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헬스칼럼] 다이어트?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성공하지 못한다

기사입력 2015-07-20 10:35


2000년 전 클레오파트라도 다이어트를 했다는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다이어트는 여성들에게는 일종의 숙명과도 같다. 어찌 보면 기독교의 역사와도 같다. 그 엄격하다는 종교도 수천년을 내려오면 분파도 생기고, 이단도 생기듯이 다이어트도 그 긴 세월을 내려오면서 수많은 방법들이 생겨나고 없어지고, 유행했다가 사라지곤 했다.

요즘 인터넷을 보다보면, 너무 많은 정보 때문에 오히려 뭐가 진실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정보가 너무 없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많은 정보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정보가 없는 것 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다이어트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살펴보면,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잘못된 지식도 너무 많기 때문에 오히려 몸을 더 망치는 경우도 있다.

잘못 알려진 다이어트 지식 10가지만 짚어 보겠다.

1. 일단 안 먹는 것이 최고?

다이어트는 기본적으로 먹는 음식의 열량을 줄여서 인체가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공급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안 먹으면' 당연히 체중이 준다. 복잡하게 칼로리를 계산하는 것이 힘들고, 또 '뭐는 먹고', '뭐는 안 먹고'를 따지기 보다는 단식을 하듯이 일정 기간을 정해서 굶는 것이 쉽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인체는 밸런스를 유지하려고 한다. 식사량을 줄이게 되면 인체의 에너지 소비도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공복을 끊고 다시 식사를 할 때 줄어든 에너지 소비가 빨리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지방축적은 더 빨리, 많이 일어나게 된다. 따라서 '굶는 것'은 체중을 더 빨리 '찌우는 것'으로 봐야 된다.

2. '포도 다이어트'같은 원푸드 다이어트가 효과 있다?

기본적으로 원푸드 다이어트란 한 가지 음식만 일정량을 먹어서 체중감량을 유도하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것은 '포도 다이어트', '계란 다이어트', '덴마크식 다이어트', '양배추 다이어트 (마녀수프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앳킨슨 다이어트)' 같은 것들이다. 심지어 '초콜릿 다이어트'도 있다. 각자 그럴싸한 이유와 이론을 들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보면 '좀 적게 굶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포도 다이어트를 예로 든다면 포도 한 송이는 약 200㎉의 열량을 가지고 있는데 하루 포도 세 송이만 먹는다면 600㎉만 먹어서 체중을 줄인다는 것이니까 당연히 체중은 줄어든다. 하지만 결국 위에서 이야기한 밸런스를 찾으려는 신체의 작용으로 인해서 포도 다이어트를 끝내고 정상식사를 하게 되면 체중은 더 빨리, 더 많이 늘어나게 된다.

3. 최근 유행하는 '간헐적 단식'이 나에게 맞는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 의해 작년부터 열풍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 '간헐적 단식'이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이틀은 정상식사를 하고 하루는 단식을 하기도 하고, 일주일에 2일을 연속으로 단식하기도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을 때 아무 때나 굶는 등 다양한 방법 및 이론이 나오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는 찬반양론이 극심하게 부딪치고 있어서 조금은 판단을 유보해야 될 것 같다.

4. 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이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유전에 의한 개인차는 있지만 크게 인간을 네 개로 나눈다거나, 다섯 종류로 나눈다는 것은 의문이 있다. 재미삼아 보는 혈액형 성격테스트 같은 거다. 그 이론대로라면 인간의 성격은 딱 네 가지만 존재해야 되는 것이다. 물만 먹어서 살이 찌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물만 먹고 인간은 평생 살 수 있어야 된다. 물은 칼로리가 제로다. 단지 수분대사가 낮거나 부종 수치가 높아서 수분공급을 많이 하면 조금 '붓는 느낌'이 들 수는 있지만, 실제 부종은 물을 많이 먹어서라기보다는 '짜게 먹어서' 생기는 거다.

5. 과일과 야채는 살이 안찌니까 맘껏 먹어라?

이 논리대로라면 스님들은 다 날씬해야 된다. 뚱뚱한 스님은 몰래 고기 먹는 걸까? 모든 음식은 각자의 열량이 있다. 위에서 예를 들었듯이 포도 한 송이 칼로리가 200㎉인데 하루 포도 30송이를 먹는다면 6000㎉를 먹는 것이고, 그것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하루 섭취 열량의 약 3배가 넘기 때문에 당연히 체중이 는다. 뭐든 '많이 먹으면' 살찐다. 과일에는 과당이 존재하기 때문에 같은 무게의 야채보다 칼로리가 높다. 따라서 같은 부피의 과일을 먹는 것보다는 야채를 먹는 것이 체중관리에 더 도움을 준다.

6. 땀이 나야만 체중이 줄어든다?

가끔 사우나에 가면 체중을 줄이기 위해 한증막에서 30분씩 버티는 분들을 본다. 땀을 만져보면 약간 미끈거리는 것이 지방이 나오는 것 같아 보인다. 사실 땀 1ℓ에 지방은 단 몇 ㎎에 불과하다. 수분이 빠져 나오기 때문에 체중이 줄어든 것 같지만 나와서 식혜 한 그릇만 먹으면 도로 늘어난다. 또 운동할 때 땀이 적게 나는 사람들이 있다. 땀이 안 나기 때문에 체중감량이 적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운동강도가 너무 약한 경우가 더 큰 원인이다. 가끔 땀선이 다른 사람보다 발달이 적게 되어 땀이 적은 경우도 있다. 운동강도가 적당하다면 땀이 안 난다고 해서 체중이 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7. 운동을 하지 않으면 체중이 줄어들지 않는다?

식사량을 잘 줄여도 체중은 감소한다. 하지만 식사량을 줄여서 체중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식사량만 줄이게 되면 몸속 지방도 줄지만 근육량도 감소하기 때문에 나중에 체중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필자가 볼 때 초기 체중감량은 '식사량 조절'이 더 중요하고 중기, 후기로 갈수록 '운동량'이 중요하다. 따라서 평상시 체력이 아주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다이어트 초기에는 약하게 운동을 시작하고 식사량 조절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다이어트 후기로 갈수록 점점 운동량을 늘리면서 식사량도 정상적으로 천천히 늘려가는 것이 좋다.

8. 윗몸 일으키기를 하면 뱃살만 빠진다?

특정 부위만 줄여주는 운동, 혹은 식사법은 없다. 우리 몸의 지방세포는 각자 '지방세포 감수성'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어서 그에 따라 커지고 작아지는 것이 결정된다. 흔히 이야기하는 하반신 비만이라면 허벅지의 지방세포가 지방합성 감수성이 좋고, 지방분해 감수성이 나쁜 경우다. 따라서 체중이 늘 때는 지방합성을 빨리 해서 지방세포가 커지고, 체중이 줄 때는 지방분해가 늦기 때문에 잘 안 줄어드는 경우다. 따라서 윗몸일으키기를 하더라도 자기 몸 안의 지방세포 중, 지방분해 감수성이 높은 부위가 먼저 빠지게 된다. 하지만 운동 부위의 근육이 좀 더 탄탄해지기 때문에 그 부분이 좀 더 타이트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그 부위의 지방만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9. 지방흡입을 해서 비만을 치료한다?

지방흡입은 지방이 많은 부위의 지방층을 외부에서 빼내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키 162㎝, 체중 60㎏, 허벅지 둘레 58㎝ 정도의 일반 여성의 경우 허벅지 지방흡입을 하면 평균 약 2500㏄ 정도의 지방을 제거하게 된다. 그러면 허벅지 둘레는 약 7~8㎝ 줄어들긴 하지만 무게로 따지면 2500㏄의 지방이라면 약 2.2㎏ 정도다. 따라서 이걸로 비만이 치료되긴 어렵다. 따라서 지방흡입은 '체형 성형'의 개념으로 봐야 된다. 좀 더 가는 허벅지, 좀 더 예쁜 라인을 원해서 하는 것이지 지방흡입으로 체중을 수십㎏을 줄이는 것은 아니다.

10. 한식만 먹으면 체중이 늘지 않는다?

"선생님, 서구화된 식단 때문에 비만이 늘어가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근 인터뷰한 기자의 질문이다. 과연 우리의 식사가 서구화되었기 때문에 비만이 늘어난 것일까? 물론 서양의 비만율이 높은 것은 우리가 알고 있지만 40년 전에는 그들도 이렇지 않았다. 그 이론대로라면 수천 년 전부터 서양인은 뚱뚱했어야 한다. 필자가 볼 때 '식품의 공업화'가 더 문제다. 흔히 이야기하는 정크푸드들이 등장하면서 서구의 비만이 시작됐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본다면 일반 직장인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간단하다. 일단 '식사일기'를 써보자. 가계부를 쓰는 주부가 더 알뜰하듯이 자기 몸에 대해 가계부를 쓰는 거다. 아무 노트나 한 권 펴서 날짜-시간-장소-먹은 음식 종류와 양-각 음식의 칼로리-하루 총 섭취 칼로리의 순으로 쓰자. 그러려면 먹은 음식의 칼로리를 알아야 한다. 이는 인터넷에 다 나와 있다. 아니면 스마트폰 앱 중에는 이런 용도의 간편한 앱이 많다.

그럼 하루 섭취 칼로리를 알 수 있고, 매일 체중을 재보면 대강 큰 변화를 알 수 있다. 내가 몇 칼로리를 먹으면 체중이 늘고, 몇 칼로리를 먹으면 유지되는지 알 수 있을 거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하루 1500㎉,, 조금 빨리 줄이려면 1200㎉ 정도 섭취하시고 하루 200㎉ 소모의 운동 (빨리 걷기 40분정도)만 하면 체중은 당연히 줄어든다.

사실 너무 복잡하고 대단한 이론들도 많지만, 어찌 보면 체중감량이라는 것은 아주 쉬운 문제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복잡하게 하나하나 풀기보다는 단칼에 잘라버린 알렉산더 대왕처럼 행동하는 것이 체중감량에서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글·윤장봉 나우비클리닉 원장(대한비만체형학회 회장)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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