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감위 일방통행, 인권위가 제동 거나

기사입력 2015-04-02 08:22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위원장 이병진·이하 사감위)의 일방통행식 질주에 제동을 걸까.

인권위는 '전자카드 도입과 지정맥 정보 수집은 개인의 권리 침해'라는 의견을 곧 사감위에 전달할 계획이다. 인권위는 지난 26일 제10차 상임위원회에서 '사행산업 전자카드제 도입 관련 바이오 정보 수집에 대한 의견 표명안'을 의결했다. 전자카드제 도입을 추진 중인 국무총리 소속 사감위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지를 인권위에 질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전자카드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인권위는 "제도가 전면 시행될 경우 사행산업 이용자는 전자카드 발급이 의무화됨에 따라 개인정보 수집을 강요받게 된다"면서 "따라서 이와 관련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정맥은 신체적·행동적 특징에 대한 고유 정보로서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개인을 특정할 수 있으므로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며 "해킹과 오·남용의 위험성과 피해 또한 크기 때문에 강력한 보호 대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인권위 관계자가 제도 안정성 확인을 위해 직접 전자카드를 신청했더니 총 4장의 카드를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사감위가 지정맥 정보로 중복 발급 제한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과 전혀 다른 현실이다. 사감위는 "전자카드에는 중복 발급이 가능한 기술적 결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전자카드 신규발급 관련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를 보면 바이오 정보의 종류나 목적 등은 명시돼 있지만 구체적인 처리방법과 책임자 인적사항, 사용자 권리 등은 빠져 있다"고 정보 제공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점을 문제삼았다. 인권위는 사감위에 '정보 유출 방지 등 제도 안정성을 확보한 뒤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게 옳다'는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다.

문제는 사감위의 태도다. 확대시행 권고안 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계획이다.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전자카드제의 문제점을 '시행 후 문제점 발견 시 보완'이라는 안하무인식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감위의 관계자는 "(전자카드제 도입 확대시행) 방향이 결정됐기 때문에 결정된 대로 (후속대책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서 전자카드제 수용곤란을 결정한 것을 두고도 "기재부가 입장을 표명한 것일 뿐, 사감위 정책에 영향은 없다"고 일축했다.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인권위 의견 표명도 사감위가 받아들일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많은 분야에서 주목하고 있는데다 언론에 공개된 사안인 만큼 사감위 측에서도 (수용 여부 결정을 두고)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유의미한 변화 가능성을 내다봤다. 실제 사감위도 최근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주춤한 모습이다. 당초 2018년 전자카드제 전면도입을 추진했으나 이번 확대시행 권고안 확정 과정에선 관련 문구를 뺐다. 또 기재부의 수용불가 입장도 반영해 복권사업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브레이크 없는 질주는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 업계, 소비자, 관련 부처까지 등을 돌린 가운데 사감위가 인권위의 '경고신호'에 어떤 자세를 취할지 주목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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