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등기임원 보수 공개가 의무화된 이후 상당수의 30대 재벌그룹 총수들이 등기임원직을 사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총수들의 고액 연봉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총수와 친족의 계열사 등기임원직 사퇴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2013년부터 등기임원의 보수공개가 시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액보수에 대한 따가운 여론을 의식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등기임원을 사퇴한 총수와 친족 중에서 상당수가 등기임원에서 보수공개 의무가 없는 미등기임원으로 변경됐을 뿐 회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은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유수홀딩스(전 한진해운홀딩스)와 한국공항의 등기임원에서 사퇴했지만, 작년 한진해운과 한진칼의 등기임원에 새로 올라 등기임원 겸직 계열사 수는 8개사로 변함이 없었다.또 30대 재벌그룹 중 총수가 계열사 한 곳에도 등기임원을 맡지 않는 곳은 2013년 7개 그룹에서 올해 9개 그룹으로 두 곳이 늘어났다.
이 중 삼성그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08년 삼성전자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은 미등기임원이다. 친족 중 계열사 등기임원은 2011년 호텔신라 대표이사에 오른 이부진 사장뿐이다.
수감 중이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모든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사퇴했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이명희 회장이 지난 2002년 신세계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정용진 부회장이 등기임원에 올랐다가, 정 부회장도 보수공개를 앞둔 지난 2013년 미등기 임원으로 변경했다.
미래에셋그룹은 박현주 회장을 비롯해 친족 중 단 한 명도 계열사 등기임원을 맡지 않고 있다. 30대 재벌그룹 중 유일하게 총수 일가족이 등기임원 자리에 오르지 않은 사례다.
반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 2013년 계열사 9개사의 등기임원에서 올해 10개사로 1곳이 늘어났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역시 같은 기간 동안 등기임원에 오른 계열사가 2개사에서 3개사로 1곳이 증가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