영업사원이 말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알기 힘들다. 특히 인기 차량의 경우 수주에서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배송 도중에 문제가 발생해도 차량 전달시기를 고의로 늦추는 것이 어렵진 않다. 신차 배송 중 사고에 대해 본사차원의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은 없다. 영업사원이 책임져야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진실이 은폐될 가능성이 크다. 해당 영업소는 본지의 수차례 답변 요구에 묵묵부답이었다.


◇큰 사진은 대구에 사는 이모씨 SM5의 엔진 함몰. 엔진이 운전석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작은 사진은 3년전 또다른 SM5 차량의 엔진함몰 사진. 거의 비슷하다.



◇이모씨 차량의 하부 모습. 엔진이 내려앉은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작은 사진 역시 비슷한 형태다.



◇날카롭게 절단돼 부러진 볼트
엔진 함몰 SM5

대구에 사는 공무원 이모씨는 두달반 넘게 생고생이다. 2013년 3월 르노삼성자동차 SM5 플래티넘 차량을 신차로 구입했다. 올해 5월 29일 2만4000㎞를 뛴 상태에서 저속 운행 중 갑작스럽게 엔진이 내려앉았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후진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교통량이 없는 차로여서 다른 차량과의 2차 사고나 인명 피해가 없었던 점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르노삼성 대구사업소에서 차량 후드를 열어본 결과 어이없는 광경이 벌어졌다. 엔진이 통째로 운전석 쪽으로 기운 것이다. 차량 하부는 엔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푹 내려앉았다. 문제의 원인은 엔진을 차체와 고정시키는 스크류볼트 결함이었다. 볼트가 완전히 부러졌다. 큰 사고의 위기를 넘겨 가슴을 쓸어내렸던 이씨는 차량 수리와 함께 일정부분의 보상을 요구했고, 르노삼성은 이를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 비슷한 사례를 찾았고, 몇 년 사이 동일 차량의 '엔진 탈출' 사고를 몇 건 발견했다.

구조적 결함임을 인지한 이씨는 결함 스크류볼트를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르노삼성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공개 성능평가를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수용되지 않았다.

이씨는 "처음에는 내게만 벌어진 특이한 사례라고 했지만 이미 비슷한 사례가 있었음을 나중에야 시인했다. 온라인 불만 글을 삭제할 것을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내가 거절했다. 수리를 맡은 사업소 직원들의 친절함 때문에 좋게 일을 해결하려 했지만 대구로 내려온 르노삼성 본사 직원은 마치 선심 쓰듯 고압적인 자세였다. 난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뻔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르노삼성은 차량 수리와 약간의 위로금, 결함 볼트에 대한 자체 성능평가 보고서 사본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공신력이 떨어진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씨의 차량은 여전히 정비공장에 방치돼 있는 상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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