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씨(33)는 2013년 12월 에어아시아의 한국-코타키나발루 왕복 항공권을 취소하고 환불받으려고 했지만 상담원으로부터 '환불 불가' 얘기를 들었다. 박씨는 2014년 4월 한국을 출발해 쿠알라룸푸르에서 환승 후 코타키나발루로 가는 에어아시아 왕복 항공권을 2장 예약했다. 출발 4개월 이상을 남겨둔 상황이었지만 항공권 중 쿠알라룸푸르-코타키나발루 구간은 말레이시아 국내 구간이기 때문에 에어아시아 측은 환불이 안 된다고 환불 요구를 거부했다. 그렇다고 한국과 쿠알라룸푸르 구간만 환불을 해주는 것도 아니었다. 일부 구간이 환불이 안 되기 때문에 전체 환불도 안된다는 얘기만 들었다.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3년 국내에서 해외여행을 떠난 여행객수는 1484만6000명에 달한다. 국민 4명 중 1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얘기다. 해외 여행객수는 2010년 이후 매년 전년대비 8%가량 증가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과거 휴가철 반짝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이 많았던 것과 달리 최근 저가항공사들의 공격적 마케팅 등으로 인해 시기와 상관없이 해외를 찾는 여행객 수가 증가한 것이 해외여행객수 증가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런데 소비자 피해 증가와 관련해 눈여겨 볼 점이 있다. 소비자피해가 많은 곳은 대부분 저가항공, 정확히 말하면 외국계 저가항공사라는 점이다. 매년 문제가 되고 있지만 반복적으로 이름을 올리는 곳도 있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소비자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항공사는 에어아시아제스트다. 스쿠트항공과 에어아시아엑스는 뒤를 잇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저가항공을 이용할 경우 환불 등과 관련해 잦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피해구제도 적다"고 말했다.
정부차원 피해구제 접수처 설치해야
문제는 외국계 저가항공사의 이 같은 행태가 반복적이라는 점이다. 에어아시아엑스가 대표적이다. 에어아시아엑스의 경우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총 62건이 접수돼 지난해 15건보다 4배 이상 많다. 소비자원이 2012년 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발생한 항공사 소비자피해 관련 조사 결과를 보면 에어아시아엑스는 항공이용자 10만명당 피해구제 건수가 3.58건이다. 2013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소비자 피해구제 건수는 13.43명으로 증가했다. 조사기간이 차이는 있지만, 숫자를 따져보면 소비자관련 피해가 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에어아시아제스트(구 제스트항공)도 2012년 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피해구제건수는 1.77명이었으나 2013년 1월부터 지난 9월까지는 30.95명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피치항공도 예외는 아니다. 피치항공의 2013년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소비자 피해 구제 건수는 7.13명이다. 2012년 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5.76명이었던 것에 비해 약간 증가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가 많이 발생한 곳은 대부분 일본 및 동남아 등 미주 유럽 등에 비해 비교적 짧은 노선의 외국계 저가항공사에 발생하고 있다"며 "알뜰 여행객의 피해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원은 해마다 외국항공사로 인한 국내 소비자의 피해가 늘고 있는 점에 주목, 피해구제 접수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국계 저가항공사의 경우 본사를 해외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 환불 및 배상 등의 업무 등이 수월하게 진행되지 못한다는 분석에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와 지속적 협업을 통해 외국항공사 피해 구제 접수처 설치 의무화, 외국 항공사 대상 항공교통서비스 평가 등을 통해 항공서비스 피해 예방에 필요한 제도를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