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인터파크·KT, 인터넷전문은행 사업권 놓고 사활건 경쟁 '스타트'

기사입력 2015-10-01 09:36


23년만에 은행 인가의 문이 열린다. 지난 1992년 평화은행 이후 은행시장에 신규 사업자가 새롭게 등장할 예정이다. 그런데 기존의 시중은행이 아닌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새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향해 정보기술(IT)기업과 은행·증권 등 금융회사들이 대거 참여하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9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을 위한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다. 인터넷전문은행에 출사표를 던진 곳은 모두 4곳. 모바일 선두 카카오를 중심으로 한 카카오뱅크 컨소시엄, 온라인 유통이 강점인 인터파크가 대표주자인 인터파크그랜드 컨소시엄, 거대 통신사인 KT 컨소시엄, 중소 벤처기업들이 주축인 500V컨소시엄 등이다. 금융위는 이들 중 올해 12월경 1~2곳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인터파크·KT 3파전으로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을 위한 예비인가 신청을 마감하면 10~11월 금융감독원 및 외부 평가위원회 심사를 진행한다. 그리고 12월에 예비인가 대상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본인가 후 본격적인 사업은 2016년 상반기에나 돼야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예비인가를 신청한 컨소시엄의 면면을 보면 인터넷전문은행인만큼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중심인 게 눈에 띈다. 그리고 금융회사와 유통사들이 그 뒤를 받치는 모양새다.

가장 먼저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적극적인 곳은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이다. 모바일 플랫폼 강자인 카카오는 카카오페이, 뱅크월렛카카오 등의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일찌감치 금융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확정했다. 카카오는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기에 한국투자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등 대형 증권·은행들이 파트너로 합류하면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최다 모바일뱅킹 가입자를 확보한 국민은행, 금융투자업 강자인 한국투자금융, 모바일 플랫폼 선두주자인 카카오 등의 강점을 살린 혁신적인 모바일뱅크 모델을 공동으로 설계할 예정이다.

온라인쇼핑몰의 강자인 인터파크는 굵직한 파트너들과 손을 잡으면서 세를 불렸다. 인터파크그랜드 컨소시엄엔 SK텔레콤, IBK기업은행, NH투자증권·한국증권금융, 현대해상, 웰컴저축은행, GS홈쇼핑, 편의점 CU의 BGF리테일, 간편결제 페이코의 NHN엔터테인먼트 등 10개 업체가 포진해 있다. 금융, 유통, 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회사들을 묶었다. 커머스, 통신, 증권, 은행, 지급결제 등 각 회사들의 방대한 빅데이터를 융합해 혁신적인 사업모델로 중금리 대출과 맞춤형 자산관리를 펼치겠다고 예고했다.

다소 출발이 늦은 KT컨소시엄은 우리은행, 현대증권, 한화생명 등 대형 금융사와 편의점 GS25의 GS리테일, IT기술을 보유한 포스코 ICT, 온라인·모바일 결제 및 금융 서비스 업체들인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다날, 이지웰페어, 얍, 8퍼센트, 인포바인 등 대기업 중심에 중소기업들이 서포팅을 하고 있다. 구성 자체는 인터파크그랜드컨소시엄과 비슷하다. 편의점, 복지포인트, 결제대행 등 다양한 서비스 간 융합을 추진하고, 새로운 신용평정시스템을 구축해 중금리 신용대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다. 여기에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를 결합한다는 계획이다.

500V컨소시엄은 중소벤처기업이 주축이 될 것이라고만 밝히고, 구체적인 참가 업체들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인터넷전문은행 인가권은 실질적으로 카카오, 인터파크, KT 컨소시엄의 3파전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업권 인가는 어떤 사업안을 제출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지난 7일 공개한 주요 심사평가 항목 및 배점을 보면 1000점 만점 중 사업계획이 500점이고 이 중 혁신성이 250점을 차지한다. 새로운 사업인만큼 혁신적인 사업안이 당락을 가를 것이란 예상이다.


많은 사업자 낮은 지분율·사업성 등 넘어야할 산 많아

이들 컨소시엄들은 주주의 지분율을 공개하진 않았다. 그러나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들은 지분 보유 한도가 4%이다. 인터넷전문은행도 마찬가지로 은행을 제외한 사업체들은 4%만 소유할 수 있다. 다만 4% 초과 지분의 의결권을 포기하면 10%까지 보유는 할 수 있다. 은산분리 원칙이 자칫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의 경우 카카오가 지분 보유는 10%이지만 의결권은 4%만 가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KB국민은행이 10%, 한국금융지주 50%, 나머지 업체들이 10% 이하의 지분율로 참여한다. 인터파크, KT 컨소시엄도 상황은 비슷하다. 특히 이들은 비금융회사들이 주력이라 대체적으로 10% 이하의 지분율로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 지분율이 높은 업체가 없다는 의미다. 컨소시엄으로 여러 회사들이 구성됐지만,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컨소시엄 안의 결속력이 강하기 어려운 구조다. 또한 인가를 받고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을 해도, 주주들 간의 알력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도 꽤 높다. 반대로 자칫하면 주인 없는 회사처럼 운영에 대한 책임이 불분명해질 수도 있다.

실제로 금융위는 "은행이 대주주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찌감치 밝히며 은행의 참여 지분율을 사실상 제한하겠다고 예고했다. 의결권 10%를 가질 수 있는 은행들은 전면에 나설 수 없고, 뒤에서 훈수를 둘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 인터파크, KT 등 비은행 회사들은 낮은 지분율과 의결권을 가지고 인터넷전문은행 운영을 이끌어야 하는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성이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은 지난 1995년에 처음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했지만, 2000년까지 27개가 난립했다가, 고객 확보에 실패하면서 12개만 살아남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영업실적이 개선된 상황이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용했지만 흑자로 전환될 때까지 4~5년이 소요됐다.

이런 점 때문인지 공교롭게도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집단 중에 은산분리 규제를 받지 않는 미래에셋과 교보생명은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중도에 포기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한 관계자는 "기존 은행에 비해 투자비용이 적어 사업성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기존 금융사들로부터 고객을 확보하는 건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혹시나 주주들 간의 기싸움이 시작되면 운영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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