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더위가 남아 있지만 이른 아침의 공기는 다르다. 가을의 초입에 들어선 이즈음 우리의 심신을 차분히 다스려줄 여행테마로는 어떤 게 좋을까? 서울 인근에 산재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조선 왕릉'을 적극 추천한다. 그중 한글을 창제하고 국토-문화-민족정신 등 온전한 민족적 정체성 확립을 위해 노력한 세종대왕의 릉이라면 더 의미가 있겠다. 경기도 여주시에 자리한 세종대왕릉은 잘 가꿔진 울창한 숲속에서 뿜어져 나온 청신한 기운과 역사를 반추할 수 있는 다양한 부속물이 있어 여느 여행길에서는 맛볼 수 없는 품위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숲길을 사이에 두고 효종대왕릉도 위치하고 있어 한 번의 발품으로 두 곳의 왕릉을 둘러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근에는 명성황후 생가, 남한강변에 인접한 신륵사 등 연계관광지도 자리하고 있어 풍성한 여정을 꾸릴 수 있다.
여주=글·사진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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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조선 왕릉은 지구촌 어느 곳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519년 전통 왕가의 역사와 품격이 고스란히 잘 보존되어 있다. 이는 조선 왕릉의 세계유산 등재 이유이기도 하다.
영릉은 조선 왕릉 가운데 최초로 만들어진 합장릉이다. 원래 헌릉(지금의 서울 내곡동) 서쪽에 조성 되어 있던 것을 예종 1년(1469년)에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 왕릉은 도읍지를 기준으로 하루에 이동이 가능한 80리(오늘날 기준으로 100리) 이내에 위치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기존 영릉자리가 불길하다는 주장에 새로운 길지를 찾아 여주에 능침을 정하게 된 것이다. 현재 영릉이 위치한 여주는 도성에서 80리가 넘는 곳이다. 때문에 조정 대신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남한강 뱃길을 이용하면 하루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는 주장에 지금의 영릉이 조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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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은 왕의 업적과 후대 왕에 따라 약간씩 다르게 조성 된다. 하지만 대체로 비슷한 틀을 갖춘다. 왕릉 입구에는 제례를 지내기 위해 준비하는 곳인 재실이 있다. 요즘 영릉에서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어 100여 년 사이 영릉 보존의 변천사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다.
재실을 지나면 연못과 금천교라는 다리가 나선다. 금천교는 왕의 혼령이 머무는 신성한 공간과 속세의 공간을 구분해 주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금천교를 지나면 곧바로 홍살문이다. 신성한 장소를 의미하는 붉은색 문이다. 홍살문 앞부터는 참도가 이어진다. 죽은 영혼(왕)이 이용하는 신도와 살아 있는 왕이 이용하는 어도로 나뉜다. 참도의 끝지점에는 정자각이 있다. 정자각은 제향을 올리는 성스러운 공간이다. 정자각 양편에는 제례음식을 준비하는 수라간과 능침을 지키는 관리-노비가 지내는 수복방이 자리하고 있다.
정자각 뒤편은 능침 공간이다. 큰 둔덕위에 능침이 자리한다. 무석인과 문석인, 석마 등의 석상이 능침을 호위하고 문석인 사이에는 묘역에 불을 밝혀 사악한 기운을 막아내는 장명등이 세워져 있다. 능침 앞에는 널찍한 혼유석이 놓여 있다. 일반인의 무덤에서는 음식을 올려놓고 제례를 지내는 용도로 쓰이지만 왕릉의 혼유석은 능의 영혼이 능침에서 나와 놀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영릉의 경우 혼유석 두 개가 놓여 있어 합장릉임을 알 수 있다.
능침은 난간석, 병풍석 등을 세운다. 또 능침 주변에는 동물 석상이 세워지고 뒤로 곡장(담장)이 설치되어 있다. 실제 능침 뒷편을 둘러 볼 수는 없도록 통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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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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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 길=영동고속도로 여주IC~여주시~명성황후 생가/세종대왕릉(효종대왕릉)/신륵사
뭘먹을까=예로부터 임금님 진상 쌀을 생산하던 여주에서는 쌀밥정식이 유명하다. 신륵사 주변 등에서 1만 원 선에 괜찮은 쌀밥 정식을 맛볼 수 있다.
세종대왕릉 관람팁
◇오전 9시~오후 6시 개방(월요일 휴무), 24~64세 500원
◇영릉 산책로 개방시간 5월 16~10월 31일
◇문의=문화재청 세종대왕 유적관리소(sejong.cha.go.kr)
세종대왕릉 등재기준과 가치
◇등재연도=2009년
◇등재 가치= 유교 문화의 맥락에서, 조선왕릉은 자연 및 우주와의 통일이라는 독특하고 의미 있는 장례 전통에 입각해 있다. 풍수지리의 원리를 적용하고 자연경관을 유지함으로써 제례를 위한 기억에 남을 만한 경건한 장소가 창조되었다. 아울러 조선왕릉은 건축의 조화로운 총체를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로, 한국과 동아시아 무덤 발전의 중요한 단계를 보여 준다. 또한 몇 세기에 걸친 전통을 표현하는 동시에 보강하며 미리 정해진 일련의 예식을 통한 제례의 생생한 실천을 보여 준다.
◆의정부 어르신 & 아동, 행복한 조선왕릉(세종대왕릉)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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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정부노인종합복지관(관장 장현병) 어르신 15명과 아동 15명이 '오순도순 함께하는 문화놀이'라는 타이틀 아래 신나는 세계유산기행에 나선 것.
본격 세계유산 탐방에 앞서 어르신과 아동들은 지난 3일 '안녕하세요?-짝꿍 맺기 및 자기소개하기' 프로그램을 통해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두 입 한 마음' 레크리에이션 시간에는 투호, 팽이 등 전통놀이 등을 함께 즐기며 상호 따뜻한 정을 주고받았다. 이후 5일에는 '아프지 말아요' 안전교육, '세종대왕 누구세요?' 역사교육 등을 통해 사전 만반의 탐방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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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탐방에서는 본 행사의 취지 중 하나인 세대 간의 동반여행을 통한 어우러짐을 실감할 수 있는 모습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의정부노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 이도균씨는 "식사시간, 갈비탕의 고기를 발려주고, 김치와 깍두기를 잘라주는 등 친손자 이상으로 살뜰하게 챙기는 어르신의 모습, 그리고 어르신의 손을 꼭 붙잡고 다니면서 가끔 품 안에도 쏙 안겨드는 어린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흐뭇해했다.
이번 탐방에 참여한 이은애 어르신(86)은 "아이와 짝을 이뤄 문화탐방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행복했다"면서 "아이들과 동행하며 우울감도 떨치고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어 좋았고, 훗날 이런 기회가 있다면 꼭 참여하고 싶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탐방단의 일원이었던 이지훈 어린이(9·의정부 배영초 2)는 "친구들과 여행을 와서 세종대왕에 대해 알게 되어 좋았다"면서 "짝이 된 할머니께서 잘 챙겨주시고 재미있게 해주어 좋았고, 친해진 할머니께서 건강히 오래오래 사시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GKL사회공헌재단-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협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