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의 여신관리가 엉성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다시 한 번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의 2014년 정기 종합검사 결과, 부실한 대출관리 등으로 인해 1500여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난 것. 산업은행은 대출 후 제대로 관리를 안 해 손실을 보거나, 아예 처음부터 자격이 안 되는 부실업체를 밀어주다가 손실 위험성을 키우기도 했다.
대출 후 관리는 신경 쓰지 않는다?
산업은행은 2012년 5월30일 STX그룹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후에도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아 거액의 손실을 봤다.
금융위원회의 은행업 감독규정과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에 따르면 주채권 은행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 후 해당 회사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여신회수와 신규여신 취급중지 조치 등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STX그룹과의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후 STX그룹의 한 게열사가 2012년 7월23일 산업은행과 사전 협의 없이 연대보증(869억원)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알았으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같은 연대보증은 재무구조개선약정 상 산업은행과 협의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산업은행은 STX그룹 계열사의 연대보증계약에 따라 740억원을 대위 변제해줘야 했다. 산업은행이 불법행위를 알고도 눈을 감은 셈으로, STX그룹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STX그룹은 지난해 7월 대부분의 게열사들이 채권단 손으로 넘어가면서 공중 분해됐다.
산업은행은 대출업체에 대한 신용분석 업무도 철저히 챙기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대출을 해준 회사에 대해 2009년 재무제표를 점검한 결과 회계분식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해당 회사에게 분식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2010년 1월부터 2012년 5월 사이에 이 회사에 2885억원의 추가 대출을 해줘 손실 위험이 그만큼 커졌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산업은행은 자본잠식 상태에 있던 A사에 대해서 2012년 3월 150억원을 대출해줬다가 43억원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특정업체 봐주기용 신용평가 의혹
산업은행은 대출심사와 사후관리를 위해 신용평가 업무를 하고 있다. 총 20단계로 구성돼 있는 기업의 신용상태에 따라 대출여부가 판가름 나고 대출조건도 달라지는 시스템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008년 4월부터 2013년 1월 사이에 선박건조업체인 B사에 대한 기업신용평가 시 구체적이고 합당한 근거 없이 재무등급 대비 비재무등급을 10~14단계 높게 평가했다. 신용평가는 재무제표를 기초로 수익성을 점검하는 재무평가와 경영진의 능력과 산업환경 등을 체크하는 비재무평가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재무등급이 낮으면 비재무 등급도 낮게 마련. 하지만 은행권에선 이런 저런 사유로 특정업체를 밀어줄 경우 재무등급이 낮은 업체에게 비재무등급에서 후한 점수를 줘 대출특혜를 제공하곤 해왔다. 바로 산업은행의 B사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를 이런 케이스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B사에 대한 최종 신용등급을 3~7단계 조정하는 등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부적절하게 평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B사는 조기경보 또는 요주의 대상기업에서 제외된 채 총 3조원대의 대출이 실행됐다.
또 2011년 6월부터 2013년 7월 사이에 C사에 대한 신용평가 시에도 합당한 근거 없이 비재무등급을 재무등급 대비 13단계나 높게 평가하고 다시 최종등급을 3~4단계 상향조정, 조기 경보 대상기업에서 제외시켰다. 이에 따라 담보취득과 금리조건 변경을 소홀히 한 채 2012년 3월과 2013년 3월에 각각 99억원의 대출을 해줌으로써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고 금감원은 평가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의 이번 검사결과에 대해 "산업은행은 국가 정책 차원에서 한계에 봉착한 기업들을 지원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보니 대출업무에서 어려움이 있다"면서 "금감원의 지적사항은 앞으로 업무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